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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째 맞는 프로야구, 지도자가 가져야 할 올바른 철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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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째 맞는 프로야구, 지도자가 가져야 할 올바른 철학은?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6.04.01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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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감독의 수상한 야구]

[스포츠Q(큐) 박용진 편집위원] 철학과 원칙이 있는 지도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필자는 어느 팀이 우승할 것인가, 또 5강에 들 것인가 예상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언자도 아니며 점쟁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프로야구 코치로 첫 발을 디딘 것은 1985년 4년차 해인 MBC 청룡 때였다.

팀에 합류해 보니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감독과 코치들의 야구 이해도가 낮았으며 연습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버거웠다. 선수들은 무늬만 프로였다. 아마추어 정신이 여전히 몸에 배어 있었고 프로의식은 약했다. 이 가운데 MBC 청룡 구단은 1986년 일본의 자매구단인 주니치 드래건즈로부터 코치를 지원받게 된다. 미즈타니 코치를 종합코치로 임명했다.

▲ 지난 3월 28일 열린 2016 KBO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0개 구단 감독들과 주장 및 대표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프로야구의 시작은 이처럼 미약했지만 35년 만에 크게 성장했다. 하물며 KBO리그 출신들이 태평양을 건너 메이저리그(MLB)에 진출, 상상도 못했던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4월 1일 2016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한다. 서른 다섯.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인생으로 말하면 많은 경험을 하면서 지나온 세월일 것이다.

감독들의 이기고 싶은 욕망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또 승리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마무리 훈련, 동계트레이닝, 스프링캠프의 3단계를 통해 팀의 기술 향상 및 응집력, 협동심을 길렀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했다고 하지만 시즌에 접어들면 성공한 팀과 실패한 팀으로 나뉘게 된다. 패배가 많은 팀은 대내외 적으로 비난이 빗발친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40% 정도는 질 수밖에 없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이런 비난을 견뎌내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만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감독들이 비난을 견디지 못해 표류하다 좌초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 우리의 인생길에도 평탄한 길만 있지 않는 것 같이 야구에도 험난한 길이 수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노련한 선장을 찾게 된다.

야구 자체가 이토록 ‘복잡다단’한 것이기에 이를 쉽게 풀어가는 방법을 찾는 게 키포인트이며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경기를 하다 보면 얽히고 설킨 실타래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명쾌하게 풀 수 있어야 팀이 상위에 오르게 된다. 원칙과 철학이 강한 감독이 복잡한 것을 명쾌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른 다섯 살 프로야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첫째, 원칙 없는 저질 야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지더라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해야 한다.

셋째, 5회까지는 가능하면 번트를 하지 않는 야구를 하자.

넷째, 정상적인 투수 로테이션을 지키자.

이런 야구를 한다면 수준 있는 야구가 될 것이며, 또 관중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야구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 두 가지를 든다면 자식과 야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자식 농사와 야구 농사는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다. 이것들에 장사는 없다고 한다. 우리는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버지라도 자식 농사에 실패한 경우를 많이 보고 듣고 있다.

야구도 그렇다. 천하의 명감독 소리를 듣는 지도자라도 50~60% 정도는 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야구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몇 해 전 10차례 우승한 감독이 팀을 옮겨 꼴찌에 머무는 모습을 목격했다. 때문에 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하는 것이라 말한다.

‘원칙 중심’의 야구가 강한 야구다.

원칙이 약한 지도자는 고난이 닥치면 흔들리기 마련이며, 또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게 된다. 야구도 마찬가지로 원칙이 강한 지도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우가 치더라도 당황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

야구 경기를 하다 보면 수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런 것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35년이란 세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이 축적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성숙하고 멋진 야구를 팬들에게 선보여야 한다.

원칙을 무시하고 임기응변식인 하루살이 야구는 성공할 수 없다. 팬들을 우롱하는 것이기에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원칙이 없는 투수 운용, 기본을 모르는 작전 남발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야구사전에도 없는 벌떼야구, 투수의 전문화 없이 그때그때 투입하는 운용은 혹사로 이어져 선수의 인생을 망치게 되므로 개선돼야 한다. 팬들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만 이런 점을 고칠 수 있다.

레이스 도중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KBO리그 10개 팀의 체력과 기술은 엇비슷하다. 따라서 멘탈이 강한 팀의 승률이 높게 나오게 된다. 레이스 도중 잠복해 있던 복병들이 별안간 튀어나오는 문제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1년 농사의 성공 여부도 판가름 나게 된다.

6개월 동안 어느 팀이 끈질기게 집중력을 발휘해 승률을 높이느냐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좋은 팀은 감독이 이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 아니며 선수들 스스로 이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런 팀이 강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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