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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국민체력100 사업서 소외된 장애인, 모두가 혜택 누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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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국민체력100 사업서 소외된 장애인, 모두가 혜택 누리려면?
  • 강언구 기자
  • 승인 2016.04.26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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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애인체육회 ‘원 스톱 서비스를 말하다’ 정책세미나 개최…장애인 체력기준-시설 필요 목소리

[스포츠Q(큐) 글 강언구·사진 이상민 기자] 시범 운영으로 시작해 어느덧 한국 체육 대표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은 '국민체력 100' 사업이 5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국민체력 100 사업이 장애인체육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2015년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1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연간 940억 원에 달한다. 이에 장애인 공공 체육 시설의 3요소인 장애인, 시설, 지도자가 가미된 '원 스톱 시스템'을 통해 효과를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체육 원스톱 서비스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장애인체육정책세미나를 열었다.

▲ 박재현(위) 한국체육대학교 노인체육복지학과 교수와 오광진(아래) 한국복지대학교 장애인행정과 교수가 2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체육 One Stop 서비스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명확한 체력 기준 바라는 장애인, 하지만 눈앞에 놓인 과제들

박재현 한국체육대학교 노인체육복지학과 교수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체력100 사업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미 한국 체육의 대표 정책으로 자리잡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 대해 잘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박 교수는 "국민체력100 사업은 정착기에 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찬찬히 읽어봤는데 만족도가 상당했다. 젊은 사람들의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고 있고 인증센터를 더 많이 지어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장애인들에 잘 적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장애인들에 대한 자세한 체력 평가 기준이 없다.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의존생활형, 독립생활형, 건강생활형으로 큰 틀의 기준을 잡았고 그 단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확한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체·공간적 제약을 피하기 위한 대안 검사를 함께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로 한 가지 예를 들면 척수 장애인은 격한 신체 활동을 자주 경험하지 않는다. 이에 심폐 지구력의 한계를 느낄 때 쇼크가 올 수 있는데 장애인마다 신체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현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연구팀을 만들어 국민체력 100 사업에 장애인 분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체력 기준 설정, 운동처방 프로그램이라는 큰 틀에 맞춰 연구 중이다. 그는 "장애인들이 체력인증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순화 용어를 찾고 있다. 비장애인용 국민체력 100 사업과 동일 브랜드로 진행할지, 장애에 따른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장애인들을 현장에서 교육하거나 돌보는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체력 기준을 정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한다. 이 뜻을 잘 알지만 장애인들의 체력 등급을 나누는 것에 대해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박세정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실 선임연구원이 26일 열린 '장애인체육 One Stop 서비스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 토론하고 있다.

오광진 한국복지대학교 장애인행정과 교수는 "장애인들은 장애 등급과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표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장애인들은 보통 약을 먹는데 그런 것들까지 고려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장애인들에 대해 다른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 체력검사를 해도 된다. 외국도 농아인에 대한 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복지대학교의 경우 비장애인 학생 400여 명, 장애인 학생 2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다른 학교에 비해 장애인 학생 비율이 높다. 오광진 교수는 현장에서 장애인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장애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국민체력 100 사업을 국민들이 많이 모른다. 좋은 연구와 좋은 제도가 있는데 국민들이 모르면 소용이 없다"며 "특별시, 광역시, 도마다 하나 이상은 인증 센터가 있어야 한다. 지정 센터가 아닌 일반 체육센터에서도 약식으로라도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세정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실 선임연구원은 "생활체육 활성화 전략에 대한 산출성과가 장애인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운동하던 사람은 계속하고 간간이 하던 사람들은 안하게 되는 체육 활동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러면 건강의 빈부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 평가로 등급을 나누기보다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로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관리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세정 연구원은 "2014년부터 3500명 정도 노인들과 장애인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체력 검사 후 생애주기에 맞는 문제를 찾아 진단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김태형 나사렛대학교 특수체육학과 교수가 26일 열린 '장애인체육 One Stop 서비스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 의견을 듣고 있다.

이 주제에 대한 청중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충남장애인체육회에 근무한다는 참가자는 장애인의 체력 등급을 나눌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의 체력 수준을 아는 것에 의의를 두면 괜찮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박재현 교수는 "기준을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수준에 따라 어떤 운동을 제공하는지 연결이 된다"며 "등급이 정해지면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수월하다. 등급 기준이 완벽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과 시설은 장애인의 시각으로, 체육계만 나서서는 안 된다

김태형 나사렛대학교 특수체육학과 교수는 국민체력 100 사업에 명시된 체력인증 대상에 장애인이 빠져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9월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체력인증의 대상은 청소년, 성인, 어르신으로 구분돼 있지만 장애인은 없다.

김태형 교수는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스포츠비전 2018에 대해 설명했다. 2014년까지 전국 7곳에 장애인 체육센터가 완공됐고 내년까지 추가로 8곳을 더 건설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단순히 완공만이 아닌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이경배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이 26일 열린 '장애인체육 One Stop 서비스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태형 교수는 "장애인 체육센터의 건립은 목표 달성이 아닌 새로운 사업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며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원래 일이 많기 때문에 장애인 체육센터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관리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장애인 체육센터에 드는 돈은 100~200억 원 정도"라며 "시나 도 입장에서 적은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경우 시군에서 돌아오는 반응이 차갑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휠체어를 타고 토론장에 참석한 이경배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장애인의 시각으로 정책들을 바라봤다. 그 결과 정책들이 실제로 와닿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자신이 어떤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처방을 할 때 '어떤 운동을 하라'가 아닌 '어떤 운동이 가능하다'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체육센터를 지었다고 엄청 크게 이야기하는데 비장애인 체육센터에 비해 규모, 개수 모두 부족하다. 개수가 적으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있으나 없으나 체감은 비슷하다"며 "개수가 많아져야 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면 체육센터 근처에 있는 장애인 스포츠 클럽만 독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지아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증진센터장이 26일 열린 '장애인체육 One Stop 서비스를 말하다'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한지아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증진센터장은 "한국에 있는 장애인의 80%는 중증 장애인이어서 운동을 원활하게 하기 어렵다.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느낀 부분은 재활 물리 치료와 체육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은 다르다는 것"이라며 "장애인들은 자신의 체력 상태에 대해 알고 싶어도 알기 힘들다. 체력 상태를 알아도 운동을 어디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의사들도 답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센터장은 "저희 센터에서 국민체력100 사업을 시범 운영했는데 병원과 재활 운동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오늘 토론의 키워드는 연계,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의학과 체육 간의 벽을 허물어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재활원,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연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후기] 장애인체육에 대한 명과 암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실제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계 전문가들은 장애인체육 활성화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그 방법과 생각에서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시각에서 정책을 보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장애인체육은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 26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체력 100사업과 장애인체육활성화를 위한 2016 장애인체육정책세미나에서 발표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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