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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선함과 산만함의 사이, 하이브리드 드라마 '잉여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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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선함과 산만함의 사이, 하이브리드 드라마 '잉여공주'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8.15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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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두 가지를 섞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하이브리드’는 대상을 막론하고 대세적인 키워드다. 섞기 전 고유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과물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올 상반기 히트했던 노래 ‘썸’처럼 ‘~인 듯 아닌’ 형태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습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7일 첫 회를 방송한 tvN드라마 ‘잉여공주’ 역시도 융합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하이브리드 드라마’다.

 

◆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결합 = 인어공주 김하니

‘잉여공주’는 굉장한 판타지다. ‘야경꾼 일지(MBC)’나 ‘별에서 온 그대(SBS)’도 일상에는 없는 인물과 능력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판타지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잉여공주’만큼 비주얼적으로 판타지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드라마는 없었다.

주인공 ‘김하니(조보아)’는 인어왕국의 열여덟번째 공주다.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를 그대로 표현했다. 그녀는 인어 꼬리로 물을 헤엄치며 인간 세계에 가길 꿈꾼다. 결국은 인간이 되게 해 주는 약을 먹으러 마녀를 찾아간다. 동화 ‘인어공주’의 내용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동화의 기본 내용인 권선징악을 살린 드라마는 많았지만 기본 설정이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동화를 고스란히 재현한 경우는 없었다. 특히 인어공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만 재현됐을 만큼 비현실적인 소재다. ‘잉여공주’는 인어라는 소재의 특이성을 살려 표현의 제약을 없앴다.

판타지적 설정을 빌려왔지만 20대의 현재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리얼리티와 멀어지진 않는다. 이현명(온주완)은 현재 변변한 직업이 없어 여자친구와 헤어질 위기에 놓였다. ‘사랑보다 돈이 강한’, 어쩌면 판타지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이별 이유지만 이는 우리의 현실이다.

현명을 포함한 취업 준비생들은 ‘잉여하우스’라 이름붙인 한 집에 산다. 생활비가 부족한 20대들이 택하는 ‘셰어하우스’의 모습이다. 유쾌함을 기본으로 하지만 ‘사람들은 청춘이라 부르지만 스스로는 잉여라고 부르는’ 20대들의 고군분투와 짠한 모습 또한 담아낸다.

◆ 코미디와 드라마의 결합 = ‘SNL드라마’란 별칭

‘잉여공주’는 ‘SNL드라마’라고도 불린다. ‘SNL코리아’의 백승룡PD가 연출하고 크루 멤버인 김슬기와 김민교가 출연한다. 제작진과 배우들에게서 ‘SNL’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제목과 제작진, 출연진에서 오는 코믹한 느낌은 연출에서 두드러진다.

▲ '잉여공주' 1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듯 '자소설'을 작성하는 이현명(온주완). [사진=tvN제공]

현명은 회사 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며 의지를 불태운다. ‘미술을 전공했으나 다른 쪽에 관심이 많아…’로 시작되는 자기소개서는 결국은 회사와 지원 부서에 맞춰 거짓을 적는 ‘자소설’이 됐다. 이 장면에서 현명은 피아노를 연주하듯 눈을 감고 열정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배경음악으로는 격정적인 클래식이 깔렸다. 취업을 위해 스스로를 속여가며 가상의 창작물을 만드는 서글픈 장면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이밖에 개성 강한 조연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자막 효과와 그래픽이 곳곳에 등장하며 코미디와 드라마를 결합한 ‘잉여공주’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 음악과 극의 결합 = 반전‧몰입에 효과적

드라마 내내 밝고 명랑한 캐릭터였던 현명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장면 전체를 덮는 음악이 흘러나오면서부터다. 현명은 사귀던 여자친구 윤진아(박지수)의 어머니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듣고 집으로 쓸쓸히 돌아간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곡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이다.

‘그런 날이 있어/그런 밤이 있어/말하지 아마도 말하지 않아도/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라는 가사가 대사 없이도 화면과 어우러져 뮤직비디오와 같은 느낌을 낸다. 이 장면은 밝게만 보였던 현명이 사실은 짠한 처지의 취업 준비생이란 걸 보여주는 것에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감성적인 보컬과 상황에 맞는 가사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장면은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 테마곡으로 삼은 ‘응답하라1997’을 떠올리게도 했다. 전반적으로 명랑한 느낌의 드라마에 노래가 흐르며 감성에 젖게 한다는 점과 모노톤의 화면 색채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제 제작발표회에서도 ‘잉여공주’의 제작진은 드라마 장면에 음악을 삽입한다는 점에서 ‘응칠’과 비슷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응칠’과는 다르다. 1997년을 배경으로 했던 ‘응칠’이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삽입해 과거 추억에 젖게 했다면 ‘잉여공주’는 2014년 현재를 얘기한다. 추억보다는 장면에 대한 몰입과 공감을 돕는 장치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잉여공주’는 판타지와 리얼리티, 코미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등 여러 장르가 결합된 드라마다. 사람과 물고기의 결합이라는 ‘인어공주’의 소재 자체가 하이브리드적 속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르 간 결합으로 신선함을 얻었지만 자칫 산만해질 수 있다는 점은 약점이다.

극중 인어공주 김하니는 100일 안에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하면 물거품이 된다. 신선함과 긴장감으로 극을 이어갈지, 혹은 산만해져 이도 저도 아닌 내용으로 물거품이 돼 버릴지는 앞으로의 연출에 달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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