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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세입자 설움' 한국 프로 스포츠, 경기장 주권 찾을 수 있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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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세입자 설움' 한국 프로 스포츠, 경기장 주권 찾을 수 있는 방법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07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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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지자체 소유·관리…장기 임대 통해 구단이 진정한 경기장 주인되는 방법 찾아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은 서럽다. '자신의 집'이 없이 빌려쓰는 세입자 신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입자의 설움을 톡톡히 받는 '을(乙)'의 위치다.

FC 서울과 울산 현대의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열린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바로 세입자의 설움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경기장에는 주말에 열리는 콘서트에 대비해 무대를 미리 만들어 놓느라 본부석 건너편인 E석이 폐쇄됐다. 이로 인해 관중들은 E석에서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이는 프로 스포츠 구단의 설움 일부분에 불과하다. 잔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맨땅이 듬성듬성 드러난 그라운드에서 경기가 치러지는가 하면 경기장 지붕이 날아가는 진풍경도 있다. 조명탑 고장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

프로구단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경기장을 소유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단순히 빌려쓰는 입장에서 비난은 비난대로 듣고 손해는 손해대로 봐야 한다. 관중과 팬들에 대한 사과도 구단의 몫이다.

◆ 소유·관리와 사용의 주체 서로 달라

프로구단이 이처럼 경기장의 악조건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이유는 관리와 사용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형 경기장의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운영은 지자체 산하 시설관리공단이 담당한다.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은 특이하게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소유하고 관리한다.

경기장을 직접 소유하지 못하고 빌려쓰다 보니 각종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K리그의 사용 순위는 3순위다. 1순위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국가 대항전 등 축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나 3만장 이상 관람권이 발행된 대형행사다. 주말에 열리는 콘서트도 대형행사여서 1순위에 해당한다. 그러다보니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해야 하는 프로구단이 문화행사에 밀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 FC 서울과 울산 현대의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경기가 벌어진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콘서트 행사 준비 때문에 E석이 폐쇄됐다. 축구 경기가 콘서트 준비 때문에 경기장에서 피해를 입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스포츠Q DB]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달리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대관 순위는 축구경기로만 정해져 있다.

1순위는 국제대회 참가팀이나 해외 초청팀의 훈련, 지자체 및 재단 주최 경기 또는 행사, 재단이 육성 및 유지하는 유소년 클럽의 훈련 및 연습경기로 되어 있고 프로축구단의 훈련이나 2군 경기, 주요 축구경기 참가팀 훈련이 2순위로 되어 있다.

이렇게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조용필 콘서트가 열려 적지 않은 팬들의 반발을 샀다. 조용필 콘서트가 끝난 뒤 잔디가 훼손되면서 수원 삼성 구단이 이에 대한 보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울산 문수월드컵 경기장이나 대전월드컵경기장 역시 체육활동 이외 문화행사나 공연, 전람 전시 행사를 5순위 또는 6순위로 놓고 축구를 우선하고 있다. 유독 서울월드컵경기장만 K리그 경기를 후순위로 놓는 조례 때문에 서울 구단이 홍역을 치렀다.

◆ 홈구장 일정도 마음대로 잡지 못해…관리 엉망으로 분통

심지어 일정도 마음대로 잡지 못하는 구단도 있다.

잠실학생체육관을 사용하는 프로농구 서울 SK는 프로농구 경기가 교육청 행사보다 후순위다. 잠실학생체육관 설립 목적이 서울시 교육청 행사를 위한 것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세입자 설움은 어쩔 수 없다.

이 때문에 SK는 시즌마다 홈경기 일정을 제대로 잡지 못해 홍역을 겪곤 한다. 최근 몇 시즌 동안 SK는 전반기에 홈경기보다 원정경기가 기형적으로 많아 체력적으로 부담을 겪어야 했다. 물론 체력이 바닥나는 후반기에 홈경기가 더 많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홈경기와 원정경기가 고르게 배분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 대부분 경기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 등이나 재단에 의해 관리가 되고 있다. 프로구단이 소유, 관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프로구단의 세입자 설움이 계속 되고 있다. 사진은 수원월드컵경기장 모습. [사진=스포츠Q DB]

또 넥센의 경우 초창기 목동구장에서 경기를 치를 때면 적지 않은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경기장의 관리 소홀도 문제다. 잔디가 엉망이 되는 것은 예사고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는 조명탑 고장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50분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뒤 6일에 남은 경기와 본 경기 등을 치르기도 했다.

◆ 프로구단 장기 임대, 운영·관리권까지 넘겨 받는다면

경기장을 임대해서 쓰고 있는 프로구단 입장에서는 경기장을 이용한 각종 수익사업이 원천 봉쇄되어 있다. 잠실야구장의 경우 심지어 광고 수익까지 모두 서울시가 가져간다.

그렇지 않아도 대부분 대형 경기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덜고 프로구단이 자신의 '사업장'인 경기장을 마음껏 사용하고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운영과 관리권을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 홈 구단이 장기 임대를 하면서 운영과 관리권까지 모두 맡는 것이다. 소유는 그대로 지자체가 하지만 임대료를 받고 운영과 관리권은 프로구단이 가져가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시 소유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을 2003년에 25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사용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 역시 뉴욕시에 1년에 10달러라는 형식적인 임대료를 내고 양키 스타디움을 홈으로 쓰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와 뉴욕 양키스가 자금이 부족해 경기장을 임대해서 쓰는 것이 아닌 만큼 프로구단이 구태여 경기장을 소유할 필요 없이도 장기 임대를 통해 운영과 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콘서트 때문에 반쪽 무관중 경기가 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구단이 장기 임대를 통해 운영과 관리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 다양한 수익사업이 갸능하다. 광고 수익은 물론이고 경기장 네이밍 라이츠(구장 명칭권)도 판매해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경기장에서 경기만 여는 것이 아니라 각종 행사도 함께 개최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이에 대해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지난해 한양대 교수 신분으로 참석한 한국스포츠 비전 심포지엄에서 "한국 프로 스포츠는 시민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의해 생겨났기 때문에 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지자체와 기관들이 갑(甲)의 행태를 보인다"며 "단기 임대나 당일 대관이 많은 프로구장 임대를 장기로 바꾸도록 하는 법적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로구단의 구장 임대가 단순히 구장을 사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및 관리권까지 가져옴으로써 좀 더 확실한 '경기장 주권'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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