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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수원발 신흥야구 돌풍' 장안고, 무엇이 그들을 춤추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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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수원발 신흥야구 돌풍' 장안고, 무엇이 그들을 춤추게 하는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8.21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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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순례] 지난해 창단 올해 경기도 대회 2관왕, 2년 내 우승 목표

[300자 Tip!] 신생팀의 돌풍은 환영받을 일이다. 막내팀의 활약은 기존팀들에 큰 자극이 되고 리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고교야구리그에서 창단 2년째를 맞은 수원의 장안고가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시즌에만 경기도 대회를 두 차례나 제패했다. 수원을 연고로 한 10번째 프로야구단 kt의 1군 진입과 맞물려 그들은 더욱 흥을 낼 전망이다. 장안고는 어떻게 이토록 이른 시간 내에 강호로 거듭났을까.

[안양=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2012년 10월 야구계는 경사를 맞았다. 10번째 프로야구팀을 유치하려 발벗고 나섰던 경기도 수원시에 장안고가 창단 의사를 밝힌 것이다.

4년째 53개팀에서 좀처럼 늘 기미를 보이지 않던 고교야구는 장안고를 시작으로 2년새 창단팀이 7개나 늘어나 올 시즌 처음으로 60개팀 시대를 맞았다.

▲ 장안고 선수들은 보다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서 모였다. 새 둥지에서 안정을 찾은 그들은 신바람을 내고 있다. 장안고 유격수 최영민이 지난 6일 안양 석수구장에서 벌어진 경기도협회장기대회 8강전에서 율곡고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1일 창단한 장안고는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막내 그룹 중 맏형’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은 이미 경기도권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전국 무대에서도 기존 팀들을 긴장시키는 존재로 거듭났다.

장안고는 지난 8일 안양 석수구장에서 열린 제29회 경기도협회장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성남 야탑고를 10-5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었다. 지난 4월 2014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경기권에서 패권을 차지한 데 이어 시즌 두 번째로 거머쥔 경기도 챔피언 타이틀이다.

창단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그들은 어떻게 이토록 빨리 연착륙하고 신흥강호로 자리매김하게 됐을까. 이덕진(44) 감독에게 그 비결을 들었다.

◆ 상처를 어루만졌다, 기술 훈련은 뒷전

“2~3학년 대부분이 전학온 선수들이니까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맟췄어요. 다들 상처 한 번씩 받았으니 그거 잡아주는데 주력했죠.”

신생팀의 라인업이 대체로 그러하듯 장안고 선수들 또한 제물포고, 경동고, 안산공고, 소래고 등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그들은 창단멤버라는 자부심으로, 나도 새 팀에서 주축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훈련에 땀을 쏟고 있다.

이 감독은 “학생 야구는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좌우된다”며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자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성남 희망대초등학교를 맡아 빠르게 우승권으로 올려놓은 이 감독의 지도력은 고교 신생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창단 초기 그렸던 그림보다 한 발씩 빨리 올라왔다”며 “큰 사고 없이 빨리 자리를 잡았다. 팀 분위기도 화기애애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 이덕진 감독은 "2년이면 전국 무대 우승권도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이미 질 것을 알고 있었다?

경기도권에서는 명실상부한 강호로 인정받았지만 아직 전국대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장안고는 이번 시즌 초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질 줄 알았어요. 선수들이 목동구장에 들어서는데 프로 선수들 쓰는 곳이라며 ‘우와~’ 하며 신기해하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었죠.”

장안고는 2014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권 전반기에서 정상에 오르며 왕중왕전인 제68회 황금사자기대회에 나섰다. 지난해 8월 봉황대기에서 강릉고를 제압하며 32강에 올랐던 그들은 이번에는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1회전 5회 0-11 콜드게임 패.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고와 이제 갓 전국 무대에 발을 내딛은 장안고의 차이는 바로 ‘경험’이었다.

쓰라린 기억을 안은 장안고는 후반기 들어 달라졌다. 후기 리그에서도 지역 리그를 통과한 장안고는 지난달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인 청룡기대회 1회전 제주고전에서 11-1로 7회 콜드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목동에 두 번째 들어가니 선수들이 환경에 적응돼 있더라”며 “당장 다가온 대통령배를 비롯해 다음 시즌에는 훨씬 나아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안고는 2회전에서 제물포고를 맞아 5-8로 패했다. 이 감독은 “상위 타선에서 적시타가 나왔더라면 충분히 잡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며 “두고두고 아쉽다.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대회를 돌아봤다.

◆ 유신을 넘어 전국 강호로, 2년 내 우승 목표

수원 하면 유신고다. 최정(SK), 유한준(넥센), 최영필(KIA), 정수빈(두산) 등 수준급 선수들이 프로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 감독 역시 유신고를 졸업한 수원통이다.

그는 “아직은 유신을 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1학년들이 제대로 갖춰질 다음 시즌부터는 확실히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원북중 선수들은 유신고로, 매향중 선수들은 주로 장안고로 진학하게 된다.

이 감독은 “1학년들이 차곡차곡 올라오게 되면 투수력에 중점을 두고 보다 짜임새 있는 팀을 꾸리고 싶다”며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2년 정도면 충분히 우승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안고는 곧 프로 선수를 배출하게 된다. 4번타자 이기표의 경우 프로 지명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음해부터는 kt가 1군에 진입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 감독은 “연고 지역에 프로팀이 있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신생팀답게 겸손하게 대회를 준비하며 좋은 성적을 내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장안고 야구부는

▲ 창단 후 2년도 채 되지 않은 장안고는 경기도권의 다크호스로 거듭나 기존 팀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덕진 감독의 지휘 하에 3학년 고현수 김도연 박기철 박승재 박은석 박장원 박지원 윤종휘 이기표 이민기 전윤호 조원재 한성일 2학년 맹대일 박준석 백민규 오승택 장진호 조운호 최성선 최영민 최영웅 1학년 구본승 김종인 류정호 민우석 박영웅 박홍현 위성준 윤서근 이도현 이용민 조병욱 조완제 최재우 최진규 등 36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취재 후기] 신생팀이라고 해서 꼴찌를 도맡으라는 법은 없다. 장안고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끌어모았고 이덕진 감독은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며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장안고야말로 출발선상에 선 팀들의 표본이 아닐까. 장안고의 선전은 kt의 창단과 맞물려 수원이 야구도시로 도약하는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지역 무대에서 기지개를 켠 장안고의 광폭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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