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김성근 감독님은 칠순이신데 펑고를 잘 치시는 비결이 뭔가요?”
“윤석민 선수는 양현종 선수 결혼식 때 축의금을 얼마나 냈나요?”
예상을 뛰어넘는 질문에 선수들과 감독들이 진땀을 뺐다.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는 야구팬들의 참여와 재치가 돋보인 자리였다.
35번째 시즌을 맞아 올해 정규시즌 목표 관중을 지난해 736만530명에서 18% 늘어난 868만3433명으로 잡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로 이날 미디어데이를 꾸몄다. KBO는 프로야구의 주인인 팬들이 자리에서 응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끔 기회를 마련했다.
◆ 얼굴 빨개진 김기태 감독, "추임새를 안 하니 무슨 말을 못하겠네요"
야구팬의 기상천외한 질문에 가장 당황한 사령탑은 김기태 KIA 감독이었다.
자신을 KIA팬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팬은 “감독님이 평소 인터뷰를 하실 때 ‘네…, 저…, 뭐…’라는 추임새를 쓰신다. 그 말 없이 팬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 질문한 사람의 힘을 빼는 ‘추임새 3종 세트’를 빼달라는 주문이었다. 평소 김 감독은 곤란한 질문에 진땀을 흘리며 ‘네’, ‘저’, ‘뭐’를 연발하기로 유명하다.
미디어데이 중계사는 김기태 감독의 인터뷰 녹화 영상을 튼 뒤 김 감독이 실제 인터뷰에서 ‘뭐’, ‘저’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세어보기까지 했다.
난생 처음 들어봤을 질문에 얼굴이 빨개진 김기태 감독은 심호흡을 크게 한 뒤 “KIA팬 여러분 사랑합니다. 올 시즌에도 많은 사랑과 저…”라고 하고는 웃음보를 터뜨렸다.
자제해달라고 했는데도 추임새가 튀어나오자 웃음을 참지 못한 것. 경기할 때 못지않게 진땀 깨나 뺀 김 감독이다.
◆ "한화 팬인데 눈싸움은 오재원 선수와 하고 싶어요"
미디어데이 막바지에는 사전에 팬들이 적어서 낸 소원 중에 선수가 그 자리에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을 해보는 순서를 마련했다.
이벤트에 당첨된 한 여성팬이 무대 위로 나왔다. 그는 자신을 한화팬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소원 내용은 한화 선수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두산 오재원 선수와 손깍지를 끼고 눈싸움을 하고 싶다”고 밝힌 것.
가만히 있다 봉변을 맞은 듯 눈을 번쩍 든 오재원은 ‘내가 왜?’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무대 앞으로 나왔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오재원은 여성팬과 손깍지를 낀 뒤 돌변했다. 갑자기 입맞춤을 하려는 자세를 취한 것. 오재원의 귀여운 돌발 행동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35번째 KBO리그 개막을 알리는 미디어데이. 프로야구의 주인인 팬들과 함께 호흡한 장이었기에 훈훈함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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