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49 (목)
기성용, "1년을 기다려왔다"는 스완지 데뷔골의 의미는
상태바
기성용, "1년을 기다려왔다"는 스완지 데뷔골의 의미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17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13 시즌 이적 후 첫 골…미드필드 마에스트로 가치 재확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데이빗 기' 기성용(25·스완지 시티)가 2년만에 소속팀 스완지 시티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그것도 개막 축포였다.

기성용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2014~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전반 28분 질피 시구르드손의 패스를 왼발로 결정지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웨인 루니의 후반 8분 동점골로 기성용의 득점은 선제 결승골이 되지 못했지만 EPL 개막전, 그것도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경기에서 한국인 선수가 넣은 첫 골로 기록됐다. '대선배' 박지성(32)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경기를 마친 뒤 기성용에 대한 평가도 후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완벽한 마무리로 골을 넣었고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것은 역시 스완지 시티에서 넣은 첫 골이라는 점이다. 무려 2년만에 소속팀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 라우드럽 감독 눈밖에 나 밀려나듯 선덜랜드 임대

기성용은 2012~13 시즌 이적료 600만 파운드(102억원)에 셀틱에서 스완지 시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기성용의 이적료는 지난해 윌프레드 보니(26)가 1200만 파운드(204억원)에 이적할 때까지 최고액이었다. 창단 처음으로 EPL로 승격한 스완지 시티의 '야심작'이었다.

등번호 24번을 달게 된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정작 셀틱에서만큼 골을 넣지 못했다. 리그컵 우승을 이끌긴 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수비수를 맡기도 하는 등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에게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막판에는 라우드럽 감독으로부터 태업을 한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기성용은 자신의 두번째 시즌인 2013~14 시즌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됐다. 중간에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옵션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1년 임대였다.

라우드럽 감독의 확실한 신뢰를 사지 못한 기성용으로서는 사실상 쫓겨난 임대였다.

◆ 1년만에 다시 돌아온 스완지 시티, 데뷔골로 확실한 인상

기성용에게 선덜랜드 1년은 재도약의 기회였다. 스완지 시티에서는 확실한 신뢰를 받지 못했지만 선덜랜드에서는 달랐다. 거의 대부분 경기에서 주전을 뛰었다. '혹사 논란'이 나올 정도였다.

EPL에서 데뷔골을 넣은 것도 스완지 시티가 아닌 임대팀 선덜랜드에서였다. EPL 38경기 가운데 25경기에 선발 출전한 기성용은 40개의 슛 가운데 14개의 유효슛을 기록, 3개의 골을 만들어냈다. 또 리그컵에서도 1골을 넣으며 모두 4골을 기록했다.

선덜랜드에서 허리진의 '마에스트로'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팀의 강등 모면에도 앞장섰다. 선덜랜드는 기성용의 활약으로 EPL 14위로 마감,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리그 중간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기성용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됐다.

2014~15 시즌을 앞두고 스완지 시티의 하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기성용은 다시 한번 심기일전했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16강 탈락을 지켜봐야 했던 그로서는 스완지 시티에서 성공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이는 개막전 선제골로 이어졌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뒤 스완지 시티 홈페이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골을 1년 동안 기다렸다"는 말로 기쁨 표현을 대신했다.

이어 기성용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일조하고 싶다"며 "다시 스완지 시티로 돌아왔고 스완지 시티를 위해 그리고 확실한 주전 자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싶다"고 말했다.

또 기성용은 "득점했을 때 수많은 감정이 교차됐지만 이후 그저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것에만 집중했다"며 "그 누구도 우리가 맨유를 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이길 자격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매우 뛰어난 시즌 출발이었다"고 밝혔다.

◆ 스완지에서 마지막 시즌? 아니면 재계약?

기성용은 이번 시즌이 스완지 시티에서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스톤 빌라가 가장 근접했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가 수도 없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게리 몽크 감독은 기성용을 계속 팀에 남겨두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또 기성용에게 4번이라는 번호를 내줬다. 2012~13 시즌에 달았던 24번과 달리 4번은 선덜랜드에서 달았던 번호이자 사실상 주전을 의미한다.

기성용 역시 다른 팀 이적에 대해서 신경쓰는 것 보다 스완지 시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모습은 맨유와 경기에 그대로 투영됐다. 스완지 시티 데뷔골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맨유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데뷔골 못지 않게 기성용이 스완지 시티에 기여한 부분이다.

또 그는 미드필드의 '마에스트로'와 같은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기성용은 89%의 패스 성공률을 보이며 '패스의 달인'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대로라면 스완지 시티는 기성용에게 재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적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이적료가 예상된다. 맨유전 데뷔골 맹활약은 기성용의 2014~15 시즌이 성공이 될 것이라는 신호탄이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