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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V리그 2연패 이끈 시몬, MVP로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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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V리그 2연패 이끈 시몬, MVP로 '뜨거운 안녕'
  • 강언구 기자
  • 승인 2016.03.2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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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V리그 챔프전 MVP, 한국 고별전 화끈한 마무리…'큰 형님' 시몬과 작별하는 동료 선수들도 아쉬움

[안산=스포츠Q(큐) 강언구 기자] 이보다 더 뜨거운, 화끈한 마무리가 있을까? 안산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로버트랜디 시몬이 V리그에서 보낸 2년을 뜨겁게, 그리고 화려하게 끝냈다. OK저축은행의 2연패를 이끌면서 자신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시몬은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천안 현대캐피탈과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32득점을 올리며 3-1(25-20 25-15 19-25 25-23) 승리에 앞장섰다.

시몬의 활약 속에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 후반기 18연승을 달리며 1위에 올랐던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3승 1패를 거두며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 과정에서 모두 시몬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OK저축은행의 2연패는 시몬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몬은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평균 30점, 공격성공률 1위(58.72%), 블로킹 2위(세트 당 0.5개), 서브 1위(세트 당 0.688개)로 펄펄 날았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당연히 시몬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시몬의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내년 시즌부터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제도를 실시하고 연봉 상한선을 30만 달러(3억5000만 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선수인 시몬을 붙잡기에 턱없이 적은 돈이다. 결국 시몬은 한국을 떠나 다음 시즌부터 브라질 리그에서 뛰기로 했다.

OK저축은행도 2년 동안 함께 한 시몬과 이별을 앞두고 이벤트를 준비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시몬의 활약을 담은 영상을 만들었고 스페인어 자막까지 넣었다.

감동을 받은 시몬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온몸을 바쳤다. 대전 삼성화재와 플레이오프,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든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시몬의 마지막 포인트가 터지자 김세진 감독은 바로 시몬에게 달려가 안겼다. 투혼에 대한 고마움을 격하게 표현한 것.

시몬은 "슬픔과 기쁨이 공존한다.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 형제같은 동료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하지만 타지 생활로 보지 못했던 가족을 본다는 것은 기쁘다"고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동료들도 시몬과 이별이 아쉽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어리기 때문에 어느덧 30대를 바라보는 시몬이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수비를 지시하고 동료들의 위치를 조정해주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시몬은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OK저축은행을 지탱해왔던 '큰 형님'이었다.

시몬과 특히 친했던 송명근은 "시몬과 껌딱지처럼 잘 붙어 있었다. 잘하는 선수니까 많이 배우려 했고 혼자 외국인 선수라 옆에서 친구 같은 역할을 많이 했다"며 "더이상 시몬과 경기를 못하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헤어지는 날이 되어야 실감날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밥이라도 한 번 더 먹고 말이라도 한 번 더 하겠다"고 섭섭해했다.

또 송명근은 "우리가 V리그에서 제일 어린 팀인데 기죽지 않게끔 리더 역할을 잘해줬고 공격과 블로킹, 서브에서 기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시몬이 '내가 팀을 떠나더라도 절대 뒤처지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2년 동안 '시몬스터'라는 별명으로 팬들을 끌어모았던 시몬은 OK저축은행 뿐 아니라 V리그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제 더이상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시몬을 연호하는 소리는 없다. 앞으로 OK저축은행은 시몬의 공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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