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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 배구단의 3가지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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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 배구단의 3가지 놀라움
  • 최문열
  • 승인 2016.03.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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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문열 대표] ‘쉬운 배구’ vs ‘어려운 배구’.

이 대목에서 진정 승부의 명암이 엇갈린 것일까?

지난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펼쳐진 NH농협 2015~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의 4차전. 결국 최종 챔피언 타이틀은 세트 스코어 3-1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거둔 OK저축은행의 품에 안겼다. 막내 구단이 창단 3년만에 두 번 정상을 차지한 것도 놀랍지만 그것도 모두 정규리그 1위 팀들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전통의 명가’를 누르고 왕좌에 오른 것이어서 그 가치와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2연속 우승 후 샴페인을 터뜨리는 김세진 감독과 시몬(오른쪽). OK저축은행은 창단3년만에 두번의 우승을 거머쥐며 신흥 배구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8연속 우승을 노렸고, 이번시즌 현대캐피탈은 스피드배구를 장착하며 한 시즌 최다인 18연승과 함께 6라운드 무실세트 전승을 거둔 강팀이 아니었는가?

더욱이 OK저축은행은 주전 세터 이민규(24)와 센터 김규민(26)의 부상 공백으로 정상 전력이 아닌 상태였다. 그렇다면 OK저축은행의 무서운 뒷심과 괴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지난 18~24일 열린 챔피언결정전을 면밀히 ‘복기’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싶다.

먼저 ‘쉬운 배구’가 ‘어려운 배구’에 앞섰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같은 단기전 승부는 집중력 싸움인 동시에 당일 분위기와 흐름을 누가 갖고 가느냐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판가름 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선 위기 시 확실히 끊어줄 수 있는 특급 해결사의 존재와 활약 여부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OK저축은행의 로버트 랜디 시몬(29·쿠바)이 그랬다. 한마디로 클래스가 다른 시몬은 OK저축은행 배구단의 큰 ‘빽’이었다. 어려운 고비마다 나서주는 덩치 크고 주먹 센, 아니 '블로킹' 높고 ‘스파이크’ 센 형이 뒤에 떠억 버티고 있으니 맘껏 기를 펴고 우쭐대도 겁 날 것이 없었다.

주전 세터 대신 나선 곽명우(25)가 토스한 볼이 네트에 붙는 등 코스와 구질이 나빠도, 2중 3중 블로킹이 버티고 있어도 시몬은 밀어치고 틀어 치고 후려치고 감아 치며 상대 코트를 유린했다. 폭발적인 스파이크 서브는 상대 서브리시브 라인을 주눅 들게 했고 전위에서 펼치는 상대 블로킹 위에서 내리꽂는 A퀵 속공과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쌓는, 높고 견고한 블로킹 벽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를 움츠러들게 했다.

이러니 곽명우는 시몬을 믿고 맘껏 토스를 쏘아댔고 나머지 공격수들도 덩달아 기세를 올렸다. 공격수를 춤추게 하는 세터가 아니라 세터와 공격수를 춤추게 한 세계 정상급 공격수의 위용이 아닐 수 없었다. 시몬이 외국인 선수지만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우러지며 코트 안팎에서 심리적으로도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날 승부처였던 4세트에서 12점을 포함해 총 32점을 기록한 시몬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것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2연속 우승을 만끽하고 있는 OK저축은행 배구단 선수들. 그들은 막내구단으로서 젊음과 패기로 똘똘 뭉쳐 파이팅 넘치는 공격배구로 신선한 바람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몰빵배구’를 상대적으로 ‘쉬운 배구’,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의 한 템포 빠른 스피드배구를 ‘어려운 배구’로 칭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특급해결사 시몬을 앞세운 OK저축은행이 ‘쉬운 배구’로 쉽게 경기를 풀어간 데 비해 선수 전원이 다 같이 잘 해주어야 힘을 발휘하는 ‘어려운 배구’를 선택한 현대캐피탈은 ‘기 싸움’에서 밀리면서 스피드배구 본연의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못해 정상 문턱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번 챔프전에서 시몬의 ‘괴물’ 활약이 첫 번째 놀라움이었다면 두 번째 놀라움은 김세진(42) 감독의 특별한 리더십이다.

