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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1) 몽니 보컬 아닌 '뮤지컬 배우' 김신의,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믿고 보는 배우' 자리에 오르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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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1) 몽니 보컬 아닌 '뮤지컬 배우' 김신의,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믿고 보는 배우' 자리에 오르다 (인터뷰Q)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6.04.1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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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YB의 윤도현, 트랙스(Trax)의 제이, 자우림의 김윤아, 플라워의 고유진 등 록 밴드 보컬들의 뮤지컬배우 겸업이 새삼스럽지 않은 요즘이다. 지난 2005년 ‘몽니’로 데뷔해 2008년 록 뮤지컬 ‘록키 호러 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오른 김신의 또한 가수란 타이틀과 함께 뮤지컬 배우란 호칭을 하나 더 갖고 있는 록밴드 보컬 중 한 명이다.

[스포츠Q(큐) 김윤정 기자] 아이돌그룹과 대형기획사 위주로 돌아가는 대중가요 ‘판’에서 인디밴드가 설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인디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몽니’란 이름은 분명 익숙지 않지만, 크게 낯설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뛰어난 음악성으로 약 10년간 ‘몽니’의 이름을 지켜왔고, 끊임없는 뮤지컬 활동으로 배우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 ‘Grown Up(그로운업)’, ‘술자리’, ‘눈물이 나’ 등의 노래로 유명한 혼성 4인조 모던록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를 ‘마리아 마리아’의 막이 오르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났다.

▲  모던록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패션 오브 지저스 크라이스트'에서 예수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HJ컬쳐' 제공]

◆ “예수역, 서있는 것부터 걸어가는 것까지 무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

‘머더 발라드’, ‘고래고래’, ‘곤, 더 버스커’, ‘락 오브 에이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록키호러쇼’ 등 다수의 뮤지컬에 참여한 김신의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마리아 마리아-패션 오브 지저스 크라이스트(이하 마리아 마리아)’다. 성경 속 예수와 마리아의 관계를 마리아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번 작품에서 김신의는 브릭의 허규와 함께 예수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먼저 예수역으로 캐스팅된 (허)규가 저를 추천해 줘서 같이 하게 됐어요. 같은 역이지만 저는 거칠고 (허)규는 부드러워요. 어떻게 보면 (허)규는 좀 여성스럽다고 해야 하나? 저는 남성스러운 면이 더 강한 것 같고요. 실제 성격도 (허)규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편인데 전 거칠고 동물적인 면이 강하죠.”

‘마리아 마리아’ 외에도 허규와 김신의는 ‘곤, 더 버스커’, ‘고래고래’ 등에 함께 출연하며 동료 이상의 친분을 쌓았다. “(허)규가 워낙 성격이 좋아요”라고 전한 김신의는 ‘마리아 마리아’ 이후 들어갈 ‘고래고래’에서도 다시 한 번 허규와 함께 하기로 했다.

▲ 김신의와 함께 '예수' 역을 맡은 허규 [사진 = 'HJ컬쳐' 제공]

4년 만에 막을 올린 올해 ‘마리아 마리아’는 무대와 의상, 음악과 드라마 등이 새롭게 구성돼 관객들을 맞았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7인조 라이브 밴드의 합류로 더욱 생생한 사운드의 넘버들이 보강됐다. 기존에 큰 사랑을 받았던 넘버 ‘당신이었군요’와 ‘나의 남자’ 등에 이어 ‘황제여, 장군이여!’, ‘로마식대로’, ‘양 좀 사시오!’, ‘날 보내줘요 아데미 신이여!’, ‘사슬에서 벗어나’ 등의 명곡들이 탄생했다. 보컬로서 10년간 활동해 온 김신의에게 넘버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은영 음악감독님이 너무 훌륭한 곡들을 완성시켜 주셔서 감사하죠. 세션분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고요. 작곡가님께서 곡을 잘 쓴 것도 있지만, 곡들 자체가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편곡된 곡들이 ‘마리아 마리아’를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것 같아요.”

