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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일 우정의 무대' 용산구 리틀야구단의 아주 특별한 2박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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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일 우정의 무대' 용산구 리틀야구단의 아주 특별한 2박3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4.1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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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로 16명 초대, 번역기 사용해 서투른 의사소통... "프로선수로 만나자"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2014년 8월 25일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 준결승전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 선수단이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스탠드에 나타나 ‘코리아’를 외쳤다.

한·일 야구 꿈나무들의 뜨거운 우정이 1년 8개월 만에 재현됐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지난 8일 2박 3일 일정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도쿄 기타쓰나 리틀야구단을 초청, 2016 한일 리틀야구 친선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 선수단과 그의 부모들은 김포국제공항에서부터 일본의 친구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단순한 마중이 아니었다. 11명이 홈스테이를 자처해 16명과 이틀 밤을 함께 보냈다. 언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서투른 영어 실력과 보디랭기지, 휴대폰 번역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야구라는 공용어로 장벽을 뛰어넘었다. 양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 이야기를 하면 모두 통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준성, 김재원, 이마노, 강승현, 겐토, 나쓰키.

이용빈(경원중 1)과 박준성(원명초 6)은 “우린 리키 효도와 삼겹살 외식을 했다. 탁구랑 당구도 치고 사격도 했다”고 귀띔했다. 김한민(덕수중 1)은 “하야토 유미사시와 집에서 불고기를 해 먹었다”며 “외국인이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이 처음이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용산구 학부모 총무인 김재원(잠신초 6)의 어머니 조희선 씨는 “처음엔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하긴 했다”고 웃으면서 “도키토 이마노가 묵었다. 어찌나 착하고 순수한지 이틀 재웠다고 꼭 내 자식 같더라”고 돌아봤다.

▲ 경기 시작 전 도열해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는 기타쓰나(왼쪽)와 용산구 선수단.

조 씨는 “아들도 아들이지만 내가 더 좋았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망설임 없이 또 손님을 맞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실력, 마인드를 보면서 기타쓰나가 괜히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야구적으로 자극도 많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리틀야구단과 장충구장을 나눠 쓰는 용산구는 상시 열리는 전국대회로 인해 1년에 80~90일 간 구장을 비워야 하는 입장이다. 조 씨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리틀야구를 지원하는 일본의 시스템, 야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부럽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월드 챔피언의 벽은 높았다. 용산구는 10일 맞대결에서 조민준(덕수중 1), 김경민(홍은중 1), 이준학(경원중 1)의 홈런으로 맹렬히 추격했지만 결국 7-13으로 패했다. 승패는 중요치 않았다. 양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 용산구 학부모 총무이자 김재원(왼쪽 첫 번째)의 엄마인 조희선 씨(가운데)는 "이마노가 어찌나 순수한지 이틀간 정이 들어 아들같이 느껴지더라"고 웃었다.

용산구 학부모들은 경기 종료 후 찾아와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우렁찬 목소리로 감사를 표한 기타쓰나 선수들을 격려와 박수로 맞이했다. 박준성, 김재원, 강승현은 이마노, 나츠키, 겐토 등 이틀 밤을 함께 지낸 친구들이 짐을 꾸리는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경민은 “기타쓰나 선수들의 기본기가 참 탄탄하더라. 배울 것이 참 많았다”며 “꼭 성공해서 나중에는 프로선수로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스포츠 앞에 한일간의 신경전은 없었다. 소중한 추억과 좋은 친구만이 남았다.

▲ 2016 한일 친선 리틀야구대회를 앞두고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는 용산구와 기타쓰나 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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