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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챔피언 반지 빼고 다 가졌다, 생애 첫 MVP 문성민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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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챔피언 반지 빼고 다 가졌다, 생애 첫 MVP 문성민의 깨달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3.29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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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년만에 최고 선수 인정…"챔프전 끝까지 즐기지 못해 아쉬움, 계속 즐기는 배구 하겠다" 다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문성민(30·천안 현대캐피탈)에게 최고의 시즌이다. 현대캐피탈 주장을 맡아 최다 연승 기록인 18연승으로 팀을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자신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올 시즌 문성민에게 큰 아쉬움이 하나 남았다. 바로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문성민은 2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29표 가운데 20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남자부 MVP로 선정됐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상이다. 문성민은 2010~2011 시즌 김학민(인천 대한항공) 이후 다섯 시즌 만에 나온 국내 선수 MVP다. 또 2010년 한국 무대 데뷔 후 처음으로 MVP의 영예를 안았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2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MVP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문성민은 "챔피결정전 때 즐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통합 우승을 이뤄내지 못한 아쉬움에 더 컸다.

◆ 최태웅 감독과 함께 '신바람 배구', 국내 선수 자존심을 살리다

문성민은 "배구장을 항상 놀이터라고 하시며 선수들이 재밌게 놀 수 있게 풀어주신 최태웅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부터 신바람을 냈다.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18경기를 모두 이겼다. 패배를 잊은 현대캐피탈이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정규리그 후반기 거침없는 막판 스퍼트에 챔피언결정전도 문제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안산 OK저축은행에 1승 3패로 밀렸다.

이에 대해 문성민은 "시즌 내내 잘 즐기고 놀았는데 정작 즐겨야 할 챔피언결정전 때는 즐기지 못했다"며 "스스로도 너무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도 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선수들 얼굴을 보니 미안함과 허무함이 겹쳐 눈물을 쏟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레올 까메호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별하는 것도 문성민의 아쉬움을 더한다. 다음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을 30만 달러(3억 원)로 제한한다. 오레올과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문성민은 "오레올 같은 선수가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레올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매너도 좋고 선수들과 장난도 잘치고 3박자가 잘 갖춰진 선수"라며 "완벽한 선수와 함께 해 우승의 절호 기회였는데 정규리그에서는 잘했지만 끝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 현대캐피탈 주장 맡은 문성민, 희생정신으로 따낸 MVP

최태웅 감독의 부임과 함께 주장을 맡은 문성민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했다. 최태웅 감독의 '스피드 배구' 특성상 자신의 파워를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오픈 공격 대신 속공 공격을 주로 구사했다.

이와 함께 문성민의 득점도 지난 시즌 640점에서 603점으로 줄었고 공격 스타일을 바꾸며 공격 성공률도 데뷔 이후 처음으로 40%대(48.47%)로 추락했다. 그러나 문성민은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주장으로서 궂은 일을 마다하면 안됐기 때문이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문성민이 29일 V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문성민은 "올해 주장을 맡아 책임감이 더 생겼다. 후배들도 신경써야 했기에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한 팀의 리더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됐고 주장을 맡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것을 참고 팀을 이끌어 온 것은 오로지 우승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문성민은 그 속에서 나아질 점을 찾았다. 문성민은 "마지막에 즐기지 못한 점도 숙제라고 생각하고 보완하겠다. 마음을 가다듬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현대캐피탈은 새 바람을 몰고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문성민이 있었다. 문성민은 스스로 많은 것을 희생하며 시즌을 치렀다. 비록 바라던 챔피언 반지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즐기는 배구'의 맛을 알았다. 문성민의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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