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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4년 만에 부활한 공중파 여성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 '여성예능=실패'라는 편견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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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4년 만에 부활한 공중파 여성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 '여성예능=실패'라는 편견 깰까?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4.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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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방송에 나오는 여성 예능인마다 "여성 예능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부르짖던 소리가 방송국 관계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라도 한 것일까? 공중파에서 싹 자취를 감춘지 4년이나 지난 여성예능이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통해 다시 돌아오게 됐다.

KBS는 봄철개편을 맞아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송하던 '인간의 조건'을 끝내고 그 시간에 여성예능 프로그램인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새롭게 편성해 4월 8일 첫 방송을 한다.

여성예능의 시발점은 2004년 KBS가 선보인 '여걸 파이브'였다. MBC '천생연분', SBS 'X맨을 찾아라'처럼 많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장기자랑과 게임을 진행하는 일명 '짝짓기 예능'이 대세이던 시대에 '여걸 파이브'는 '조혜련, 이경실, 정선희 등 입담 쎈 여자 개그맨 3인방에 핑클 옥주현과 강수정 아나운서 등 다섯 명으로 시작해 이후 베이비복스의 심은진, 홍수아, 가수 이혜영, 현영, 최여진, 이소연, 전혜빈, 정선경, 채연 등 여러 멤버들을 교체해가며 2008년까지 인기리에 방송되며 여성 예능인들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후 MBC도 '무한도전'의 인기에 힘입어 자사 케이블채널인 MBC every1을 통해 '무한도전'의 여성판인 '무한걸스'를 선보였다.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백보람, 정주리, 안영미, 김나영, 현영 등 당대 웃기다는 여성 개그맨이라면 한번쯤 거쳐간 '무한걸스'는 케이블 채널의 한계로 인해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2012년 6월부터는 '일밤'의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잠시 '일밤'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 MBC ever1 '무한걸스 시즌3', KBS '청춘불패', MBC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 판타스틱4, SBS '영웅호걸'

SBS도 이에 뒤질새라 2008년 양정아, 박소현, 송은이, 신봉선 등 일명 '골드미스'라 불리는 노처녀들을 내세운 '골드미스가 간다'를 편성해 2010년까지 제법 인기리에 방송하며 여성예능의 맥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9년에는 KBS가 '청춘불패'로 여성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청춘불패'는 그동안 여성 개그맨들이 주축이던 여성예능을 대신해 소녀시대 유리와 써니, 카라의 구하라, 티아라의 효민,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 포미닛의 현아 등 당시 한창 뜨거운 인기를 모으던 걸그룹 멤버들을 대거 캐스팅해 1년 동안 농촌 체험을 시키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결합시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SBS도 '골드미스가 간다'의 후속으로 2010년부터 애프터스쿨 가희, 핑클 이진, 카라 니콜, 아이유, 티아라 지연, 쥬얼리 서인영 등 걸그룹 멤버들에 노사연, 정가은, 신봉선, 홍수아 등을 내세운 '영웅호걸'로 맞불을 놓으며 여성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여성예능의 전성기는 이후로 끝나버렸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의 등장으로 예능 트렌드가 스튜디오 예능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로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며 여성예능이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일부 여성 개그맨이나 방송인들의 과도한 겹치기 출연이나 남성 예능처럼 다양한 포맷의 시도가 어려운 특성도 빠른 침체에 한몫을 했다. 

방송가에서도 여성 예능을 부활시키기 위한 여성 예능인들의 시도는 많았다. 박미선, 신봉선, 안영미, 김신영 등 기존 여성 예능을 통해 기반을 다진 방송인들은 각자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여전한 활약을 보여줬고, 그 사이 김나영이나 장영란처럼 패널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방송인도 등장했다. 

하지만 한때 예능 위주로 활동하던 걸그룹 멤버들이 점차 예능보다 드라마나 영화 등 연기쪽으로 활동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아졌고, 게다가 비호감 캐릭터를 내세운 수다스러운 여성 예능인은 있어도 유재석처럼 어떤 장르에서도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여성 예능인의 부재도 여성예능을 만들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였다. 

김구라도 '마리텔'에서 그동안 김구라의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장영란, 김정민, 박슬기, 김새롬을 묶어 '판타스틱4'를 선보였지만, "갈수록 자리가 없어지는 여성 예능인들을 대변하겠다"던 큰소리와 달리 처참한 재미와 조각조각 분열된 케미를 보여주며 오히려 여성예능의 한계를 선보였다는 참담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나마 MBC '진짜 사나이'가 그 와중에 여군특집을 통해 여성예능의 가능성을 일부 타진해본 것이 지난 4년 동안의 유일한 여성예능이라 할 수 있을 정도.

▲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예고화면 [사진 = KBS 제공]

그런 면에서 KBS가 2012년 '청춘불패'의 종영 이후 근 4년 만에 선보이는 여성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일단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응답하라 1988'의 '치타여사'로 남다른 코믹 캐릭터를 과시한 라미란을 비롯해 개그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숙과 홍진경, 그리고 '진짜 사나이'에서 뜻밖의 매력을 과시한 쎈 언니 제시와 이런 예능과는 별 인연이 없어 보이던 소녀시대 티파니와 민효린이라는 참신한 라인업을 내세웠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언니들의 계모임이라는 콘셉트 속에서 최근 핫한 트렌드로 떠오른 '걸크러시'를 내세워 스튜디오 예능부터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다양한 영역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님과 함께2'에서 윤정수와의 가상결혼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김숙에 충무로의 대표적인 코믹 감초 캐릭터 라미란, '무한도전'의 유력한 식스맨 후보로도 거론되던 홍진경의 조합은 기존 여성예능과 다른 신선한 맛을 기대해볼 수 있는 조합이기도 하다. 과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방송계에서 이제는 사라진 여성예능의 열풍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까? 수많은 여성 예능인, 방송인들이 아마도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성공 여부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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