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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서지연 은빛찌르기 반란, 리우 올림픽에 겨눈 검끝이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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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서지연 은빛찌르기 반란, 리우 올림픽에 겨눈 검끝이 매섭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3.27 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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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그랑프리, 세계 최강 제압 파란-준결승서는 7점차 대역전승…유상주 코치 "성장 가능성 충분"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여자 사브르 세계랭킹 36위 서지연(23·안산시청). 한국 여자사브르 대표팀 막내가 세계 상위권 랭커들을 물리치고 은빛 찌르기에 성공, 39점을 얻으며 단숨에 세계 18위(79점)로 뛰어올랐다.

서지연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6 국제펜싱연맹(FIE) SK텔레콤 사브르 서울그랑프리 여자부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 야나 에고리안(러시아)에 10-15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지연은 64강전에서 스베틀라나 코르밀리츠냐(러시아)를 15-14로 힘겹게 꺾었지만 32강전부터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32강에서 카롤라인 케로리(프랑스)에 15-7로 가볍게 승리한 서지연은 16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올가 카를란(우크라이나)를 만났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서지연이 26일 2016 국제펜싱연맹 사브르 국제그랑프리 여자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 각본 없는 역전 드라마, 상대 방심을 역으로 찔렀다

카를란은 지난 1월말 열린 그리스 아테네 월드컵에서 5위를 차지했고 한달 뒤 벨기에 신트 니콜라스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호다. 카를란이 세계 2위라는 것을 알게 된 관중들은 경기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역시 세계 2인자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박빙의 승부 속에서도 카를란에게 근소하게 뒤진 서지연은 12-14까지 몰렸다. 배구로 따지면 '매치 포인트'까지 내준 셈이었다. 그러나 한 점, 한 점 따라붙으며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서지연은 15-14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16강전보다 더 극적인 승부는 준결승에서 벌어졌다. 8강에서 안나 마르톤(헝가리)를 제치고 4강까지 오른 서지연의 상대는 세계 14위 바실리키 부지우카(그리스). 카를란을 꺾었다고 하지만 세계 36위 서지연이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부지우카는 180㎝의 장신. 불리함은 경기 초반부터 점수로 나타났다. 2-6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서지연이 조금씩 따라가며 3점을 따라붙었지만 부지우카는 다시 달아났다. 8-13. 부지우카가 2점만 추가하면 결승행을 확정짓는 상황. 여기서 드라마가 시작됐다. 한 점 두 점 따라간 서지연이 13-13 동점에 이어 14-13으로 뒤집었다. 서지연의 검 끝이 상대를 향했고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서지연이 7연속 득점하며 은메달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세계 1인자 소피야 벨리카야(러시아)를 꺾고 결승에 올라온 야나 에고리안(러시아)에 10-15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서지연이 보여준 기적같은 승부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지연은 "할 줄 아는 게 '콩트르-아타크(Contre-attaque)' 밖에 없어서 그 작전을 썼는데 잘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서지연은 경기가 생각처럼 풀리지 않자 상대의 공격을 피한 후 공격을 시도하는 콩트르-아타크로 작전을 바꿨고 이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서지연이 준결승에서 14-13으로 역전을 한 후 기뻐하고 있다.

유상주 여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는 "처음에 계획한 방법으로는 점수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휴식 전까지 공격에 70~80% 비중을 실었다면 휴식 이후에는 수비형 공격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작전이 주효했다"며 "펜싱에서 15점을 채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13점까지 올라가면 상대가 금방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 방심하기 쉽다. 그 심리를 역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지연 돌풍'의 핵심은 방심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과 끈질김에 있었다.

◆ 깜짝 메달? NO!, ‘준비된 올림픽 기대주라 불러주오’

서지연은 시상식을 마친 후 “정말 기분이 좋다. 은메달은 생각도 못했다. 사실 이번 대회 목표는 예선 통과였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지연의 준우승은 ‘깜짝 은메달’이라 부를 만하다. 그동안 여자 펜싱하면 떠오르는 얼굴은 남현희(35·성남시청)와 김지연(28·익산시청)이었다. 남현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석패하며 은메달을 따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김지연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펜싱 사상 최초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며 ‘미녀 검객’으로도 얼굴을 알렸다.

특히 사브르에는 김지연이 있었다. 그러나 유상주 코치는 '깜짝'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유상주 코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긴 하지만 깜짝 은메달까지는 아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훈련을 통해 나온 최대한의 성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서지연(왼쪽 첫번째)이 시상식을 마치고 순위권에 오른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서지연은 지난해 10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2011년 3월부터 국제무대에 출전해 두 번째로 입상했다. 유 코치는 "충분히 성장 가능성을 지닌 선수다. 메달도 따봐야 그 맛을 안다"고 말했다. 많은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서지연 역시 경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서지연은 "대표팀과 협회에서 선수 8명을 꾸준히 국제대회에 보내줬다. 경험을 많이 쌓게 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또 어떻게 뛰어야 할지 요령도 생겼다"고 밝혔다.

피스트(펜싱 경기대) 위에서 내려온 서지연은 인터뷰 내내 수줍어하며 답변을 어려워했지만 올림픽 대한 물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답변이 나왔다. 서지연은 "올림픽에서도 잘하고 싶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특히 단체전에서는 꼭 우승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서울체중-서울체고-한체대를 거쳐 안산시청에서 실업 데뷔시즌을 맞은 서지연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메달을 따낸 여세를 살려 리우의 도전에 자신감을 찾게 됐다.

새달 4일 기준으로 세계랭킹 14위 이내에 진입해야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데 27일 현재 서지연은 7위 김지연(익산시청), 17위 황선아(양구군청)에 이어 국내 3위로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 나설 4명 안에 뽑힐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서지연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에서 새로운 반란을 합작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서지연이 2016 국제펜싱연맹(FIE) SK텔레콤 사브르 서울그랑프리 여자부에서 은메달을 따내 리우행 전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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