우선 OK저축은행의 플레이를 보면 김세진 감독의 현역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2m 장신의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로 타점 높은, 빠른 스윙의 호쾌한 공격이 일품이었다. 밝고 개성 강한 성격의 김 감독은 파이팅이 넘치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의 범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원시원한 공격배구가 김세진 감독의 현역시절 스타일과 닮았다고 여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로 이뤄진 구단을 단 시간 내에 자신의 색깔로 입히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자신만의 배구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고비마다 족집게 전술과 전략으로 대처하는 '영민한' 모습은 입을 벌리게 할 정도였다. 김 감독은 챔프전에 앞서 ‘쫓아가는 블로킹’이 아니라 ‘기다리는 블로킹’ 작전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것은 목적타와 스파이크서브로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까메흐 오레올(30)을 집중 공략해 발을 묶고, ‘빠른 배구’의 공격루트를 예상해 미리 기다려 블로킹으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것은 그대로 주효했다.

또 작전타임 시 김세진 감독의 말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매치포인트에서 서브를 어디로 넣고 블로킹을 어떻게 세우라는 작전 지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순하고 명쾌했다. 시몬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수비 시 시몬에게 오레올의 후위 중앙공격을 전담하라고 지시하고 시몬이 공격 범실을 하게 되면 타이밍을 지적하는 등 알짜 팁을 전해주기도 했다.

김세진 감독이 마지막 4차전에서 1,2세트를 잡은 뒤 3세트 들어 갑작스런 난조로 점수 차가 15-19로 벌어지자 시몬을 전병선으로 교체하며 4세트에 대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 오레올의 스파이크서브에 점수를 내주자 작전타임을 불러 “그런 공을 어떻게 받냐?”며 다독여 주는 모습은 과거의 고압적인 감독이라기보다는 팀 맏형에 가까운 살가운 모습이었다.

이따금 현대캐피탈 못잖게 빠른 배구를 선보인 것은 ‘쉬운 배구’의 진화를 기대케 했다.

사실 현대캐피탈이 무너진 것은 못해서라기보다는 상대가 너무 강해서였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마지막 세 번째 놀라움의 지점은 여기에 위치한다.

최종 우승이 결정된 후 기쁨에 겨워 코트로 뛰어드는 김세진 감독. 김 감독은 자신만의 개성강한 리더십으로 프로배구 판 40대 감독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이번 챔프전이 시몬의 원맨쇼라면 그 쪽으로 두텁게 블로킹 벽을 쌓아 집중마크하고 효과적인수비 전략으로 걷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곽명우 송명근(23)을 비롯해 선수 전원이 미쳤다고 할 만큼 제몫 이상을 톡톡히 해냈다.

송명근 송희채(24) 한상길(29) 등이 과감한 스파이크서브로 상대 서브리시브 라인을 마구 흔들어놓았고 여기에 한상길은 박원빈(24)과 함께 속공으로, 송명근 송희채는 적절한 공격 분담으로 현대캐피탈보다 더 다채로운 공격루트를 뽐내 상대 블로킹 벽을 혼란에 빠뜨렸다. OK저축은행 배구단 선수 개개인의 파이팅과 미친 존재감은 세 번째 놀라움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세진 감독이 위에서 방향을 선명하게 잡고, 시몬이 앞에서 힘차게 잡아끌고, 나머지 선수들이 혼연일체로 신 나서 미는 형국인데 어느 팀이 그 기세를 막을 수 있었을까. 현대캐피탈의 최태웅(40) 감독이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 뒤 초창기 잘 나가던 삼성화재를 떠올리며 앞으로 5연패는 가능할 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괜한 엄살이 아닐 듯하다.

물론 OK저축은행에는 이제 더 이상 시몬은 없다. 다음시즌부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제 도입으로 연봉 상한이 30만 달러(약 3억7000만원)로 정해진 까닭에 백만 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가 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OK저축은행은 드래프트 순번도 마지막이어서 외국인 선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OK저축은행 배구단이 선사해준 놀라움이 계속 이어질지 은근 흥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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