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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청량중, ’야구와 학업’ 두마리 토끼 잡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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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청량중, ’야구와 학업’ 두마리 토끼 잡은 비결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8.14 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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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학습 효과 극대화

[300자 Tip!] 스포츠스타는 화려하다. 수십억의 연봉은 기본. 연예인 못지않게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다. 하지만 모두가 그들처럼 될 수 없다. 그들은 희박한 확률로 살아남은 극소수의 선수들이다. 운동에만 몰두하다 실패했을 때, 불의의 사고나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접었을 때를 대비해 기초적인 소양을 쌓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중학교가 그 좋은 예다. 전국대회에서 우뚝 선 그들은 공부마저 곧잘 하는 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달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61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청량중학교는 안양 평촌중학교를 8-2로 여유있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7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청량중 선수들은 마운드로 뛰쳐나가 기쁨을 만끽했다.

▲ 제61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청량중학교 선수단이 정문 앞에서 모자를 던지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청량중은 강정필(45) 감독 2009년 부임 이후 줄곧 좋은 성적을 내왔다. 서울권에서는 3년간 빠짐없이 우승을 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큰 규모의 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전국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청량중의 우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야구만 잘하는 학교가 아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청량중 선수들은 모든 수업을 소화하고 있으며 미진한 부분이 있을 경우 보충 지도를 통해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청량중을 직접 찾아 그 비결을 물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인조잔디가 깔린 야구장이 넓게 펼쳐졌다. 그들은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국내 정상에 오른 팀다운 탄탄한 수비 조직력이 눈에 띄었다.

◆ 강정필 감독, "지금은 100세 시대, 야구 해봤자 마흔"

▲ 강정필 감독은 야구 못지않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다양한 분야로 나가 활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저희 때는 주먹구구식으로 운동만 했잖아요. 운동선수가 공부하는 것,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야구하다 그만두더라도 경찰도 하고, 판·검사도 나오고 해야죠.”

강 감독은 제자들이 다양한 직종으로 뻗어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선수들의 학교 성적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선수들이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상위 40% 성적을 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 오후 수업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 훈련은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이다. 여름방학임에도 스케줄 조정 없이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청량중 선수들은 중요한 대회를 앞둔 시점이 아니라면 수업을 빼먹지 않는다.

강 감독은 “야구 100년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오래 해봐야 마흔까지밖에 못한다”며 “60년 이상을 살아야하는 선수들이 공부를 통해 넓은 세상을 보기를 바란다. 나는 그런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를 병행하고 있음에도 청량중의 경기력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야간 훈련을 통해 탄탄한 조직력을 구축했고 마침내 서울을 넘어 가장 권위 있는 전국대회를 제패했다.

◆ 대학생 형들과 함께하는 공부, “피곤해도 해야죠”

운동과 공부를 함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청량중 선수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대학생 형들로부터 멘토링을 받으며 일반 학생들과 벌어진 간극을 메우고 있다.

▲ 청량중의 핵심 선수인 백도렬은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멘토들은 1인당 3~4명씩 그룹 지도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국·영·수 위주의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공부에 거부감이 들 것을 우려해 흥미를 가미한 방식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팀의 3번타자 2루수를 맡고 있는 백도렬(15)은 서건창(넥센)같이 센스 있는 선수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사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웃으며 “죽기살기로 야구해 성공하고 싶지만 공부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경기운영능력을 본받고 싶다는 박인신(14)은 “경희대에 다니는 형이 주요 과목 위주로 보충해준다”며 “야구를 그만 둘 상황이 갑자기 올지도 모른다고 들었다. 이에 대비해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청량중 졸업생 중에는 좋은 표본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이정호. ‘공부하는 선수’의 아이콘이 된 이정호를 잘 알고 있는 후배들은 고된 훈련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강 감독은 “정호는 야구도 곧잘했지만 공부도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던 선수”라며 앞으로도 그런 사례가 이어지기를 바랐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횟수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 체육통, 황인 교장의 철학도 한몫

“우리 학교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해요. ‘표현에 능한 청량인’이 되길 바랐는데 잘 해내고 있습니다. 운동부가 주로 말썽을 일으켜 생기는 폭력대책위원회도 제가 부임한 이후 딱 한 번 열렸을 뿐입니다.”

청량중 학생들은 지난 겨울 강원도 동해로 동계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책 4권씩을 선물받았다. 황인 교장은 선수들이 야구 실력뿐 아니라 교양과 인성도 함께 쌓기를 바랐다. 선수들이 작성한 독서노트는 자신이 직접 검토하며 애정을 보였다.

그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해 누구보다 한국 스포츠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장학사를 지내며 50여개 운동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꿰뚫었고 학원스포츠와 생활스포츠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를 잘 알고 있다.

▲ 황인 교장은 체육교육을 전공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운동부에 도움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황 교장은 ‘배려’라는 덕목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바른 인성을 가지고 남에게 베풀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면서 “공부를 놓지 않고 기본적 소양을 갖춘 우리 선수들은 문제 해결력과 응집력이 좋다”고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그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스포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구 결승전 때 막대 풍선 들고 전교생이 응원 갔습니다. 애교심, 소속감, 사회성이 커졌을 겁니다. 우리 학교는 이른 시간을 활용해 여학생들도 배드민턴, 피구를 하며 몸을 움직입니다. 체육의 순기능 아니겠습니까.”

■ 청량중학교 야구부는 

감독 강정필, 수석코치 오승준, 코치 신정훈 최종국이 지도하고 있다. 3학년 박준혁 이석화 황귀정 양창섭 이창용 이상빈 신명헌 조휘호 박인수 백도렬 최용석 김륜환 김현성, 2학년 박인신 박준영 김동영 최민준 김동현 조용현 김건우 변중섭 김성현 이지환, 1학년 문성원 이재호 박성빈 김경현 귄규헌 황귀현 윤건 민승기 주윤서 곽문수 김현진 진지혁 이준하 김민규 최인호 등 38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중학교 운동장. 인조잔디와 높은 펜스가 있어 야구 훈련에 적합하다.

[취재 후기] 한국은 엘리트 체육을 통해 올림픽에서 늘 10위권에 오르는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난 반면 그림자는 너무나도 짙었다. 수많은 반쪽 선수들을 양산하며 사회적 비용을 낭비했다. 체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교장, 지금은 100세 시대라며 선수들의 교양에 신경을 쏟는 감독, 공부를 병행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는 선수들. 청량중 야구부에서 한국 체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봤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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