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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0) V리그 대세 점령한 센터 양효진, 눈 돌려 이루고픈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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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0) V리그 대세 점령한 센터 양효진, 눈 돌려 이루고픈 것들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4.0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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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퀸-블로킹퀸에 현대건설 우승 MVP까지...만족 모르는 '노력형 천재'에게 한국무대는 좁다

[200자 Tip!]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해외 진출은 최종적인 꿈과도 같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던 이대호는 거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뿌리치고 최고 야구무대인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주전 자리가 약속돼 있지도 않았지만 돈보다 꿈을 선택한 것. 7시즌 연속 블로킹 퀸과 챔피언결정전 MVP 등 국내 최고 센터로서의 개인 타이틀, 2회 팀 우승, 3년 연속 연봉 퀸(2억5000만원)을 차지하면서 V리그에서 목표한 것을 다 이룬 양효진(27·현대건설)에게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배구하는 것은 큰 모험이자 꿈이기도 하다.

[수원=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매일 입는 유니폼이 아닌 드레스를 입어서 어색하더라고요.(웃음)”

배구가 일상인 양효진에게 드레스가 퍽 어색했나보다. 지난달 29일 열린 V리그 시상식에 참가한 소감을 물으니 대뜸 드레스 이야기부터 꺼냈다. 스폰서 업체가 옷을 골라주기 때문에 의상에 대한 고민은 없지만 1년에 한 번 입는 옷이기에 어색했단다.

▲ 부상을 이겨내고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끈 양효진이 수원시청 앞 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같은 센터 포지션인 이선규(삼성화재), 최민호(현대캐피탈)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양효진은 “세 명이서 걸어서 그런지 (다른 여자 선수들과는 달리) 팔짱을 끼지 않았다”고 묘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식단과 취침시간, 심지어 휴식시간까지 배구에 맞추는 양효진에게 시상식 드레스는 ‘유쾌한 일탈’이었다. 무엇보다 팀 우승과 개인상(베스트7 센터상) 모두 달성한 시즌이기에 더 짜릿했다. IBK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전 총 9세트에서 55득점을 퍼부으며 무실세트 3연승으로 5년 만에 현대건설 우승을 이끌었던 양효진은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센터가 챔프전 MVP를 차지한 건 2007~2008시즌 정대영 이후 8년 만이다.

V리그를 뛰면서 이룰 것 다 이룬 양효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했다. 과연 그에게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우승의 여운이 남아 있는 가운데, 수원시청에서 열린 팬 사인회를 마치고 양효진을 만났다.

◆ 7년 연속 '블로킹 퀸'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양효진에게 2015~2016시즌 V리그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실력보다는 언제 터질지 모를 부상을 염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 때문에 이번 정규시즌 경기를 빠졌다. 훈련 중 발목을 다치며 가장 중요한 6라운드에서 일주일간 결장했다. 그가 아픈 사이 현대건설은 4연패 늪에 빠졌다. 당시를 돌아본 양효진은 “내가 빠진 2경기에서 상대팀 역시 멤버가 온전치 않았다. IBK기업은행에는 맥마혼과 김희진이 없었고 흥국생명에도 외국인 선수가 센터 포지션이었다.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했는데 팀이 져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을 본 양효진은 시즌 내내 허리에 시한폭탄을 달고 있었음에도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 흥국생명과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를 앞두고 급성 허리 염좌 진단을 받아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진통제를 맞고 코트에 서는 투혼을 발휘한 것. 2경기에서 도합 41점을 올린 양효진은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켰다.

▲ V리그 시상식에서 같은 센터 포지션인 이선규(왼쪽), 최민호(오른쪽)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양효진. [사진=스포츠Q DB]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3경기 합계 55점을 폭발하며 2010~2011시즌 이후 5년만의 정상 탈환에 큰 역할을 했다. 현대건설은 챔프전 최초 ‘무실세트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주장으로서 팀 우승을 이끈 양효진은 “팀에서 주장에 대한 부담을 주진 않았다”며 “그저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팀 우승과 더불어 부동의 개인 타이틀인 ‘블로킹 퀸’ 자리도 지켰다. 양효진은 세트 당 0.741개의 가로막기를 기록, 2009~2010시즌 이후 7년 연속 블로킹 1위에 올랐다. 어려운 상황에서 왕좌에 올랐기에 기쁠 법도 했지만 그는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올 시즌만큼 연습량이 부족했던 때가 없었어요. 원래 블로킹 연습을 하는 걸 좋아하는데, 몸이 아파서 제자리 점프를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아요. 이번에 대표팀에 들어가서 조금 더 많이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올림픽은 '배움의 무대', 이제는 노하우를 알려줄 차례

‘V2’를 달성하며 시즌을 마친 양효진의 시선은 4개월 뒤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한다.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12년 영국 런던에서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기에 리우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하다.

