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12-07 22:26 (목)
[인터뷰] '이순신의 아들' 다시 태어난 배우 권율
상태바
[인터뷰] '이순신의 아들' 다시 태어난 배우 권율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8.08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자 Tip]대한민국은 지금 영화 '명량'의 흥행 광풍에 빠져 있다. '명량'은 지난 7월 30일 개봉 이후 각종 흥행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대한민국 영화사의 대기록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이 중심에 배우 권율도 서 있다. 그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 속에서 권율은 가장 젊은 배우이자 아버지 이순신 장군의 말을 가장 많이 받아주는 핵심인물이다. 그는 요즘의 기분을 두고 너무 행복하고 과분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데뷔 7년 차. 그는 무려 10여 편이 넘는 작품을 해오면서 '흥행 대박'을 단 한 번도 맛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젠 그가 그토록 바라던 흥행작을 가지게 됐다.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한국 역사에 아로새겨질 작품을 자신의 이력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스포츠Q 글 박영웅기자· 사진 노민규기자] 배우 권율은 최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 '명량'(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 역)의 대히트로 그에게 연예계의 스포트라이트가 한 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말과 함께 그토록 출연하고 싶은 영화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라는 복합적인 심정을 표출했다. 권율의 이런 심정은 이해가 간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무명시절이 길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간절했던 흥행작을 잡은 배우 권율의 연기세계와 지금의 심정이 무척 궁금해졌다.

◆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지만 흥행 여부 논하는 건 송구스러워  

명량의 흥행 행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다. 개봉 첫날부터 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더니 최단 속도로 어느덧 1000만 관객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새롭게 쓰는 역사 속에서 '명량'에 출연한 배우들, 특히 떠오르는 배우 권율에게는 더욱 특별한 심정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엄청난 흥행행진)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부터 하겠습니다. 솔직히 속마음이야 행복한 것은 당연하겠죠.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엄청난 흥행이 이어진다고 가볍게 행동할 영화도 아니고 오히려 영화가 끝난 지금 더욱 겸손하고 진정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 중입니다. 이유는 다들 아실 거예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입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그분(이순신 장군)이시잖아요. 그런 분의 영화를 놓고 '몇 만이 들었느냐, 얼마까지 흥행이 되겠느냐'의 이야기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신 모든 배우분도 마찬가지 일 거예요. 다만 영화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 위대한 분의 마음을 받는 역할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권율은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 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이회라는 배역은 철저하게 아버지를 바라보고 그의 힘겨운 심정을 느끼기만 하는 보조자일 뿐이다. 액션이 중심이 된 영화에서 제대로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한다. 어쩌면 혈기 넘치는 젊은 배우로서는 아쉬움도 남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오히려 과분했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영화제작 전부터였을 거예요. 무려 1년 가까이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대충의 시나리오를 알게 된 순간부터는 더욱 탐이 나던 배역이었죠. 대한민국 최고의 위인이신 이순신 장군의 아들이라는 것이 뭔가 저를 이끌었던 느낌이었죠. 그래서 간절했던 이회 역에 캐스팅된 후 촬영이 끝날 때까지 저는 철저하게 영화와 감독님이 원하는 이회를 연기했습니다. 비록 제대로 된 액션 장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진 못했지만, 장군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분의 심정을 받는 연기를 한 것만으로도 경외심과 영광을 느끼며 연기했습니다."

 

◆ 위인의 마음을 받는 복합적인 심정 연기 쉽지 않았어

권율이 경외심과 영광의 마음으로 연기했다는 이회 역. 그러나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위인을 가장 가까운 옆에서 바라보고 그의 심정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어디 쉬운 일인가. 영화 속에서 이회는 아버지를 해한 조정에 대한 분노. 무모한 싸움을 하려는 아버지에 대한 의심. 하지만 결국 그를 믿겠다는 경외심까지 이런 3가지의 감정이 충돌하는 연기를 펼쳐야 했다. 보는 사람도 쉽지 않은 연기였음이 느껴졌다. 이 부분에 대해 권율은 가려운 것을 긁어 줬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정확하신 분석입니다. 이회라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의 아들이자, 조선의 백성. 그리고 나라에 충성해야 하는 신하였죠. 이에 어느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치우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가진 캐릭터였어요. 쉽게 말해 복합적인 심정이 들어있는 인물이었죠. 그러다 보니 저는 아버지를 해한 임금과 조정에 대한 분노부터 무모한 전쟁을 하려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의심, 하지만 그를 믿어보겠다는 존경까지 모두 다 표현해야 했어요. 매우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

하지만 권율은 이런 연기가 관객들이 느끼는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이라 믿었고 철저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연기했다. 이런 식의 접근이 이회의 복잡한 감정연기를 잘 마무리하게 해주었다.

▲ 배우 권율은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최민식)의 아들 이회로 출연해 복잡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사진=영화 '명량' 스틸컷]

◆ 최선을 다했던 이회 하지만 바라는 바도 있어

권율은 영화가 원하는 '이회'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손에서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서적을 닳도록 보며 연기를 공부했다는 그는 관객들과 전문가들에게도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난중일기를 비롯해 전문 서적을 닳도록 보고 또 보고 했죠. 이렇게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회에 관련된 공부를 하니 실제 영화 속 배역도 알 것 같았고 영화가 원한 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배우 권율 스포츠Q와의 인터뷰 장면

그의 말처럼 노력을 통해 이회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반쪽 성공으로 여긴다. 그는 더욱 적극적인 이회를 바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차기작이 될 이순신 시리즈 3부작 '노량'이 제작된다면 더욱 적극적인 이회를 연기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죠. 이회라는 캐릭터가 너무 수동적이었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솔직히 저는 이회도 한나라의 장군인데 아버지와 함께 왜군들을 무찌르고 하는 처절한 액션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래서 바람이 있다면 차기작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노량'에서는 장군의 아들이자 진정한 무인의 모습을 담은 이회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 '명량'을 계기로 완성된 연기관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명량'은 권율에게 많은 것을 안겨 줬다. 연기자로서의 발전부터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과분한 선물을 모두 가져다준 것이다. 특히 '명량' 덕택에 권율은 진정한 연기관도 완성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최민식 같은 명품배우들을 만나며 얻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하며 확고한 방향을 못 잡았던 그의 연기 세계에 새로운 방향이 나타나게 됐다.

"'명량' 속에서 위대하고 훌륭한 배우분들 특히 최민식 선배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배우란 이런 것이구나, 어떤 방향을 잡아야겠구나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전 배우 권율이라는 이름이 아닌 영화 속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자'는 확고한 연기관을 잡았어요. 이런 자세로 제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이 슬퍼하고 기뻐하는 그런 연기를 펼치고 싶어요. 준비된 배우로서 영화를 제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 제 꿈이죠."

 

마지막으로 권율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좋합적으로 말해 달라는 부탁에 '천행의 연속'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하게 말 못하겠어요. 지금도 전 배우가 된 것이 '천행의 연속' 같으니 말이죠."

[취재 후기] 1000만 영화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충무로의 속설이 있다. 권율은 분명 그의 말처럼 '천행의 연속'에 들어 있는 배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를 깊게 들여다 본 결과 천행보다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권율이라는 배우는 노력으로 완성돼 가는 배우였다.

dxhero@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