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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자존심' 김해시가 리틀야구 강호로 군림하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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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자존심' 김해시가 리틀야구 강호로 군림하는 비결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3.25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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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스포츠배 준우승, 수도권팀 위협하는 다크호스... 박지환 감독 인품-전통-협회 지원 '3색 조화'

[장충=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러서 아쉽지만 잘 했다고 생각해요.”

경남 김해시는 24일 장충리틀구장에서 열린 제2회 하드스포츠배 전국리틀야구대회 B조 결승에서 서울 광진구에 0-5로 졌다. 2016년 첫 대회를 허무하게 마쳐 풀이 죽은 선수단을 주장 이윤찬(임호중 1)이 격려하고 나섰다.

김해시는 강호다. 우승팀 광진구의 엄범석 감독이 서울 노원구와 함께 ‘2강’이라 꼽았을 만큼 모든 팀들에게 껄끄러운 존재다. 2011년 도미노피자기 제패를 시작으로 지난해 히어로즈기 정상에 오르기까지 최근 5년간 우승 4회, 준우승 2회, 3위 6회 등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 안현민(왼쪽)과 이윤찬이 은메달을 들어보이며 준우승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해시는 하드스포츠배 결승에서 서울 광진구에 0-5로 패했다.

이번에도 승승장구했다. 1,2라운드서 서울 금천구와 충남 천안 서북구를 4회 콜드게임으로 초토화시켰다. 16강에서 수원 장안구를 8-2로 꺾었고 8강에서는 경기 하남시와 1-1로 비긴 뒤 추첨에서 7-2로 승리했다. 준결승에서는 서울 강서구를 12-2로 대파했다.

결승은 달랐다. 최유빈, 안재연, 유정택 국가대표 3인방이 이끄는 광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타선은 침묵했고 믿었던 장원호, 홍한결이 난조를 보였다. 주장 이윤찬은 “오랫동안 서울에 있었는데 잘 따라와 준 친구, 동생들이 고맙다”며 “다음부터는 절대 쉽게 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쉽지도 않아요. 홈런 맞고 져서. 질 땐 확실히 지는 게 나아요.”

박지환 감독은 홍한결이 5회말 최유빈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5점차로 스코어가 벌어진 것에 대해 “차라리 잘 됐다”고 표현했다. 리틀야구의 대표적 ‘덕장’다운 발언이다. 그는 “화가 잘 안 나는 체질이라 그렇다”고 미소를 지을 뿐이다.

▲ 박지환(가운데) 감독이 이닝 중간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부드럽게 선수들을 어루만지는 '덕장'이다.

천안북일고, 영남대를 졸업하고 롯데 자이언츠에서 현역 생활을 했던 박 감독은 1998년 창단 때부터 김해와 연을 맺어 올해로 18년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해가 꾸준히 강호로 군림하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생각하는 야구’가 빛을 발한 덕이다.

박 감독은 “내가 초중고 때를 돌아봤다. 형들 야구하는 것, 코칭스태프가 가르쳐주는 것을 그저 따라만 했다”며 “왜 이렇게 해야 되는지를 모르고 야구했던 것을 후회한다. 나는 선수들이 늘 자율적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에이스 홍한결은 “감독님은 혼도 잘 안 내시고 작전 지시도 잘 안 하신다”며 “맡기는 스타일이시다. 알아서 열심히, 매 플레이마다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인 이정호 씨는 이런 사령탑을 가리켜 ‘카리스마가 없는 것이 카리스마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박 감독은 김해가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로 ‘전통’을 꼽는다. 자신은 변화구를 가르친 적이 없는데 알아서 형들한테 배우고 또 전수한다고. 그는 “선배들이 동생들을 돌봐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며 “나로선 매우 고마운 일”이라고 제자들을 치켜세웠다.

장충을 찾은 허세룡 김해시야구협회장 역시 승승장구의 원인으로 전통을 꼽았다. 그는 “김해야말로 역사를 갖춘 팀이다. 1990년대만 해도 남부엔 부산 동래구와 김해밖에 리틀야구 팀이 없었다”며 “우리 팀만큼 53만 김해시를 홍보하는 좋은 수단도 없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 제2회 하드스포츠배 준우승팀 김해시 리틀야구단. 수도권 팀들이 초강세를 이룬 판도에 위협을 가하는 '남부의 자존심'이다.

kt 위즈 심재민, LG 트윈스 장준원 이성진, NC 다이노스 정수민, 삼성 라이온즈 박민규, 넥센 히어로즈 하해웅, SK 와이번스 임재현, 한화 이글스 정우석 등 프로 선수도 8명이나 배출했다. 지난해 팀을 떠난 정선우는 전국구 재능으로 평가받았다.

화룡점정은 시설이다. 공주공원 단지 내 야구장에서 운동하던 김해는 시와 시야구협회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곧 조만강 생태공원 야구장으로 안방을 옮긴다. 학부모 총무 김경면 씨는 “현재 막바지 공사 중이며 다음달 중순이면 입성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안방마님 안현민(임호중 1)은 “시장님이 야구장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환경이 만들어 졌으니 더욱 단합을 잘 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보답하겠다”며 “작년엔 광진구를 이겼는데 올해는 져서 1승 1패가 됐다. 또 만나서 제대로 승부를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지도자의 인품, 선배들의 내리사랑,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인프라까지. 김해는 수도권 팀들이 초강세를 이루는 리틀야구 판도를 흔드는 ‘남부의 자존심’이다. 이정호 대표는 “협회와 부모, 선수와 지도자 어느 하나 빠짐없이 잘 맞는 팀”이라며 “다음엔 꼭 우승컵을 거머쥐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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