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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5) '한국의 폴 사이먼' 강은철, "폴 사이먼의 장점 반영, 새로운 장르 화합할 것"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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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싱어](5) '한국의 폴 사이먼' 강은철, "폴 사이먼의 장점 반영, 새로운 장르 화합할 것" (인터뷰Q)
  • 연나경 기자
  • 승인 2016.04.19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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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롤모델'은 존경하며 본받고 싶도록 모범이 될 만한 사람 또는 자기의 직업, 업무, 임무, 역할 따위의 본보기가 되는 대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롤모델'이 생기면 그 사람 행동 하나하나를 본받으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들이 모이면 나중에는 '롤모델'을 뛰어넘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Q(큐) 글 연나경 · 사진 이상민 기자] 사람들은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될 때, 결정적 원인이나 기회가 계기가 되곤 한다. 하지만 그런 기회들이 인생을 바꾸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11일 만난 포크가수 강은철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그가 우연히 접한 '폴 사이먼'의 음악은 그의 인생을 모두 바꿨다.

◆ '폴 사이먼'의 노래, 인생 바꿨다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 없어"

▲ 강은철 [사진=스포츠Q 이상민 기자]

강은철은 한국의 '폴 사이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폴 사이먼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 1950년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한 뒤 아트 가펑클과 '사이먼 앤 가펑클'로 공연 활동을 했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를 내세운 포크록을 구현해 1960년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강은철은 폴 사이먼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면서 실제로 콘서트를 열었다. 혼자 적극적으로 개최한 콘서트는 강은철의 가수 인생을 열어 줬다.

"아는 형님을 통해 팝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됐어요. 영어도 몰랐고, 가사 내용도 몰랐는데도 그 음악이 와 닿더라고요. 그런데 철학적이고 인간 내면에 있는 것들을 많이 표현한 가사 내용을 알고 더 빠지게 됐어요."

"콘서트 문화라는 게 거의 없던 시절이었는데, 가수 데뷔하기 전에 사이먼 앤 가펑클 커버 콘서트를 했었어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를 불렀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사이먼 앤 가펑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명동 YMCA에 모여서 제 노래를 들어 줬고, 공연장이 꽉 찼어요. 그 뒤에 가수를 해 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죠, 그때 나이가 스물여섯이었어요."

강은철은 가수가 되기 전, 은연중에 음반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콘서트도 그런 이유에서 열게 됐다. 녹음을 하면서 가수가 이 길이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이 결정에는 교수였던 큰 형님의 말도 영향을 미쳤다.

"3형제인데, 큰 형님이 교수셨어요. 음반을 내면 알게 되실 테니까, 앨범을 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큰 형님이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네가 그걸로 직업을 삼을 만큼 자신이 있으면 하라고 하셨어요. 좋아하는 게 생활이 되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도움이 됐죠."

하지만 활동을 폴 사이먼의 노래로 시작했기에 음악적 스타일을 갖춰가는데 고민이 있었을 법했다. 강은철이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그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서운함을 표하는 일도 있었다.

"음악 인생의 시작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 때문에 이뤄졌지만, 데뷔를 한 뒤에는 저를 제 음악으로 소개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 노래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서운함을 표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가요와 팝은 다른데. 음악적 행보를 정하는 데 있어서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제 음악에 폴 사이먼의 좋은 면을 반영시켜서 더 좋은 음악을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삼포로 가는 길'은 스테디셀러, 새로운 장르와의 화합 시도할 것

▲ 강은철 [사진=스포츠Q 이상민 기자]

스테디셀러는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를 말하며,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1985년 발표한 1집에 실린 '삼포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도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사랑받고 있는 곡이며, 2008년 경남 진해의 웅천동 삼포 마을 입구 도로 변에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소리 없이, 잠잠히 '삼포로 가는 길'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방송에서도 '삼포로 가는 길'을 많이 틀었어요. 발매된 뒤 지금까지 불리면서 제 대표곡이 된 거죠. 원 히트 원더일지 모르지만,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는다는 사실이 기분 좋아요."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을 스테디셀러로 표현했지만, 이를 대중음악으로 확장해서 보면 포크 장르 역시 스테디셀러였다. 포크의 서정적인 가사는 생활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때문에 여러 장르 속에서 모든 연령대를 관통하고 있었고, 이 장르에 대한 강은철의 자부심은 남달라 보였다.

