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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7) '태양의 후예' 곽인준 "연기, 내가 살아 있는 이유"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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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7) '태양의 후예' 곽인준 "연기, 내가 살아 있는 이유" (인터뷰Q)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4.21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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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시청률 40% 직전까지 도달하며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가장 큰 볼거리는 송중기와 송혜교의 '송송커플'과 진구와 김지원의 '구원커플'이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에서 만들어가는 거친 군인들의 이야기와 로맨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르크'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태양의 후예'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이끌어간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인 '이한수'로 등장한 배우 곽인준이었다.

[스포츠Q 글 원호성·사진 이상민 기자] '태양의 후예'에서 곽인준이 연기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한수'는 송중기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말 보기도 싫을 정도로 '밉상'인 캐릭터였다. 강모연(송혜교 분)이 '우르크'에서 인질로 잡혔을 때 미국과의 외교문제를 언급하며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막으려고 하는 전형적인 '높으신 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처음으로 곽인준이라는 배우를 본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눈썰미가 좋은 시청자라면 그동안 많은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던 곽인준이라는 배우를 알아봤을 법하다. 굵고 묵직한 목소리에 훤칠한 키, 그리고 특전사 군 경험을 통해 다져진 다부진 체격까지, 최근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 '높으신 분'으로 자주 등장하는 배우다.

▲ '태양의 후예' 곽인준

◆ 10대부터 시작했던 이른 연기경험, 그리고 오랜 방황

최근에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지만 곽인준의 연기경력은 10대 시절이던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치며 예술 계열의 일을 하고 싶어하던 곽인준은 MBC 방송국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곽인준은 연기를 배우기 위해 안양예고로 진학했고 10대 시절 당대 최고의 여가수였던 김완선이 출연한 한 음료수 광고에 출연했다. 그 뿐 아니라 박중훈과 최재성, 이응경 등 당대 청춘스타들이 출연한 영화 '내 사랑 동키호테'나 최수종, 하희라, 김민종이 출연한 청춘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등에도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차곡차곡 걷기 시작했다.

"MBC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를 보고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워 왔고, 안양예고에 진학한 다음에는 당시 영화사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엑스트라 같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정작 방송국에서 일하셔서 절 응원해 주실 줄 알았던 아버지가 제가 연기를 하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그래도 연기는 계속 하고 싶어서 무작정 대학로에 있는 극단을 찾아가 청소부터 시작했어요.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가 아무래도 제대로 연기를 배워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뒤늦게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에 가게 됐죠. 저는 대학에서 나를 다시 돌아보며 연기를 진지하게 접해 보려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는 아버지가 방송국에 계시니 금방 탤런트 되고 스타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어서 힘들기도 했어요. 정작 아버지는 당신도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오시고 방송국에서 일하시다 보니 오히려 자식인 저에게 더욱 엄하셨는데 말이죠."

특전사로 군복무도 마치고 대학을 5년 걸려 졸업하고 나니 어느새 곽인준 배우의 나이도 서른에 가까워졌다. 이제는 무작정 '배우'라는 꿈만 쫓아서 달리기도 쉽지 않은 나이. 그래서 곽인준은 대학을 졸업한 후 잠시 '배우'의 꿈을 접고 이런저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어서 친구들과 동업 식으로 당구장도 운영해 봤고, 조그만 술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를 해 볼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며 선배들의 추천으로 몇몇 영화의 오디션에 지원하기도 했다.

"한 영화의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그때 제 얼굴을 보니 이미 '배우'의 얼굴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삶에 찌들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런 평범한 얼굴이 되어 있었어요. 그 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배우'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니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두고 시작하자는 생각에 몇 년을 보냈는데, 힘들어도 이 바닥에서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노력을 해야 했던 거죠.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하던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빈털털이가 돼서 다시 오디션부터 보러 다녔죠."

▲ '태양의 후예' 곽인준

◆ 그를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들 '태풍'과 '아이들', 그리고 '소수의견'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본격적으로 배우를 시작하겠다고 나선 곽인준은 처음에는 당연하게도 쉽게 배역을 잡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에서 최창혁(박신양 분)의 형인 최창호(박신양 분)와 함께 모은 돈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하자 자살하는 동료 수학교사로 출연하며 첫 영화 출연에 성공했고, 곧이어 유상곤 감독의 '페이스'에서 출연하게 됐다.

그리고 2014년 곽경택 감독의 '태풍'에 출연하며 곽인준의 연기인생에는 한 번의 전환점이 온다. '태풍'에서 곽인준이 연기한 배역은 이름도 없는 '북한군 후송안전원'이라는 역할. 하지만 이 역할은 최명주(이미연 분)와 최명신(장동건 분) 남매의 어린시절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했다. 특전사 출신이던 곽인준은 치열한 연습을 통해 누가 봐도 진짜 북한 군인 같은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해 내며 짧지만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곽경택 감독님의 '태풍'을 찍으면서 제가 앞으로 배우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사실 '태풍'을 하고 나서 1년 정도 제대로 된 일이 없었는데, 그래도 난 '태풍'에 나온 배우라는 그 사실을 생각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행복했죠."