양효진은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 출전하는 여자 배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14명 안에 포함됐다. 다음달 14일부터 22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 아시아 1위에 오르거나 종합성적 3위 이내에 들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선 한국, 일본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태국(이상 아시아)과 이탈리아, 도미니카공화국, 네덜란드, 페루 등 총 8개 나라가 참가한다.

▲ 양효진이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현대건설 선수단 사인회 현장에서 배구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4년 전, 생애 첫 올림피아드에 섰을 때 감흥이 어땠는지 궁금했다. 잠시 추억에 잠긴 양효진은 “그 자체가 설레고 신기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경기할 때는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다른 경기와는 완전히 다르구나. 내가 이런 대회를 다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국가대표로서 책임감도 배웠고 언니들로부터 국제대회를 치르는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첫 올림픽은 배움의 무대였다”고 돌아봤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덧 중고참급까지 올라왔다. 이효희(한국도로공사)와 김해란(KGC인삼공사), 남지연(IBK기업은행) 등 30대 언니들도 있지만 이소영, 강소휘(GS칼텍스), 염혜선(현대건설) 등 양효진의 손길을 기다리는 후배들도 있다. 특히 소속팀 동료인 세터 염혜선과는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함께 발탁돼 감회가 남다르다.

양효진은 “(염)혜선이와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다. 눈빛만 봐도 무슨 사인을 내는지 안다”며 “사적으로도 친하니 토스를 주문하기도 편하고, 내가 달라고 하는 대로 잘 맞춰주니 좋다”고 웃어보였다.

◆ 2번째 FA, "기회 닿는다면 해외에서 뛰고 싶지만…"

양효진이 이번 세계 예선전에서 반드시 꺾고 싶은 상대는 바로 일본이다.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에 쓰라린 패배를 안겨줬기 때문. 당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36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눈앞에 뒀지만 조직력이 뛰어난 일본을 넘지는 못했다.

“런던 올림픽 이후에도 일본은 이기기 힘들었다”고 말문을 연 양효진은 “선수 구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항상 준비가 잘 돼있는 팀이다. 탄탄한 짜임새가 있기에 약점을 공략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수원시청 로비에서 사인회를 마치고 포즈를 잡은 양효진. 세계 예선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은 상대로 일본을 꼽았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양효진에게 리우 올림픽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무대다. 과거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한국 축구선수들이 유럽 무대로 진출했던 것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해외 구단에서 러브콜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양효진은 신중하게 답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해외 무대에 나가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단 내 포지션이 (날개 공격수가 아닌) 센터라는 핸디캡이 있고 실력 면에서도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한층 성장된 면모를 보여준다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대표팀을 오가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주 경기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실력이 는 것 같습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도 제 자신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4년 전에 따지 못했던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양효진 프로필

△ 생년월일 = 1989년 12월 14일
△ 체격 = 190㎝ 72㎏
△ 소속팀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 포지션 = 센터
△ 출신학교 = 부산여중-부산남성여고
△ 혈액형 = B형
△ 주요 경력
- 2007년 현대건설 배구단 입단
- 2010년 제2회 AVC컵 국가대표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은메달)
- 2011년 그랑프리 세계여자대회 국가대표
-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4위)
- 2014년 그랑프리 세계여자대회 국가대표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금메달)
- 2015년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국가대표 
△ 수상 경력
- 2009년 그랜드챔피언스컵 국제여자대회 블로킹상
- 2010~2016년 V리그 여자부 블로킹상
- 2010년 동아스포츠대상 여자프로배구 올해의 선수상
- 2013년 V리그 여자부 페어플레이상
- 2013년 동아스포츠대상 프로배구 올해의 선수상
- 2014년 V리그 여자부 공격상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금메달
- 2015년 V리그 여자부 베스트7
- 2016년 V리그 여자부 베스트7

[취재후기] 개인적으로는 3년만의 단독 인터뷰였다. 2012~2013시즌에 처음 만났을 땐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소녀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다시 마주한 양효진은 “어린 선수들이 부쩍 성장했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렇다면 본인을 성장시킨 이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절친한 선배인 김연경(페네르바체)을 떠올린 양효진은 “여러 방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내가 언니에게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싱긋 웃었다. 5년 뒤에도 후배들에게 본이 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양효진의 남은 배구인생을 응원한다.

▲ 배구팬들을 향해 손하트를 날리는 양효진. 앞으로 행보가 어떻게 됐든, 새롭게 펼쳐질 그의 배구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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