"방송국 라디오 어느 채널은 거의 7080음악만 틀어요. 팝과 가요만. 정서적인 면에서 옛 음악들이 지금도 와 닿는다는 것이죠. 두고 봐야 알겠지만, 요즘 발표되는 아이돌 친구들의 음악이 30, 40년씩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감각적인 면에 있어서만 신경을 쓰다 보니 마음에 남고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음악들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그런 점에서 생활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고, 사람의 정서를 노래하면서 음악적 변화를 줄 수 있는 포크음악은 매력적이에요. 다만, 변화를 가지면서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하려고 해야겠죠."

그렇다면 포크음악에 변화를 주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강은철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타 장르와의 화합이었다. 그는 특히 폴 사이먼이 1986년 발표한 앨범인 'Graceland'를 예로 들었다. 아프리카 토속 음악과 팝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을 받은 앨범으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음반에 이름을 올렸다.

"폴 사이먼이 'Graceland' 앨범으로 월드 비트라는 새 장르를 만들어 냈지만,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음악의 근간은 포크고 팝이에요. 포크라는 장르가 변화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 그걸 보고 포크 음악에 우리 음악인 국악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국악이 녹아들었음을 대놓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전통 리듬이나 분위기를 잘 믹스하면 국악과의 만남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국악의 특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계속하는 한 한번쯤 시도해 보고 싶어요."

◆ 쉘부르에서 음악 시작, 포크 음악의 역사를 함께한 '포크 어른'

▲ 강은철 [사진=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종환의 쉘부르'는 1973년 종로 2가에서 음악감상실로 시작해 1975년 명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통기타 라이브를 시작했다. 강은철은 명동시대인 1981년 처음으로 쉘부르에서 노래를 했고,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음악 인생의 대부분을 쉘부르에서 함께했기에 라이브 클럽들의 위기가 아쉬울 법했다.

"음악적인 뿌리고, 마음의 고향이에요. 미사리 시절 최고 전성기였다가 사라졌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워요. 라이브 카페들이 잘 보존이 돼서 포크 음악을 하는 후배들이 설자리가 많고 늘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좋은데, 붐을 맞으면서 너무 많은 카페들이 생기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게 원인인 것 같아요. 포크음악을 들려주기엔 라이브 카페가 참 좋은데, 이유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하고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어서예요. 장소들이 줄어들어서 많이 아쉬워요."

그렇다면 '포크 예의 어른' 강은철은 포크의 부활과 요즘 세대의 포크 음악 향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다 지금 현재 음악 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후배들을 언급했다.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유행은 돌고 돌아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포크음악을 좋아하고 라이브 카페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줄었잖아요. 만약에 우리가 기존에 해왔던 잔잔한 포크음악보다 세태에 맞게 음악적인 변화를 가미하고 이걸 젊은 친구들이 소화한다면 다시금 라이브 카페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젊은 친구들에게 계기를 많이 마련해 줘야겠죠. 파주에서 열리는 포크 페스티벌이 참 좋긴 한데, 여전히 포크 아티스트가 설자리는 부족해요."

강은철의 현재 상황은 누군가의 조언을 얻기보다는 코치를 해 줘야 하는 선배와 어른의 입장이다. 그는 후배 가수들의 음반을 제작하는 것과 잘하는 후배 가수들을 방송에 소개해 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선배로서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여러 방향의 일이 있는데, 기회가 많이 줄고 소개해 줄 수 있는 라이브 카페도 많이 줄어들어서 안타까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제 포크 음악 제작인데,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아쉽죠. 능력이 된다면 포크 음악을 하는 후배들의 음반 제작에 신경 써 주려고 합니다."

[취재 후기] 이야기를 하며 느낀 것은 강은철이 '한국의 폴 사이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팬으로서, 강은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폴 사이먼에 대한 팬심이 녹아났다. '폴 사이먼'이 강은철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처럼, 기자 역시도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롤모델을 만들고 그 사람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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