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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위원회가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끌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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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위원회가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끌린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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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에 가장 부합 '우선협상 대상'…네덜란드 커넥션·기존 4-2-3-1 포메이션 계승 가능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를 이끌었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 감독이 차기 대표팀 사령탑 우선 협상대상자로서 한국행이 성사될 경우 한국 축구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5일 협상을 위해 네덜란드로 출국한 시점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벨기에 주필러리그 RC헹크와 협상이 틀어진 것과 맞물려 있어 협상 조건만 맞으면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네덜란드 매체들도 6일 대한축구협회가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축구매체 부트발존은 "한국은 13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번갈아 가면서 대표팀 감독을 맡겼다"며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함부르크 SV에서 지난 2월 해임된 이후 반년 동안 쉬었다. 지난주까지는 프랭크 레이카르트(52)와 마르틴 욜(58), 닐 레논(43)이 협상 대상자에 올라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매체인 부트발 인터내셔널 역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다"며 "최근 헹크와 협상을 벌였지만 정작 자신은 클럽과 접촉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매체 역시 한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정황을 볼 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날 상대는 역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비롯해 다른 감독 후보도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로 대상을 삼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덜란드 커넥션'의 부활이라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 클럽·대표팀 등 고른 경험…남아공 월드컵 준우승도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걸어온 길을 보면 히딩크 감독과 묘하게 닮았다. 히딩크 감독이 현역 시절 그리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듯이 판 마르바이크 역시 고 어헤드 이글스, AZ 알크마르, MVV 마스트리흐트 등 네덜란드 클럽에서 주로 뛰었다. 대표팀 선수 출전도 1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이나 웨스트햄 등 명문 구단의 러브콜이 있기는 했지만 그 때마다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아 성사되지 못했다.

판 마르바이크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SV 미르센 등 네덜란드의 하부리그 팀의 감독을 맡다가 1998년 포르투나 시타르트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사위인 마르크 판 보멀(37)도 여기에서 만났다.

2000년 7월 페예노르트의 지휘봉을 잡은 판 마르바이크는 2002년 송종국(35)을 영입하는 등 한국 선수와도 인연을 맺었다. 2001~2002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그는 2004년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잡았다.

성적 부진으로 중도에 해임됐던 판 마르바이크는 2007년 7월 다시 페예노르트의 지휘봉을 잡았고 이 때 이천수(32)를 영입하며 한국 선수와 두번째 인연을 맺었다.

2008년 8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결승까지 끌어올리며 스페인과 막상막하의 대접전을 벌였다.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의 전성기라고 할만 했다.

1년여를 쉰 뒤 판 마르바이크는 지난해 9월 독일 함부르크 SV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4승 3무 10패의 초라한 성적만 남긴채 지난 2월 해임됐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번째로 맛본 쓰라린 실패였다.

◆ 4-2-3-1 주포메이션·수비 조직력 중시하는 실리축구

판 마르바이크는 수비 조직력을 중시하면서 4-2-3-1과 4-3-3 포메이션을 혼용한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도 판 보멀과 나이절 더용(30)을 더블 볼란치로 세우면서 수비를 강화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6골밖에 내주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수비를 탄탄하게 하면서 경기를 치렀는지 알 수 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에게 연장전에서 0-1로 질 때까지 6연승을 달렸다.

일부 공격수를 제외하고 전원 수비를 하게끔 하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전술은 한국 축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가 세계 축구의 주류가 아닌 이상 수비를 탄탄하게 하면서 역습으로 나서는 것이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수비 위주의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결승전을 제외하고 6경기에서 12골을 넣었을 정도로 공격도 뛰어났다. 월드컵 유럽 예선전에서도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마케도니아,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한 8경기를 모두 이겼고 17골을 넣고 2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실리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한국 축구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실리다.

◆ 선수단 장악 능력은 의문…'의리 축구'는 단점

그러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실리'는 네덜란드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지나치게 수비적이라 공격 축구를 좋아하는 네덜란드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32년만에 결승에 올랐지만 '너무 수비지향적이고 답답한 전술을 구사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결정적으로 낙마시킨 것은 바로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이다. 당시 판 마르바이크는 용병술로 팀 안팎으로부터 집중타를 맞았다. 자신의 사위인 판 보멀을 편애해 팀 내분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유럽축구선수권은 물론이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판 마르바이크의 선수단 장악 능력에는 늘 의문부호가 찍혔다. 특정 선수를 편애해 기용한 점은 마치 홍명보 감독의 '의리 축구'와 비슷한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축구는 지난해부터 특정 선수에 대한 편애와 선수단 장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기 때문에 이런 점은 다소 우려되는 대목으로 협상 단계에서 점검해봐야 할 체크 포인트이기도 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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