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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국의 클로제' 이동국, 대표팀에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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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국의 클로제' 이동국, 대표팀에 필요한 이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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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없는 박주영·아시안게임 차출 김신욱 제외…K리그 토종 공격수 심각한 기근 현상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사실상 국가대표팀과 인연이 끝난 것 같았던 이동국(35·전북 현대)가 다시 대표팀의 '원톱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팀에 쓸만한 공격 자원이 없다는 외부 요인이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이동국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도 꾸준히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대표팀에 다시 포함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18일 발표한 다음달 A매치를 치를 대표팀의 해외파 명단에는 원톱 자원으로 분류되거나 활용될 수 있는 박주영(29·무적)과 지동원(23·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빠졌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박주영과 지동원의 제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소속팀이 없거나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확실하게 꿰차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탈락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김보경(25·카디프 시티) 등 월드컵 대표팀에 다녀오고도 다음달 A매치 대표팀에 빠진 선수들의 해외파들은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다.

박주영이나 지동원이 대표팀에 들지 못했고 해외파 선수 가운데에서도 스트라이커 자원을 찾아볼 수 없어 이제 K리그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들에게 관심이 쏠리게 됐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에서는 역시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이근호(29·상주 상무)와 김신욱(26·울산 현대)이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김신욱은 아시안게임 차출 때문에 다음달 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 A매치를 치르는 대표팀에 사실상 제외된다. 박주영과 김신욱이 동시에 빠지기 때문에 새로운 공격자원 둘이 필요하다.

▲ 다음달 A매치 2연전을 치를 한국 축구 대표팀에 박주영과 김신욱의 제외가 확정되면서 이동국이 다시 한번 대표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동국은 60골-60도움 기록 뿐 아니라 원클럽 100골 등 각종 눈부신 기록을 만들어가며 끝없는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 '끝없는 전성기'

2014 K리그 클래식 득점 순위를 보면 이동국과 함께 '광양 루니' 이종호(22·전남), 김신욱, 김승대(23·포항) 등이 5위 안에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이종호와 김신욱, 김승대가 모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기 때문에 남는 것은 이동국뿐이다.

대표팀 선수의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쓸만한 공격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이동국이라는 매력적인 카드를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

이동국의 전성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2009년 전북으로 이적해 22골을 넣으며 정규리그 득점왕과 함께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었던 이동국은 16일 포항전에서 1골을 넣으며 시즌 10호골을 기록, 득점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또 두자리 득점을 달성함으로써 여섯 시즌 연속 두자리 득점이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고 전북에서 100골을 넣는 진기록도 낳았다.

한 팀에서 여섯 시즌 동안 뛰면서 100골을 넣는 것은 여간 어려운 기록이 아니다. 역대 K리그에서 100골을 넣은 선수도 윤상철(전 서울)까지 8명밖에 되지 않는다.

141골로 역대 K리그 득점 2위인 데얀(33·장쑤 슌텐)이 서울에서 6시즌을 뛰며 122골을 넣었다.

울산 현대에서만 뛰었던 김현석(47, 110골)과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서만 활약했던 윤상철(49, 101골)까지 모두 4명만이 '원 클럽 100골' 기록을 갖고 있다.

김은중(35·대전)은 득점 3위에 해당하는 121골을 넣었지만 대전과 서울, 제주, 강원, 포항을 거쳐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기까지 여러 팀을 거치면서 한 팀 100골을 기록하지 못했고 통산 116골로 득점 4위인 우성용(41)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제2의 전성기'에 이동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고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었을 때도 대표팀에 포함됐다.

지난해 6월 이란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끝으로 홍명보 전 감독 체제에서는 대표팀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A매치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만약 이동국이 대표팀에 뽑혀 다음달 베네수엘라전과 우루과이전 가운데 한 경기만 출전해도 차범근(121경기), 홍명보(135경기), 황선홍(103경기), 유상철(122경기), 김태영(105경기), 이운재(132경기), 이영표(127경기), 박지성(100경기)에 이어 9번째 A매치 100경기에 출장하는 '센추리클럽' 한국 멤버가 된다. 현재 이동국은 A매치 99경기 출전에 30골을 기록 중이다.

▲ 이동국은 지난 포항과 경기에서 시즌 10호골을 넣으며 득점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또 이동국은 2009년부터 여섯 시즌 연속 두자리 득점을 기록하며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K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한국의 오언'에서 '한국의 클로제'로

이동국은 종종 마이클 오언(35)과 비교되곤 했다. 동갑인 두 선수는 겨우 19세이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에 깜짝 데뷔했다. 오언이 '원더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대회 역시 프랑스 월드컵이었다.

이동국 역시 고교생 신분이던 1998년에 차범근 감독에 의해 발탁돼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다. 네덜란드전에서 후반 32분 서정원과 교체투입돼 중거리 슛을 날리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오언과 이동국의 행보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이동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광을 함께 누리지 못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원톱으로 낙점받았지만 K리그 경기 도중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낙마했다.

오언 역시 리버풀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다시 쫓겨나듯 이적한 뒤 온갖 부상에 시달렸다. 마지막 행선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기대했던 활약을 하지 못한채 쓸쓸하게 은퇴했다.

동갑 오언이 은퇴했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현역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이동국보다 한 살 많은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와 비슷한 행보다.

한일 월드컵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클로제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대표팀에 전격 발탁됐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독일 대표팀에 연륜이 있는 선수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요아힘 뢰브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

클로제가 주전급으로 대표팀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짜 활약으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자신도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인 16골을 만들어내며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신기원을 열었다.

이동국 역시 대표팀과 인연이 사실상 끊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공격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들어간다면 센추리클럽 가입이라는 개인 영예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대가 주를 이룰 대표팀에 연륜을 더한다는 점 역시 클로제와 닮았다.

▲ 이동국이 대표팀에 포함돼 다음달 A매치 2연전 가운데 한 경기만 출전해도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동국이 대표팀 원톱 자원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그를 대체할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진=스포츠Q DB]

◆ 이동국의 뒤 이을 공격자원이 없는 역설적인 현실

현재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동국 같은 베테랑보다는 신예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동국은 러시아 월드컵 때면 39세, 우리나라 나이로 불혹이기 때문에 월드컵 출전 기회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동국의 대표팀 차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동국을 넘어서거나 그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김동섭(25·성남)과 양동현(28·울산) 같은 자원이 있긴 하지만 이동국을 넘어서기엔 아직까지 무리다. 게다가 현재 대표팀에는 2명의 원톱 자원이 빈다.

이처럼 원톱 자원이 기근인 것은 K리그 팀들이 외국인 선수를 공격자원으로 채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K리그 클래식 12개팀 가운데 국내 선수로만 채워져 있는 상주를 제외한 11개팀의 스트라이커 자원에 외국인 선수가 즐비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차상광 16세 이하 축구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신의손 등 외국 골키퍼가 K리그를 주름잡는 사이 국내 골키퍼 자원은 빛을 보지 못했다. 김병지(44·전남), 이운재(41)와 김용대(35·서울) 사이에 적지 않은 연차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지금 K리그 공격 자원을 보면 골키퍼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의 원톱 자원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수들에 대한 출전기회를 늘려주는 한편 국내 스트라이커 역시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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