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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영남대의 FA컵 무한도전, 기적 없었지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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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영남대의 FA컵 무한도전, 기적 없었지만 아름다웠다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8.1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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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8강전서 성남에 1-2 석패…대학 최초 4강 실패

[성남=스포츠Q 글 홍현석·사진 이상민 기자] 스포츠 현장에는 언제나 이변과 기적이 있다. 최하위팀이 1위팀을 이기고 아마추어가 프로팀을 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다. 그리고 그 이변과 기적에 팬들은 환호한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는 이변과 기적을 볼 수 있는 대회가 바로 FA컵이다.

이번 2014 하나은행 FA컵에서도 영남대학교라는 이변의 주인공이 나왔다. 1998년 동국대, 2006년 호남대에 이어 대학팀으로 역사상 3번째로 FA컵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1996년 FA컵 창설 이후 아직까지 대학팀이 4강에 진출한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영남대와 성남FC의 FA컵 8강전에는 수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많은 팬들은 영남대의 기적을 바랐다.

그러나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컸고 영남대도 이 차이를 넘지 못했다.

영남대는 13일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2014 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아쉽게 1-2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의 보여준 플레이와 투지는 오랫동안 팬들의 뇌리에 남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 후반 36분 영남대 공격수 장순규(가운데)가 골을 넣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 빠르게 경기를 속개하고 있다.

◆ 한국판 칼레의 기적, 4강 문앞서 멈춤

2006년 호남대에 이어 8년만에 FA컵 8강에 오른 대학팀인 영남대는 32강전에서 아주대를 2-1로 꺾었고 16강전에서는 챌린저스리그 팀인 포천시민축구단을 1-0으로 꺾었다. 영남대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첫 프로팀을 만났다.

이 때문에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남대가 만드는 칼레의 기적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프로와 아마추어는 확실히 다르다. 그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승리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7년 동안 영남대를 이끌고 있는 김병수 감독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한다. 모든 사람들이 기적을 꿈꾸고 있지만 아마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적은 확률일 것”이라며 “이번 경기는 배운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전력의 차이를 인정했다.

또 이상윤 감독대행이 6골을 넣겠다는 농담 섞인 도발에 김병수 감독은 “3골만 넣었으면 좋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 영남대를 7년동안 이끌고 있는 김병수 감독은 성남과 2014 하나은행 FA컵 8강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상윤 감독대행과 김병수 감독이 밝힌 것처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는 분명 존재한다. 영남대 이전에 8강에 오른 동국대와 호남대 역시 프로팀인 전남과 인천에 패배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영남대는 지난 두차례 FA컵 경기와 달리 스리백 시스템을 구성,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성남에게 실점하지 않고 역습을 하겠다는 작전이었다.

영남대는 경기 초반 의도가 맞아들어가면서 성남과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싸움이나 움직임 등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결국 전반 22분 영남대 수비수들이 성남 미드필더 이창훈과 몸싸움에서 밀리며 실점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적으로 나선 영남대는 후반 30분에 성남 공격수 김동섭에 골을 내줬지만 후반 35분에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공격수 장순규가 감각적인 골을 성공시키며 끝까지 저항했다.

성남을 맞아 2골을 내주긴 했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보여준 영남대의 김병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실점을 하지 않는데 중점을 뒀지만 전반에 실점하는 바람에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모두 쏟아낸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영남대 선수들이 성남이 제파로프(가운데)가 드리블을 할 때 둘러싸면서 공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영남대가 보여준 한국 축구의 미래                         

영남대 선수들은 이날 1-2로 패배했지만 강력한 수비와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 골 결정력까지 보여줬다. 초반에 스리백으로 나선 영남대는 후반 동점골을 위해 자신들의 주 포메이션인 4-3-3으로 바꿨고 이는 한 골을 넣는 힘이 됐다.

김병수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비적인 운영을 위해서 스리백을 시도했는데 우리에게 맞지 않는 전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도 하나의 소득”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감독의 생각과는 반대로 초반에 실점을 하면서 영남대의 기대와는 다르게 경기가 흘러갔지만 그들이 수비와 선수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는 박수 받기 충분했다.

김병수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정신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축구는 잘하고 싶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다. 부담에서 자유로워져야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다. 평소에도 이를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정신적인 측면도 신경 쓰는 김병수 감독의 철학은 대학팀으로는 유일하게 FA컵 8강까지 진출하는 힘이 됐다.

영남대 선수들은 그의 철학을 실천했다. 성남을 상대로 미드필더부터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고 몇 차례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 영남대 선수들이 성남에 1-2로 패배한 후 운동장에 주저 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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