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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아사다 '10년 지기 라이벌' 화려했던 마지막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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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아사다 '10년 지기 라이벌' 화려했던 마지막 승부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2.2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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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김연아] 김연아 그리고 아사다 마오의 질긴 인연

[스포츠Q 신석주 기자] '김연아는 은메달, 아사다 마오는 노메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10년 동안 피겨스케이팅을 양분하며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활약했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피날레 무대를 마치고 오랜 경쟁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제 이 둘의 라이벌 승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친한 친구이자 맞수로 빙판 위를 누볐던 두 선수의 질긴 라이벌 열전을 풀어본다.

◆ ‘라이벌 10년’ 너무 닮았던 삶 달랐던 길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20살 동갑내기인데다 태어난 달(9월)도 같다. 163㎝ 정도의 신장보다 팔과 다리가 긴 체격조건 또한 비슷하다. 예쁘장한 소녀 이미지를 가진 두 선수는 강아지를 키우는 취미까지 똑같다.

그래도 가장 비슷한 부분은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0순위라는 점이다. 두 선수는 세계대회 우승기록이 같다. 이들은 ISU 그랑프리파이널에서 4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우승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운명의 장난처럼 한국과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복잡 미묘한 관계 때문에 모든 언론에서 ‘라이벌’이란 세 글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두 선수의 공식적인 첫 대결은 2004년 12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파이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사다 마오는 빙상계의 떠오르는 스타였고 김연아는 세계 대회 첫 출전하는 햇병아리였다.

첫 대결은 아사다의 압승이었다. ‘트리플 악셀’을 앞세운 아사다는 172.25점의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였던 김연아(137.75)와는 무려 35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는 두 선수의 맞대결 중 가장 큰 점수 차였다.

당시 아사다는 주니어 여자선수 중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으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었다.

하지만 승부근성이 강했던 김연아의 마음속엔 이겨야겠다는 승부욕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확실한 목표가 생겨났다. 이후 김연아의 실력이 상승하며 1년 만인 2006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를 처음 물리치고 1위에 올랐다.

두 선수의 평가는 시니어 무대로 옮기자 180° 달라졌다. 첫 시니어 맞대결이었던 2006년 12월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우승하면서 김연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고관절 부상으로 2년 동안 주춤했던 김연아는 아사다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김연아는 2008~2009시즌부터 독주체제를 굳히며 ‘피겨여제’로 불리기 시작했다. 반면 아사다는 주특기였던 트리플 악셀에 발목을 잡히면서 슬럼프에 빠져 기량이 떨어지는 상반된 행보를 걸었다.

김연아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7.7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여자 싱글부분 최초로 200점을 돌파한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이 대회에서 아사다는 188.09점으로 4위에 그쳤다.

두 선수의 맞대결 하이라이트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 김연아는 228.56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을 딴 아사다는 개인 최고 점수인 205.50점을 받았지만 김연아와의 차이는 무려 23.06점이나 벌어졌다. 처음 대결했을 때와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와 주니어 시절부터 소치올림픽까지 10년 동안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며 빙판을 주름잡았지만 맞대결을 펼친 적은 많지 않다. 총 15번의 상대했던 두 선수 전적은 9승 6패로 약간 앞섰던 김연아는 마지막 대회인 소치올림픽에서 또 다시 승리하며 아사다와의 대결에서 승자가 됐다.

김연아는 자서전에서 아사다에 대해 “게을러질 때마다 아사다를 생각하면 힘이 났다” “빙판위가 아닌 곳에서 만났다면 더욱 친한 친구가 됐을 것이다” 등 다양한 표현으로 그동안의 애증을 설명했다.

◆ 너무 다른 플레이 스타일 ‘예술성 VS 기술력’

많은 부분에서 닮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지만 플레이 스타일만큼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김연아가 기본에 충실하면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바탕이 된 기술적인 난이도에 집중하는 플레이로 강력한 효과를 선사한다.

김연아는 ‘교과서 점프’라고 불릴 정도로 점프 능력이 탁월하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표현력과 예술성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평가다.

무리한 기술이 요구되는 프로그램보다 예술성이 주목받는 경기를 펼친다. 때문에 기본 점수는 아사다 마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완성도 높은 기술 구사와 표현력으로 많은 가산점을 받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기본 점수는 32.03점으로 아사다 마오(34.69점)보다 2점 정도 낮지만 완성도 높은 기술 구사와 표현력으로 수행 점수(GOE)와 예술 점수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마지막까지 한 방을 노렸다. 기대를 걸었던 ‘트리플 악셀’이 끝까지 말썽이었다. 주니어시절부터 트리플 악셀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목을 맸지만 끝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일본 빙상계의 주역이었던 아사다는 예술성보다는 기술력으로 승부했다. 예술성에서 부족한 부분을 최고점인 8.5점을 주는 트리플 악셀로 채운다는 심산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기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운 기술인만큼 아사다의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멘탈이 약했던 아사다는 큰 경기 울렁증에 시달렸다. 이번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과 싱글 프로그램에서도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범했다.

때문에 관객들도 아사다의 플레이를 마음 졸이며 지켜볼 만큼 심했던 플레이의 기복이 심했다. 이는 아사다의 가장 큰 약점이었고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다.

극명하게 구분되는 두 선수가 절정의 기량을 전제로 플레이를 펼친다면 ‘누가 더 잘할까’로 논쟁했던 지난 10년의 시간이 팬들에게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 ‘동상이몽’ 마지막 도전! 아쉽지만 행복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다. 때문에 이번 무대에 갖는 애착은 남달랐을 것이다. 두 선수 모두 금메달을 목표로 온 힘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서로 다른 이유로 금메달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김연아는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2연패 달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내 목표는 올림픽 2연패보다 내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실수 없이 잘 마치고 싶다”고 말했던 김연아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또한 그는 후배인 김해진(16), 박소연(16)에게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국 피겨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대에 섰지만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주간지 여성자신에 따르면 아사다 마오는 소치로 가기 전 어머니의 묘역을 찾아가 “금메달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했다고 보도할 만큼 각오를 다졌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게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10년 동안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하며 빙상계를 이끌었던 두 선수는 이제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에 서게 됐다.

▲‘숙명의 대결’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대회

장소

김연아

아사다 마오

2013 세계선수권대회

캐나다 런던

218.31(1위)

196,47(3위)

2011 세계선수권대회

러시아 모스크바

194.50(2위)

172.79(6위)

2010 세계선수권대회

이탈리아 토리노

190.79(2위)

197.58(1위)

2010 동계올림픽

캐나다 밴쿠버

228.56(1위)

205.50(2위)

2009 그랑프리파이널

프랑스 파리

201.03(1위)

173.99(2위)

2009 세계선수권대회

미국 LA

207.71(1위)

188.09(4위)

2009 4대륙선수권

캐나다 밴쿠버

189.07(1위)

176.52(3위)

2008 그랑프리파이널

서울 고양

186.35(2위)

188.55(1위)

2008 세계선수권대회

스웨덴 예테보리

183.23(3위)

185.56(1위)

2007 그랑프리파이널

이탈리아 토리노

196.83(1위)

191.59(2위)

2007 세계선수권대회

일본 도쿄

186.14(3위)

194.45(2위)

2006 그랑프리파이널

상트 페테르부르크

184.20(1위)

175.52(2위)

2006 주니어 세계선수권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177.54(1위)

153.35(2위)

2005 주니어 세계선수권

체코 오스트라바

158.93(2위)

179.24(1위)

2004 주니어 그랑프리파이널

핀란드 헬싱키

137.75(2위)

172.25(1위)

합 계

9승 6패

6승 9패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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