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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운동선수의 취업',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의 근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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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운동선수의 취업', 현실을 인정하고 마음의 근력을 키우자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8.18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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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경력개발연구소 최수진 과장이 전하는 진심의 조언

[300자 Tip!] 운동선수들은 1등이라는 자리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1등에 올랐어도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 많은 힘을 쏟는다. 그들은 어느 순간에 한계를 느끼고 은퇴를 선언한 뒤 자신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 마주친다. 세상에 적응하고자 취업이라는 문을 두드리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드리워져 있는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에 부딪혀 좌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자기 일처럼 조언해 주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스포츠Q 글 홍현석·사진 최대성 기자] 운동에서 은퇴한 선수들은 보통 지도자가 되거나 연맹이나 협회 등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한다.

아쉽게도 이런 행운은 몇몇 준비된 선수들에게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살기 위해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길을 찾아나선다. 이들은 평소에 준비하지 않았던 취업이라는 길에 들어서게 된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에서 스포츠 은퇴선수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최수진 과장은 취업을 위해서 마음의 근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4년동안 오로지 취업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취직의 문은 좀처럼 뚫기 힘든 난관이다. 하물며 평생 운동에만 집중했던 은퇴선수들에게 취업이라는 문은 두드리기 조차 망설여지는 두렵고 험난한 길이다.

취업포털 사이트인 커리어에서 취업전문가로 대한체육회 은퇴선수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최수진(41) 과장은 은퇴선수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비록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한때 예술가의 길에 발을 디뎠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 과장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것도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꿈을 이뤘다는 안도감은 잠시 뿐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실감하며 어렵게 들어간 성악가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했다. 이런 산경험은 은퇴 선수들의 취업준비를 돕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은퇴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들어 봤다.

◆ 실패에 대한 마음의 근력이 필요한 때

우리나라에서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1등에 익숙해져야 한다. 1등에 익숙해진 선수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운동선수로서의 삶을 마치고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할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그토록 두려워했던 ‘실패’다. 오랫동안 보통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았던 그들에게 주어진 취업이라는 과제는 분명 큰 어려움이다.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에게 실패가 연속되는 삶은 분명 그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최수진 과장은 '성실'과 '책임감'으로 대표되는 운동선수들의 장점을 잘 살려 취업 준비를 할 것을 권유했다.

여러 운동선수들과 상담을 진행했던 최수진 과장은 “항상 1등만 해왔던 선수들에게 취업활동을 통해서 얻는 실패는 분명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취업준비생 평균 지원 횟수가 10.5회였다. 그만큼 취업을 위해서 많은 회사를 두드리고 그때그때 조건을 맞춰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수진 과장은 이런 면이 은퇴한 선수들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은퇴한 선수들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완벽하게 준비가 끝나야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여러 번 시도하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음 먹고 지원했던 회사에서 탈락 통보를 받았을 때 좌절한 나머지 자신을 비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실패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도 설명하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과장은 항상 “모든 일에서 그들에게는 실패가 뒤따르겠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 마음의 근력을 쌓아서 많이 도전했으면 한다”고 개인적인 바람을 밝혔다.

◆ 과거보다는 현재를 보자

운동선수들은 보통 실업팀에서 나름대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못해도 3000만원 가까운 연봉을 받게 되고 축구나 야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더 많은 금액을 받으면서 생활하게 된다.

그런 생활에 익숙한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하고 취업하려 할 때는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게 되고 이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최수진 과장은 과거에 있었던 영광을 잊고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과장 역시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들은 운동선수로서 성공해 보통 일반인들보다 많은 봉급을 받으며 생활한다. 이 때문에 일반회사에서 주는 봉급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받는 월급 갖고는 생활하기도 힘들고 자신을 위해서 끊임없이 뒷바라지했던 부모님에게도 미안한 감정 때문에 취직을 포기하고 코치나 강사 등으로 다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분명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먼 미래를 보고 자신의 내공을 쌓아간다는 생각을 갖고 생활을 한다면 집중력과 승부욕이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을 잊지 않았다.

◆ 운동선수만의 장점을 갖고 넓게 보라

운동선수들은 10년 이상을 자신이 했던 종목에 집중했기 때문에 취업전선에서 경쟁해야 할 일반 학생들보다 흔히 말하는 스펙면에서 많이 뒤처진다. 특히 현재 많은 기업에서 요구하고 있는 컴퓨터 활용 능력이나 외국어 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스펙만으로 인사 채용을 하지 않는다. 최수진 과장은 "요즘은 지원자가 했던 경험과 갖고 있는 생각 등을 종합해서 직원을 뽑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은퇴 선수들도 충분히 취업을 할 수 있다"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분명 남들보다 당장 회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은 부족할지 몰라도 정신적인 부분은 일반 학생들보다 더 앞서 있다. 힘들게 운동하면서 인내심도 길렀고 승부욕도 남다르다. 또 책임감도 뛰어나기 때문에 회사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요건들이 너무 많다”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설명했다.

최 과장은 이어 “그들은 자기 관리 역시 철저하다.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이런 점들을 잘 포장하고 어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어떠한 기업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이 갖고 있는 시야에 대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은퇴를 한 후 많은 선수들은 일반 기업보다는 스포츠 마케팅이나 구단에 가고 싶어한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곳은 뽑는 인원도 적고 스포츠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남겼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최수진 과장은 은퇴 선수들의 장점을 활용하고 취업에 대해서 "멀리, 그리고 넓게 보기를 바란다" 조언했다.

■ 은퇴선수 취업지원 프로그램

은퇴선수들의 진로탐색과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만들어진 프로램으로 올해부터는 대한체육회와 포털전문사이트 커리어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취업전문가들과의 일대일 맞춤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모색하고 사회적응전략을 찾는다. 이 단계가 끝나면 개인에 맞는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면접 및 이력서에 대한 지원을 통해 취업 준비를 돕는다.

취업을 한 뒤에도 안정적인 직장생활 적응을 위한 상담을 실시하고 프로그램 수행 뒤에도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맞춤형 채용정보를 제공해 준다.

■ 맞춤형 직업훈련 교육과정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족한 은퇴선수들의 역량개발 지원을 위한 교육비 지원 프로그램도 같이 유지하고 있다. 1인당 60만원 내에서 3개월 간 교육비를 지원하고 어학, 컴퓨터, 전산회계, 스포츠관련 자격증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지원한다.

은퇴선수지원포털 홈페이지(http://retire.sports.or.kr/) 모집 공고문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홈페이지 외에도 페이스북(http://facebook.com/retire.sports)이나 전화(02-2006-6110)로도 문의 및 참여가 가능하다.

[취재후기] 일반 학생들에게 취업 상담을 해 주다가 은퇴한 선수들의 취업 준비를 돕는 일은 최수진 과장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은퇴 선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패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포기하는 선수를 볼 때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려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좋은 길을 만들어 주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은퇴선수 전직지원 분야는 아직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다. 앞으로도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은퇴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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