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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퇴장사건 처리과정,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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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퇴장사건 처리과정, 문제 있다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8.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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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NC 투수 찰리 쉬렉이 지난 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전에서 퇴장을 당했다. 팀이 2-0으로 앞서던 1회말 1사 1,2루 타석에 선 SK 이재원에게 던진 몸쪽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하자 흥분했다.

야구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스트라이크냐, 볼이냐에 대해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제정은 최종의 것이다'란 규정이 있다. 그러므로 볼 판정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때때로 투수들, 타자들이 불만을 표출할 때 심하지만 않으면 심판은 약간의 융통성을 가지고 경기 운영을 한다.

이날 주심의 볼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폭언으로 퇴장 조치된 찰리에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벌금 200만원과 유소년야구단 봉사 40시간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다음날 구단에서 찰리를 데리고 언론에 사과를 하며 또 어떤 코치는 심판실에 찾아가 심판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왜 규정대로 처리한 건에 대해서 코치까지 동원하여 호들갑을 떠는가.

코치는 운동장에서 선수들을 잘 지도하기만 하면 되는 직업이다.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편견 없이 대하면 된다. 미국말이든 한국말이든 적절하지 못한 말을 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판단하면 된다.

필자도 KBO 경기감독관으로 퇴장사건, 분쟁사건 등으로 상벌위원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 퇴장은 젊고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경기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난다고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는다. 경기를 하다보면 일어나는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NC구단의 이번 사건처리를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경기마다 두 팀 코치까지 80여명이 서로 이기기 위해 사투를 벌이다보니 과열되고 흥분상태에 놓이게 된다. 관전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것 같지만 당사자들은 생(生)과 사(死)가 걸린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심판은 누구보다도 냉철한 이성으로 경기에 임하고 공평하게 진행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역사가 짧은 NC가 금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지나치게 심판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잘못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구단이 찰리에게 비굴하게 굴종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과거 심판들이 힘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심판들에게 밉보이면 손해본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독재시대를 지나 민주주의를 맞았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지나치게 어깨에 힘을 주던 때는 아니다. 심판 문화도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과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단에 힘을 주던 시대, 경기가 벌어지는 날 후배 심판들이 선배 심판들의 구두를 닦아주던 권위주의 시절은 분명히 지났다. 누구나 평등하고 존중 받아야 하는 민주국가에서 한국 야구도 변화해 가야 할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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