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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도입 'FIBA 룰' 연착륙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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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도입 'FIBA 룰' 연착륙하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1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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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는 경기 위해 시즌 개막 2개월 앞두고 전격 결정…철저한 심판 교육 필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프로농구(KBL)가 드디어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긴 하지만 국제농구연맹(FIBA)룰을 도입하기로 한 결정은 분명 농구인 출신 김영기(78) KBL 총재의 작품이다.

KBL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드래프트 순위 선정방식 변경과 외국인 선수에 대한 신장 제한을 비롯해 FIBA룰 도입 등 주목할만한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를 장신과 단신으로 나누는 신장 제한은 2015~2016 시즌부터 적용되지만 FIBA룰 도입은 2014~2015 시즌 개막을 2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이 가운데 FIBA룰은 농구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으로 갈린 사항이었다. 그러나 반대 여론 역시 FIBA룰을 갑작스럽게 바뀔 경우 있을 혼란을 우려한 것이었고 FIBA룰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이었다.

FIBA룰에 대해 대부분이 찬성한 이유는 KBL 로컬룰이 경기의 흐름을 자주 끊고 지루하게 만들어 흥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또 국제대회에 나가면 로컬룰과 FIBA룰에서 혼란을 겪는 선수들이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FIBA룰대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있었다.

◆ FIBA에 없는 각종 로컬룰은 대부분 폐지 전망

그동안 KBL 로컬룰이 어정쩡하고 경기의 흐름을 방해해 흥행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여론이 줄을 이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몸싸움에 관한 부분이다. 국제 경기를 보면 웬만한 몸싸움을 그대로 용인하지만 KBL룰에서는 조금만 신체 접촉이 일어나도 심판이 휘슬을 분다. 어지간하면 파울 콜이 불리지 않는 국제경기 룰과 달리 KBL에서는 몸만 닿으면 파울 콜이 나오기 때문에 몸싸움에 대한 필요성이나 의지를 보여줄 수가 없었다.

결국 이는 선수들이 몸싸움을 기피하는 원인이 됐고 몸싸움을 허용하는 국제 경기에서 적응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계속 파울 콜이 불리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종종 끊기는 경우도 많았다.

또 다른 하나는 작전 타임에 관한 부분이다. KBL 로컬룰에 따르면 선수가 작전타임을 요청할 수 있다. 선수가 상대의 집중 수비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했을 때 작전타임을 요청함으로써 이를 모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는 국제 경기에서는 독이 됐다.

하지만 선수가 작전타임을 요청할 수 없게 되면 집중 수비에 걸렸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국제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불필요한 선수의 작전타임 요청도 없으니 경기의 흐름도 원활해질 수 있다.

이밖에도 트래블링이나 캐링더볼 규정 강화, 플라핑 제재, 비디오 판독 범위 간소화, 공격 리바운드시 공격제한시간 24초 환원 등 FIBA룰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조금 더 흥미진진한 경기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수많은 지도자들이 FIBA룰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선수들 역시 국제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FIBA룰 개정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로컬룰은 대부분 폐지되고 FIBA룰을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 선수들의 적응·심판들의 규정 적용이 관건

문제는 시즌 개막을 2개월 남겨두고 이뤄졌다는 점이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2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세부사항도 아직까지 정해지 못했다는 것은 도입 초기에 엄청난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동안 KBL 로컬룰에 따라 판정을 내렸던 심판들의 초기 혼란을 무시할 수 없다. 로컬룰에 익숙한 심판들이 하루 아침에 FIBA룰대로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일단 FIBA룰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놓은 뒤에 심판들이 최대한 빠르게 KBL 로컬룰대로 판정을 내렸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룰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무리 FIBA룰을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심판들이 KBL 로컬룰을 기준으로 해 파울콜을 분다면 도입의 믜미가 없다.

이미 2013~2014 시즌 FIBA룰을 도입한 WKBL도 트래블링 등 각종 변화를 크게 감지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심판들의 룰 적용과 파울콜 습관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판들의 습관이 단기간에 바뀌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심판들에 대한 재교육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시행착오는 필수적이다. 시행 초반에는 FIBA룰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실효성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선수들 역시 하루라도 빨리 FIBA룰에 적응해 경기를 치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국제경기에서 FIBA룰에 혼란을 겪었던 선수들이 이제는 국내 정규경기에서도 적응을 해야만 한다.

특히 속공 부분에 있어서 예전의 습관이 그대로 나온다면 대규모 파울 트러블 및 5반칙 퇴장도 일어날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상대팀의 속공이 나왔을 때 속공 파울로 끊어버리면 그만이었지만 FIBA룰이 적용되는 2014~2015 시즌부터 원래 습관대로 했다가는 파울이 무더기로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조그만 몸싸움에도 파울이 불렸던 예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전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몸싸움에서도 이겨내기 위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 몸싸움에도 강한 체격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이런 여러 부작용이나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FIBA룰 적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팬들이 원했고 선수와 감독까지 농구인들도 모두 찬성과 지지를 보냈던 부분이다.

KBL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분명 긍정적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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