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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램버트와 퀸의 '잠실벌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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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램버트와 퀸의 '잠실벌 랩소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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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8월14일, ‘록음악의 교황’ 퀸이 잠실벌에서 한국 팬들을 만났다.

14일 오후 8시30분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록페스티벌 ‘슈퍼소닉 2014’ 무대에 오른 불멸의 영국 록밴드 퀸은 결성 43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 멀고도 긴 길을 돌아온 만남이었다. 1960년대 팀 결성을 주도했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꽃미남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백발이 성성한 노년의 뮤지션으로 등장했다. 관록과 카리스마를 품은 두 전설과 직접 조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1만5000 관객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 애덤 램버트와 브라이언 메이의 앙상블
▲ 퀸 내한공연 무대 전경

1960년대 '브리티시 어베이전(영국 록음악의 미국 진출)'을 주도한 비틀스와 롤링스톤스 이후 1971년 결성된 퀸은 영국 록음악의 위력을 다시금 전 세계에 과시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했다. 앨범 판매량 3억 장에 'UK 앨범차트' 1300주 이상 등재라는 대기록을 보유했다.

멜로디 라인 강렬하고 개성적인 스타일을 드러내온 퀸은 서정적인 발라드부터 역동적인 록음악에 이르기까지 음악적 스펙트럼이 광활했다. 특히 록음악에 오페라를 도입하는 등 실험적 시도로 주목을 끌었다. 팀의 간판스타 프레디 머큐리는 4옥타브의 넓은 음역과 도발적인 스테이지 매너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최정상 밴드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퀸은 1991년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베이시스트 존 디콘의 은퇴라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두 원년 멤버는 꿋꿋하게 퀸을 이끌어 왔다.

 

이날 무대에는 퀸과 미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팝스타 애덤 램버트(32)가 올랐다. 이들은 ‘나우 아임 히어(Now I'm Here)’를 시작으로 22곡을 들려주며 지난날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특히 브라이언 메이는 한국말로 “잘 지냈어요?” “기분 좋아요”라고 인사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와 로저 테일러가 들려준 기타와 드럼 연주는 이들이 왜 지금도 이어지는 전설인지를 웅변할만큼 압도적이었다.

공연 중간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무대에 나온 브라이언 메이는 “프레디를 위해 부르겠다”면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부르자 무대 뒤 화면으로 프레디 머큐리가 손을 흔들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감흥에 젖은 관객은 록발라드의 레전드 곡을 다함께 불렀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속출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를 때도 머큐리의 생전 라이브 공연 영상에 맞춰 멤버들이 악기를 연주했고, 애덤 램버트가 목소리를 더했다.

▲ 중후한 드럼비트를 선사한 로저 테일러

’킬러 퀸’ ’섬바디 투 러브’ ‘라디오 가가’ 등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목청 높여 따라 부르며 손을 들고, 점프를 하며, 박수를 쳤다.

이날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보컬로 나선 애덤 램버트는 밴드에 잘 녹아들었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전 당시 준우승에 머물렀음에도 폭발적인 고음과 글래머러스한 외모, 게이인 성 정체성으로 인해 우승자보다 더 각광받았던 그는 프레디 머큐리와 닮은 점이 많아 ‘머큐리의 현신’인 듯한 느낌을 강렬하게 풍겼다.

검은색 매니큐어, 시스루 셔츠, 타이트한 가죽팬츠 같은 관능적인 의상과 묘하게 어울리는 강렬한 보컬, 카우치 등 소품을 활용한 능란한 스테이지 매너는 왜 그가 팝차트 정상을 휘젓는 신진 스타로 부상했는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물론 프레디 머큐리의 드라마틱한 음색에 비해 두텁고 허스키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머큐리가 리릭과 콜로라투라를 오가는 소프라노라면, 램버트는 메조와 콜로라투라의 경계에 선 소프라노라고 할까.

▲ 애덤 램버트의 열정적인 스테이지 매너
▲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라이브 무대 동영상

환희와 흥분으로 점철된 120분이 흘렀고 퀸 멤버들은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관객은 ‘앙코르’를 외치다 어느 순간 손뼉을 치며 ‘위 윌 록 유’를 불렀다. 이에 화답하듯 퀸과 애덤 램버트는 무대에 다시 올라 피날레 송으로 그 유명한 ‘위 윌 록 유’와 '위 아 더 챔피언'을 열창하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티브레이크, AIA 리얼라이프 나우 페스티벌 등 대규모 록음악 페스티벌이 연이어 열리는 상황이라 표가 분산된 점,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그룹이 아니라는 점 등으로 인해 보조경기장에서 '전설'에 걸맞은 대규모 관중이 몰리지 않은 점은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현장에 모인 관객들은 그 어떤 페스티벌 관객보다 뜨겁고도 열렬하게 '여왕'을 영접했다. 그리고 진정한 챔피언들은 명불허전의 무대를 선사했다.

▲ 여왕의 왕관을 쓴채 피날레를 장식한 애덤 램버트
▲ 퀸과 애덤 램버트의 무대에 열광하는 관객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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