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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동네변호사 조들호' 박신양 중심 스토리 전개에 현란한 촬영, 장점이 아니라 시청자 등 돌리게 만드는 독(毒)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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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동네변호사 조들호' 박신양 중심 스토리 전개에 현란한 촬영, 장점이 아니라 시청자 등 돌리게 만드는 독(毒) 될 수 있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3.30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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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첫 주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지 않았을까? 박신양은 역시 연기를 잘 한다는 평가와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평가 말이다.

29일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2회에서는 3년 전 뇌물수수혐의로 검사 옷을 벗고 노숙자로 살아가던 '조들호'(박신양 분)가 북가좌동 노숙자 방화살인사건의 용의자 변재식(김기천 분)의 변론을 맡아 '동네변호사'로 다시 법정에 복귀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노숙자로 살아가던 박신양을 다시 법정으로 불러세운 '북가좌동 노숙자 방화살인사건'은 바로 3년 전 박신양을 일류 검사 자리에서 끌어내린 신호탄이 된 사건이었다. 검사장 신영일(김갑수 분)은 대화그룹 정회장(정원중 분)의 아들이 저지른 이 사건의 범인으로 박신양과 같은 보육원 출신의 동생인 강일구(최재환 분)를 지목해 박신양에게 처리하게 했고, 박신양은 범인이 최재환이 아니라는 확신에 김갑수가 직접 처리를 지시한 이 사건을 파기하고 미제로 남겼었다.

▲ 29일 방송된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는 노숙자로 살아가던 '조들호'(박신양 분)가 '동네변호사'로 법정에 복귀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사진 =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화면 캡처]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박신양은 김갑수와 정원중, 그리고 법무법인 금산의 대표 장신우(강신일 분) 등 기득권의 눈밖에 나서 뇌물수수혐의를 덮어쓰고 검사직에서 물러나게 됐고, 3년이 지나 최재환과 다시 만나 화해를 하지만 이번에는 눈앞에서 최재환이 사고를 가장해 살해당하고 죄 없는 노숙자 변재식(김기천 분)이 용의자로 지목된 현실에 분개해 '동네변호사'로 돌아오게 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과거의 은원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사건의 전모를 오직 조들호(박신양 분)의 관점에서만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것은 3년 전 이 사건을 담당했던 박신양 외에는 없으며, 박신양도 이 사건의 진범이 최재환이나 김기천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지 그 외의 정보는 전무하기 때문에 박신양의 추리를 따라가는 수밨에 없다.

하지만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이 과정을 친절하게 혹은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짚어주는 대신 매우 거칠게 진행된다. 박신양 자신이 아무런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하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지만 추리의 과정 자체가 매끄럽게 전개되지 못하다보니 가뜩이나 3년 전 사건과 얽혀 번잡한 사건의 맥락을 따라가야 하는 시청자의 호흡은 가빠질 수밖에 없다.

원작이 있는 영상물의 경우 원작의 복잡한 인물관계나 이야기를 영상화하면서 어느 정도 생략해도 이해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동네변호사'라는 설정과 '조들호'라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주변 인물부터 사건까지 모두 원작과 무관하게 드라마의 오리지널 요소로 만들어내고, 여기에 초반부터 숨가쁜 전개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사진 =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화면 캡처]

여기에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복잡한 스토리 전개 뿐 아니라 핸드헬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현란한 화면과 편집으로 상당히 낯선 느낌을 선사한다. 스테디캠이나 핸드헬드가 방송계에서 그리 낯선 촬영기법도 아니고 정적인 작품에 동적인 이미지를 덧입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핸드헬드는 그 사용이 지나쳐 복잡한 전개와 맞물려 어지럼증까지 느껴지게 만든다.

이런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그나마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박신양이 보여주는 탁월한 연기의 힘이다. 능글맞게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다가도 순식간에 몰입해 진지한 눈빛으로 들이대는 박신양은 tvN '배우학교'에서 그가 제자들에게 그토록 강조한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흡까지 낚아챈다. 배우 한 명의 힘이 그야말로 '동네변호사 조들호'라는 드라마를 멱살잡고 '하드캐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신양이 과연 언제까지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혼자서 하드캐리할 수 있을까? 28일 나란히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몬스터', SBS '대박' 역시 만만치 않은 시청률과 이야기로 첫 스타트를 끊은 상황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이런 낯선 초반전개가 계속 이어진다면 시청자들이 오직 '박신양' 하나만을 보고 계속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지켜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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