‘마리아 마리아’를 얘기할 때 예수의 마지막 7일간을 록 오페라 방식으로 그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신의는 지난 2013년 공연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출연했다. 당시엔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 역을 맡아 지금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미 예수 역을 간접경험해 본 일은 확실히 이번 공연에 큰 도움이 됐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했을 때 이지나 연출님이 지저스 역을 맡았던 (박)은태와 마이클리 형한테 ‘예수는 걷는 것 자체가 멋있어야 한다’,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을 항상 했었어요. 그때 전 유다 역을 맡았지만, 그걸 보면서 마이클리형과 (박)은태가 했던 예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죠. 당시에 그들이 보여줬던 예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서있는 것부터 걸어가는 것까지 무게를 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공연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하체 운동을 되게 열심히 했어요. 무대에 서있을 때나 걸어갈 때, 중심이 잡혀 있는 그런 느낌을 보여주려고요.”

김신의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었을까. 무대 위 예수를 표현하는 김신의의 연기는 묵직하고 그윽했다. 넘버를 부를 땐 폭발적이면서도 깊은 감정의 전달을 놓치지 않았다. 파트너인 마리아 역의 이영미와 함께할 땐 두 사람의 시너지가 합쳐져 최상의 하모니가 이뤄졌다. 비교적 무겁고 안타까운 스토리가 이어가는 ‘마리아 마리아’에서 김신의의 절규하듯 내지르는 보이스는 극의 몰입을 더하며 관객들의 감성을 울렸다.

“이번 공연을 연습할 땐 거의 100%를 쏟아내면서 했어요. 무대에서 더 많이 쏟아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주위에서 ‘그러다 목 상해’란 얘기들을 할 정도로 완전히 몰입했던 것 같아요, 연습할 때조차. 또 대극장이다 보니까 모션도 많이 연구를 했고, 넘버들 자체가 굉장히 격렬하고 강하게 질러야하는 곡들이 많아요. 그 부분에서 관객들을 압도할 수 있는 성량과 발성이 필요해서 성악 발성으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마리아 마리아’ 하면서는 울림도 좋아진 것 같아요.”

▲ [사진 = 'HJ컬쳐' 제공]

◆ “종교색 강한 작품, 거부감 당연하지만 결국엔 ‘작품의 진실성’” 

‘마리아 마리아’에서의 명장면은 역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장면이다. 김신의 또한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이 장면에서 예수는 십자가의 형벌을 피하고 싶어 절규를 터트린다. 신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두려워하는 예수의 모습이 그려질 때 김신의는 ‘아무도 날 믿지 않네’를 부른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으로 하나님과 대면하며 피눈물이 될 때까지 눈물을 흘리고 기도를 하던 김신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의 ‘겟세마네’가 떠오를 정도의 상당한 고음을 자랑하는 ‘아무도 날 믿지 않네’를 부르며 예수의 고통을 표현한다.

“저는 이 노래를 부를 때 너무 가슴이 아파요. 처음에 ‘결국엔 왔구나. 피할 수 없는 게. 이것이 아버지의 뜻인가’라고 읊조리면서 노래를 시작하거든요. 피할 수 없는 십자가 형벌에 대한 두려움, 가슴에 많이 와 닿는 것 같아요. 저는 예수의 역할에 있어서 이 노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뒤에 심판을 받는 등 다른 장면들도 있지만, 결국엔 예수라는 역할이 십자가 형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넘버를 부르기 위해 달려온 것 같아요.”

▲ [사진 = 'HJ컬쳐' 제공]

실제로 기독교인인 김신의에게 ‘마리아 마리아’는 많은 의미가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맡은 유다 역에서도, 그리고 ‘마리아 마리아’에서의 예수 역에서도 김신의는 자기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특별한 의미를 찾고 있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를 하면선 ‘나도 언젠간 유다 입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돈이나 인기, 명예 같은 것들이 저한테 왔을 때 언제든지 예수의 이름을 팔 수 있고, 모른 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또 ‘마리아 마리아’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내 모습과, 신앙인으로서 예수를 연기하는 부분에서 생기는 괴리감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그러다 또 마지막에 마리아가 ‘당신이었군요’ 노래를 부르면 마리아의 입장이 곧 제 입장이 되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무래도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이번 작품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 '마리아' 역을 맡은 소냐 [사진 = 'HJ컬쳐' 제공]

그러나 역시 종교적인 색이 강한 이번 작품은 종교를 믿지 않거나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관객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신의는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동시에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성경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비종교인이 당연히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간에 기도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하느님을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아요. 단지 성경을 토대로 역사적인 사실과 예수의 발자취 등을 얘기하기 때문에 비종교인이 봤을 때도 ‘예수가 저런 인물이었구나’, ‘저런 사랑을 갖고 있었던 인물이었구나’ 이렇게 접근할 수 있는 거죠.”

