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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보다는 분데스리가 최적화 '태극전사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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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보다는 분데스리가 최적화 '태극전사 사용설명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1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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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타일 분데스리가에 더 적합…젊은 선수에 기회 주는 풍토도 한몫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유럽 축구 시즌이 돌아왔다. 그런데 박지성(32)을 시작으로 한동안 줄을 이었던 한국 선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뜸해지고 있다. 진출이 이어지기는 커녕 이제는 '탈(脫) EPL'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대조적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는 한국 선수들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손흥민(22), 류승우(21·이상 바이어 레버쿠젠), 구자철(25), 박주호(27·이상 마인츠05), 지동원(23·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김진수(22·호펜하임)까지 7명의 한국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다. 범위를 주전급으로 좁혀도 손흥민, 구자철, 박주호 등 3명이나 되고 올시즌 데뷔를 앞두고 있는 김진수도 주전급 도약을 노린다.

현재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윤석영(24·퀸즈파크 레인저스) 등 두 선수만 EPL에 남아 있고 이 가운데 기성용만 주전인 것과 대조적이다. 범위를 잉글랜드 리그 전체로 넓혀봐도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 김보경(25·카디프 시티) 등 리그 챔피언십(2부)에서 뛰는 선수를 포함해도 모두 4명에 불과하다.

EPL과 독일 분데스리가의 리그 위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 EP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모두 유럽 3대 리그로 위치를 굳건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리그 내 위상은 극과 극의 양상이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비롯됐을까.

◆ EPL의 영입 전쟁에 한국 선수 경쟁 밀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아스널, 리버풀 등 전통적인 '빅4'와 함께 맨체스터 시티가 가세하면서 EPL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선수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했던 2005년에도 EPL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드는 무대였지만 9년 전에 비해 지금은 훨씬 더 치열한 선수 영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톱 클래스로 평가받지 못하는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벌이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박지성이 맨유, 이영표(37)가 토트넘 핫스퍼 등 명문 또는 중상위권 팀에서 뛰었던 것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주전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유망주들에게 기회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최근 EPL에 진출한 선수들은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평가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스완지 시티로 이적한 경우이지만 윤석영과 지난 시즌 EPL을 경험했던 김보경은 모두 K리그 또는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한 뒤 온 경우다.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지동원 역시 K리그 전남에서 뛰다가 곧바로 선덜랜드로 건너간 경우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이 각각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에인트호번에서 맹위를 떨치며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아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EPL은 정규리그와 FA컵, 리그컵을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빡빡한 일정을 보낸다. 정규리그만 해도 38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연말연시에도 휴식없이 리그를 치른다. 이 때문에 EPL 각 구단들은 로테이션을 위해 선수들의 영입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영이나 김보경, 지동원 등도 주전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로테이션 차원에서 영입된 것이었다. 로테이션으로 뛰다가 실력을 인정받고 기량이 성장한다면 얼마든지 주전급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있지만 윤석영과 김보경 모두 아직까지 그만한 실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지동원도 마찬가지로 끝내 EPL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분데스리가로 건너갔다.

EPL의 경기 스타일도 세계 최고의 선수만 모이다보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물론 EPL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 스타일이긴 하지만 선수들의 개인기에도 많이 의존한다. 측면 돌파만 예를 보더라도 선수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뚫는 경우가 많다.

측면 돌파에서도 협력 플레이를 하는 분데스리가와 차이점을 보인다.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EPL보다 분데스리가에 더 잘 맞는다.

▲ 손흥민이 지난달 30일 FC서울과 친선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경향이 많아 손흥민처럼 발전 가능성이 큰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풍토다. [사진=스포츠Q DB]

◆ 저렴한 이적료에 팀 충성도 강해…분데스리가의 '한국 사랑'

EPL과 비교하면 독일 분데스리가의 한국 선수 사랑은 대조적일 정도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한국 선수에 대해 애정을 쏟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일단 한국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양쪽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끌린다. 한국 선수들의 양발 사용은 독일 분데스리가 뿐 아니라 EPL 등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대목이다. 대체적으로 한쪽 발을 잘 쓰는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양쪽 발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큰 경쟁력이다.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

분데스리가 자체가 EPL에 비해 유망주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풍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분데스리가도 물론 특급 선수들을 많이 데려오긴 하지만 EPL의 경쟁에 비하면 뜨겁다고 할 수는 없다. 독일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20대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의 주전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 연착륙하기가 용이하다. 아우크스부르크 같은 팀들은 구자철과 지동원을 임대로 데려와 톡톡한 재미를 봤고 지금은 홍정호를 보유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도 유망주를 키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지동원을 영입했다. 선덜랜드에서 사실상 실패했던 선수이지만 자신이 길러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지동원은 14일 벌어진 바이에른 뮌헨과 슈퍼컵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클롭 감독은 지동원의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말로 적지 않은 애정과 기대감을 갖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플레이 스타일도 한국 선수에 더 적합하다. 개인기로 상대팀을 공략하는 EPL이나 프리메라리가와 달리 분데스리가는 협력 플레이가 많다.

또 유교문화 때문에 팀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다는 점도 조직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의 문화에 적합하다. 팀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것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선수도 마찬가지여서 일본 선수들의 독일행에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시아 시장 진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여기에 '차붐(차범근) 프리미엄'도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는 것도 분데스리가가 한국 선수에 애정을 쏟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독일 축구계는 아직까지도 1980년대를 풍미했던 차범근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레버쿠젠을 비롯해 적지 않은 독일 축구 인사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우호적인 것도 한국 선수들의 분데스리가 연착륙을 돕고 있다.

EPL은 16일 맨유와 스완지 시티의 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38라운드 정규리그 일정에 들어간다.

슈퍼컵을 시작으로 2014~2015 시즌의 문을 연 분데스리가는 23일 바이에른 뮌헨과 볼프스부르크의 개막전으로 정규리그를 벌인다. 독일 분데스리가 1라운드에서는 호펜하임과 아우크스부르크, 도르트문트와 레버쿠젠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어 한국 선수들 맞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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