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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태양의 후예' 자율 주행모드 키스신에 커피·샌드위치·초코바·아몬드·중탕기까지…한국 돌아오자 정점 찍은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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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태양의 후예' 자율 주행모드 키스신에 커피·샌드위치·초코바·아몬드·중탕기까지…한국 돌아오자 정점 찍은 PPL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4.07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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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PPL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6일 방송된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연출 이응복 백상훈) 13회에서는 그동안 우르크 현지에서의 긴박한 이야기들 덕분에 거의 등장할 여지가 없었던 PPL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거 등장해 그동안 잘 쌓아올린 작품의 이미지를 와르르 무너트렸다.

일명 '간접광고'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PPL(Product Placement)은 특정 상품을 방송 매체 속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광고 전략을 말하는 것으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등장한 배송업체 '페덱스'나 영화 '아이엠샘'에서 숀 펜이 일하던 커피숍 '스타벅스', 'E.T'의 M&M 초콜릿 같은 경우가 이야기와 광고효과를 적절히 조화시킨 대표적인 PPL의 사례로 불리는 경우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네 명의 주인공 송중기(유시진 역), 송혜교(강모연 역), 진구(서대영 역), 김지원(윤명주 역)이 우르크에서의 이야기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PPL을 마구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르크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는 공간적인 특이점으로 인해 PPL을 등장시키기 어려웠을테니, 그동안 밀린 PPL이 산적했을 것이다.

▲ 6일 방송된 KBS '태양의 후예' 13회에 등장한 PPL들 [사진 = KBS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6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13회에서 가장 실소를 자아낸 PPL은 진구와 김지원, 일명 구원커플의 애틋한 자동차 키스신이었다. 오랫동안 서로 엇갈리던 두 사람이 드디어 키스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이 중요한 순간, 진구는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자율 주행모드 버튼을 눌러 자동운전을 한 후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김지원에게 몸을 기울여 키스를 한다. 물론 이 자율 주행모드가 제공되는 H 자동차 회사는 '태양의 후예'의 중요한 스폰서 중 하나였다.

또한 송중기가 술에 취한 송혜교를 집에 데려다줬다가 송혜교의 어머니와 마주치는 그 상황에서는 세 인물의 중심에 뜬금없이 흑삼 중탕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아닌만큼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자리에 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정도의 물건이지만, 이상하게도 중탕기는 안 그래도 좁은 식탁의 정중앙을 딱 지키고 서 있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 중탕기 역시 '태양의 후예' 예고가 나올 때 등장하는 중요 스폰서였다.

이외에도 6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에서는 D 커피체인점, S 샌드위치 전문점의 간판이 계속 노출됐고, 배우들도 커피잔과 샌드위치를 상표가 아주 잘 보이도록 붙잡고 먹는 장면을 보였다. 의사 이승준(송상현 역)은 술을 마시다 아몬드가 몸에 좋다며 자연스럽게 아몬드를 꺼내 먹었고, 온유(이치훈 역)도 다 같이 커피를 마시는데 손에 S 초코바를 상표가 잘 보이도록 붙잡고 먹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나온 물건들은 모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중요한 스폰서로 크게 이름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캐스트 어웨이'와 '페덱스'의 경우처럼 적절한 PPL은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의 이야기의 빈틈을 채워주며 서로 윈윈하는 상승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정식 PPL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작비 대신 현물지원을 받아서 삽입된 '공동경비구역 JSA'의 초코파이도 극에서 자연스럽게 PPL을 삽입한 예다.

하지만 영화는 몰라도 한국 드라마에서의 PPL은 지나치게 남발되어 오히려 실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내 딸 금사월'에서 새로 들여온 김치냉장고를 보며 한참을 극찬하는 손창민이나, '후아유 학교2015'에서 아버지에게 반항한다며 전동휠을 타고 거리를 폭주(?)하던 육성재의 모습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날 '태양의 후예' 13회의 PPL도 상당히 무리수가 많았다. 시청자들의 어이를 나가게 한 구원커플의 자동주행 키스신을 비롯해 굳이 송혜교의 문자로 상세한 메뉴 바리에이션까지 지시한 후 "이대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주문하던 송중기의 샌드위치 주문, 그리고 커피숍에 들어갈때와 나올 때 위 아래로 카메라를 훑으며 두 번이나 자세하게 보여주는 커피숍 이름 등 누가 봐도 PPL 티가 팍팍 나는 장면이었다.

물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작 드라마의 특성 상 PPL을 전혀 받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PPL을 넣더라도 최소한 드라마의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PPL을 넣도록 해야지, 이렇게 누가 봐도 PPL 광고를 지금부터 하겠다며 노골적으로 PPL을 넣는 것은 드라마를 사랑해주는 팬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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