'태풍' 이후에도 곽인준 배우와 곽경택 감독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곽경택 감독은 2009년 MBC에서 방송된 드라마 버전 '친구'에도 곽인준을 중년제비 '송병만' 역할로 다시 불렀고, 이외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통증', '미운오리새끼', '극비수사'는 물론 올해 개봉을 앞둔 '부활'까지 곽경택 감독의 전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그리고 곽인준을 배우로 얼굴을 알리게 해 준 또 다른 감독이 바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영화로 만든 '아이들'을 연출한 이규만 감독이었다. 이규만 감독은 2010년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환상극장'의 에피소드에서 곽인준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고, 2011년 개봉한 '아이들'에서는 개구리소년들의 유해발굴현장에 있던 경찰서장으로 출연했다.

▲ 영화 '소수의견'에서 야당 국회의원 '박경철'로 출연한 곽인준

"이규만 감독님에게는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옴니버스지만 '환상극장'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는데 그때 제가 아직 주연을 맡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배우가 준비가 안 되면 다음 기회가 없다는 것을 느꼈는데, 그래도 이규만 감독님이 '아이들'에서 다시 불러주셨고, 그 역할을 계기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섭외가 점점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영화에서는 '태풍'과 '아이들'이 곽인준을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이었다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에게 곽인준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었다. 기자회견을 조작해 가수 윤빈(김원준 분)과 그의 매니저인 방일숙(양정아 분)을 괴롭히던 방송국의 악마 PD로 출연한 곽인준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생애 처음으로 인터뷰도 해 보고, 그 인연으로 EBS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詩 콘서트'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최근 곽인준은 '태양의 후예'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에도 tvN 드라마 '미생'의 감사팀장이나 영화 '성난 변호사'의 부장검사, 최근 개봉한 정지우 감독의 '4등'의 수영연맹 이사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름 고위층 인사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계기가 된 작품은 바로 '소수의견'이었다. 곽인준은 영화 '소수의견'에서 속내를 쉽게 알 수 없는 야당 국회의원 '박경철'로 등장해 입으로는 '투쟁'을 외치면서도 뒤로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내세워 주판알을 튕기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 줬고, '소수의견'의 이미지로 인해 여러 작품에 고위층 인사로 출연이 잦아졌다.

"'태양의 후예'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역할도 '소수의견'을 보고 캐스팅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영화에서 이런 고위층 인사나 북한 군인, 간첩 이런 역할들을 꽤 많이 해왔어요. 저는 제 자신이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키도 큰 편이고 목소리가 굵다보니 주변에서는 제가 차가워보인다고 많이들 말하더라고요."

▲ '태양의 후예' 곽인준

◆ 특전사 출신이 바라본 '태양의 후예'는?

곽인준 배우는 남들과 상당히 다른 독특한 군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반 육군도 해병대도 아닌 특전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그것이다. 그리고 더욱 재미난 점은 곽인준이 최근 출연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바로 특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는 점이다. 아쉽게도 곽인준은 극 중 특전사 요원이 아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출연해 오히려 특전사들과 대립하는 인물이었지만 말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 씨는 특전사 중에서도 정예요원만 차출해서 만든 특수부대인 특임대 소속이에요. 송중기 씨가 특전사 출신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군인 특유의 분위기가 딱 잡혀 있어요. 특전사들은 다른 군인들과 다른 특전사만의 분위기가 있는데 송중기 씨를 비롯해 다들 그 분위기를 너무 잘 소화해 냈죠. 저도 만약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부대원으로 출연했다면 진짜 특전사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좀 아쉬워요."

실제로 곽인준은 특전사에서 헌병으로 복무를 했었고, 복무 시절 청와대 경호실에서 일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아본 적도 있었고, 지금도 주변에는 특전사 출신으로 형사나 경호원 등 군경험을 살려서 직업을 택한 군대 동료들도 많이 알고 지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태양의 후예'는 비록 극 중 특전사 역할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에 출연하면서 부쩍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지만 아직도 곽인준 배우는 자신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곽인준은 자신의 영원한 인생의 스승이자 선배인 아버지가 준 가르침을 가슴에 품은 채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이다.

"배우를 다시 하기로 결심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영화에 출연해도 개봉을 못 하는 작품도 있었고, 처음에는 사극도 해 보고 킬러 역할도 해 보고 불러주는 대로 달려가서 이런저런 역할을 다 했어요. 그러다 급성 A형 간염에 걸려서 과로로 쓰러져 보기도 했어요. 그래도 영화현장에 있다는 것이, 연기를 한다는 것이 결국에는 제가 살아 있는 이유가 되더라고요."

"예전 어린시절에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할 때 아버지는 배우가 대중 앞에서 연기를 하려면 먼저 인성부터 갖춰야 한다며 무작정 대본 읽고 연기를 한다고 다 같은 연기가 아니라고 하시며 반대를 했어요. 그때는 아버지가 반대를 하신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를 할 것 같아요. 이제 저도 조금은 '배우'가 되어가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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