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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밴덴헐크, 10년 묵은 '외인 잔혹사' 청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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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밴덴헐크, 10년 묵은 '외인 잔혹사' 청산하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8.09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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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복 없는 삼성에 '단비'…친화력까지 완벽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푸른 피의 외국인 선수들이 팀의 아킬레스건을 치료했다.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27)와 릭 밴덴헐크(29)가 투타에서 혜성처럼 빛나며 팀 선두 수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년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눈부신 활약이다. 나바로는 타율 0.331, 24홈런, 74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하는 있는 가운데 밴덴헐크는 전통적으로 강한 팀 선발진 가운데서 최다승인 12승(2패)을 올리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 투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밴덴헐크(왼쪽)와 나바로는 삼성에 귀중한 존재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두 선수는 각자 자리에서 탁월한 기량을 뽐낸다. 나바로는 빠른 발과 호수비에 장타력까지 출중해 팔방미인 기질을 자랑하고 밴덴헐크는 묵직한 구위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 류중일 감독을 미소짓게 한다.

◆ 3연속 통합우승에 가려진 그림자 '외국인 농사 실패'

삼성은 명실상부 2010년대 프로야구 최강팀이다.

2011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었던 삼성은 2012년과 2013년에도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야구 최초 3년 연속 통합우승을 거머쥔 팀이 됐다.

투타에서 모두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삼성은 다른 팀이 보기에 빈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삼성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었다. 바로 외국인 선수다.

▲ 탈보트는 2012시즌 14승3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하고도 삼성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물론 성공사례도 있었다.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가 최초로 도입된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전천후 투수’ 발비노 갈베스, ‘왼손 커브볼러’ 나르시소 엘비라, ‘검은 소방수’ 벤 리베라 등이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선수생활 황혼기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갈베스는 2001년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15경기에 출장해 10승4패 5완투 2완봉을 기록했다. 완투는 그해 3위, 완봉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평균자책점도 2.47에 불과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이 기대됐지만 갈베스는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과 4차전에서 실망스런 피칭을 했다. 한국시리즈 패권을 두산에 내준 삼성은 갈베스에 이별을 통보했다.

타자 쪽에는 훌리오 프랑코와 찰스 스미스, 틸슨 브리또가 성공사례였다. 이들은 정교함과 파워를 모두 갖추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제이미 브라운, 팀 하리칼라, 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 등 준수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더 뛰어난 선수를 원했던 삼성이 재계약을 하지 않아 생각보다 일찍 짐을 쌌다.

이외에는 대부분 실패 사례였다. 투수 쪽에는 마틴 바르가스, 웨스 오버뮬러, 탐 션, 팀 레딩, 프란시스코 크루세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에스마일린 카리다드(카리대)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며 타자도 트로이 오리어리, 빌리 홀, 제이콥 크루즈, 라이언 가코 등이 저조한 기록을 남긴 채 고국으로 돌아갔다.

▲ 삼성 팬들의 머릿속에 카리대(가운데)는 이젠 지우고 싶은 이름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특히 외국인 투수 중 지난해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27.00을 기록했던 카리대는 류중일 감독에게 지속적으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등판을 피했고, 결국 시즌이 끝난 후 퇴출됐다. 역대 최고의 ‘먹튀 외인’으로 회자되고 있다.

나바로와 밴덴헐크가 돋보이는 이유는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 무수히 실패했던 삼성의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

◆ 투타 전부문 상위권, 삼성 전력의 '핵심'

나바로는 타격 전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타격 15위(0.331), 최다안타 6위(115개), 홈런 공동 3위(24개), 타점 8위(74개), 도루 공동 15위(14개)에 오르며 존재감을 높였다.

특히 올시즌 전 배영섭의 군 입대로 삼성의 약점이 될 것 같았던 1번 타자 자리를 훌륭하게 메운 나바로는 출루율 7위(0.441), 득점권 타율 1위(0.434)에 오르며 찬스를 만들거나 잇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 나바로는 타격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한 타자로 평가받는다. [사진=스포츠Q DB]

조동찬의 부상으로 2루수를 맡은 나바로는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채태인, 김상수, 박석민과 함께 삼성의 내야를 견고하게 잠그고 있는 나바로는 핸들링과 순발력, 슬라이딩, 송구 등 내야수가 지녀야 덕목을 수준급으로 갖췄다. 나바로의 신들린 수비에 상대 타자들은 애꿎은 헬멧만 그라운드에 내리치곤 했다.

지난해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밴덴헐크는 자신을 믿어준 구단에 은혜를 갚았다. 시속 150km를 웃도는 직구와 140km 중반대 슬라이더로 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밴덴헐크는 곳곳에 슬로커브를 배치하며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다.

▲ 밴덴헐크의 광속구는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친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밴덴헐크 역시 다승 공동 2위(12승)와 평균자책점 3위(3.04), 탈삼진 4위(108개), 이닝 당 주자허용률 최소 1위(1.11), 피안타율 최소 1위(0.220), 퀄리티 스타트 공동 5위(11회) 등 투수 주요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 효자 외국인 선수가 됐다.

◆ 소통에도 탁월, '한국형 외인'으로 거듭나다

나바로와 밴덴헐크는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국내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기로 유명한 나바로는 경기 전 박석민, 최형우 등 동료들과 장난을 치며 팀 분위기를 띄운다.

특히 박석민과는 팀 내 ‘개그 듀오’로 통한다. 둘은 더그아웃에서 즉석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수비가 끝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올 때 서로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 나바로와 박석민은 팀 동료들에게 비타민이 되는 영혼의 콤비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또 나바로가 홈런을 치면 박석민은 여지없이 방망이로 나바로의 헬멧을 때린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훈훈한 미소를 짓게하는 나바로는 팀에 완전히 녹아들어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선수처럼 지내고 있다.

밴덴헐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팬들과 소통한다. 국적이 네덜란드인 밴덴헐크는 자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었던 박지성의 열렬한 팬이다. 그의 사진이라도 뜨면 SNS를 통해 스크랩하기에 바쁘다. 이는 한국 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 밴덴헐크는 팀 동료들의 활약을 칭찬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자신이 선발로 등판했던 지난 5일 밴덴헐크는 자신의 SNS에 “오늘 경기는 매우 멋졌다. 나바로가 굉장한 활약을 했다. 멋진 공격과 수비를 해준 선수들이 고맙고 팬들의 응원도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7일에도 “박석민과 박한이, 채태인이 홈런을 쳤다. 좋은 경기를 치른 선수들이 고맙다”고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다. 하지만 밴덴헐크에게 트위터란 팬들과 소통의 창구요, 동료들과 유대를 다지는 건전한 공간이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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