“결국엔 작품의 진실성인 것 같아요. 물론 배우들이 다들 연기를 잘하기도 하지만, 몰입하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매회 눈물을 흘리는 (이)영미누나, 소냐, (허)규, 또 12제자를 비롯한 모든 앙상블에서 나오는 무대 안에서의 집중과 몰입에서, 종교가 없는 사람도 예수라는 인물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르기 전 김신의는 매번 기도를 한 뒤에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공연에 임한다.

‘하나님 제가 오늘도 예수 역을 합니다.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오늘 이 무대의 예수로, 예수를 모르는 사람도 예수를 궁금해 할 수 있는 공연이 되게 해주세요.’

▲ [사진 = 'HJ컬쳐' 제공]

◆ “이젠 배우라는 이름 낯설지 않아… ‘믿고 보는 배우’ 되고파”

김신의는 꽤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이젠 배우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는 김신의에게 남다르게 다가온 작품이라면 단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다. 뮤지컬 배우로서 김신의를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이지나 연출의 뼈아픈 충고는 피와 살이 됐고, 작품을 하면서 만난 배우들에게서 배운 점도 많았다.

“그땐 사실 뮤지컬의 ‘뮤’자도 몰랐을 때였고, 동선도 외우질 않아서 맨날 욕만 먹었어요. 그렇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하다 보니 느낀 점도 많았고 전환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한 ‘머더 발라드’나 ‘고래고래’, ‘마리아 마리아’, ‘곤, 더 버스커’를 중소극장이나 대극장 등 여러 군데서 해보면서 무대에서의 움직임이나 걸음걸이, 그 외 디테일한 것들을 현장에서 배워 나갔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웃음)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어른이 돼야겠죠, 깊이 있는 배우가.”

이제는 어느 정도 배우란 타이틀에 자신감을 갖게 된 김신의는 영화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어렸을 적 꿈이 배우였다는 김신의는 영화 ‘올드보이’와 ‘파이란’의 장면들을 언급하며 영화를 향한 흥미를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조한선, 박효주, 한지상, 김재범 등과 함께 출연한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 촬영은 그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다.

어쩌면 “꼭 다시 한 번 영화를 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김신의가 노래와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 무대에 서 있는 건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메인은 밴드”라고 말하는 김신의는 ‘뮤지션’으로서의 자부심도 버리지 않았다.

“제 목소리에 개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독보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 같이하는 배우들도 저의 보이스나 성량에 대해서 궁금해 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해요. 그래서 좀 개성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특이하죠, 록 밴드를 하면서 뮤지컬을 한다는 게. 아무래도 록 발성을 기반으로 부르기 때문에 어떤 역을 해도 기본적인 이 색깔은 가지고 갈 것 같아요. 성악 발성을 요구한다고 해도 록 발성이 기본적으로 장착이 돼 있어서 더 매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신 ‘파리넬리’는 절대 못하겠죠.(웃음)”

오는 17일 ‘마리아 마리아’가 막을 내리면 김신의는 다시 록 밴드 보컬로 돌아간다. 록 페스티벌 시즌을 맞아 준비할 공연과 새 앨범 작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선보인 ‘마리아 마리아’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감정이입에 더 좋다”는 장점을 언급한 김신의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항상 발전해서 믿고 보는 그런 배우, 관객들이 생각했을 때 ‘저 역을 하는 구나, 잘하겠다’, ‘재밌겠다’, ‘궁금하다’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연기와 노래에 대해서 지금은 자신 있어요. 관객이 어떻게 평가를 하던 ‘나는 잘하고 있다’, ‘내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어요.”

▲ [사진 = 'HJ컬쳐' 제공]

[취재후기] 필자는 무교다. ‘마리아 마리아’ 공연 관람 전 거부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김신의의 말대로 관람 후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관객들이 눈물짓는 ‘십자가’ 장면에서는 찡한 울림이 있었다. 종교 이전에 작품이었다. 김신의의 그 말이 맞았다. 그리고 작품을 이끌어가며 열연을 펼치는 김신의란 배우가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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