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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완벽 부활' 황연주, '롱런'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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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완벽 부활' 황연주, '롱런'을 말하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8.2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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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컵서 그랜드슬램 완성한 황연주, 그가 말하는 슬럼프와 우승, 그리고 배구인생

[300자 Tip!] 황연주(28·수원 현대건설)가 돌아왔다. 배구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꽃사슴' 황연주 말이다. 지난 2년 동안 부상과 슬럼프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던 황연주가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오픈 리허설 성격의 이 대회에서 모든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8년 만에 한국배구연맹(KOVO)컵 정상에 올려놨다. 배구 명가 현대건설이 황연주의 상승세와 함께 높게 솟아올랐다. 황연주나 현대건설이나 올시즌 정규리그에서의 진정한 부활과 대약진을 예고하고 있다.

[용인=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모두가 울면서 얼싸안았다. 2010-2011시즌 V-리그 우승 후 지난 2년간 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현대건설이 마침내 4년 만에 KOVO 주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7일 KOVO컵 결승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우승했다.

▲ 완벽한 부활이었다. 황연주는 올시즌 KOVO컵에서 매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8년 만에 정상에 올려놨고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 MVP에 뽑혔다.

KGC인삼공사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컵대회 개인 최다득점(41점) 기록을 경신했던 황연주는 매 경기 전성기 때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하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이번 MVP는 황연주에게 매우 의미 있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올스타전에서 모두 MVP를 수상했던 황연주는 KOVO컵에서만 MVP타이틀이 없었는데 이번에 수상하면서 V-리그 역대 2번째 MVP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컵대회 우승 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규리그를 준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황연주를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났다.

▲ 그동안 컵대회 우승을 맛보지 못했던 황연주(4번)는 이번 우승으로 모든 대회 트로피를 거머쥐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사진=스포츠Q DB]

◆ 컵대회 우승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황연주는 그동안 컵대회 기간에 국가대표에 차출됐기 때문에 컵대회 우승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KOVO컵에서 우승하면서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휩쓰는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했다.

황연주는 “2년 동안 공백기를 거치면서 팬들이 많이 실망했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며 컵대회를 앞두고 가졌던 마음을 털어놨다.

그동안 많은 우승을 경험했지만 이번 컵대회 우승이 황연주에게 크게 다가온 이유다.

“정규리그나 챔프전 우승보다 기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승하니 기뻤어요. 큰 대회든 작은 대회든 우승은 마지막에 맛보는 것이기 때문에 좋지요.”

◆ 안티팬 100만명 생길 때까지 배구할 것 같았다

황연주는 한국 여자배구에서 손꼽히는 오른쪽 공격수다. 2005년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황연주는 프로 첫 해에 서브상과 백어택상을 받으며 신인왕에 올랐다.

흥국생명 시절 황연주는 누구도 부럽지 않을 영예를 누렸다. 팀은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2008~2009시즌에 우승을 차지했고 2007~2008시즌에는 준우승을 거두며 명실상부 V-리그 여자부 최고 구단이 됐다.

2009~2010시즌 팀이 4위에 머문 뒤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취득한 황연주는 현대건설에 새 둥지를 틀었다.

황연주는 현대건설에서도 펄펄 날았다. 2010~2011시즌 1년 동안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은 물론  올스타전 MVP까지 휩쓸며 전성기를 보냈다.

▲ 황연주는 "부상과 슬럼프로 차가워진 주위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온 무릎 부상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황연주는 부상으로 인해 2012~2013시즌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상 부위의 통증은 생각보다 심했다.

“부상을 당한 뒤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진통제와 약을 달고 살았어요. 지금도 아프긴 하지만 내가 안고 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관리를 잘 하느냐가 중요하지요.”

부상으로 인해 부진했을 때 주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야기와 시선들은 그의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이야기도 그때는 매우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내가 부진했던 시점부터 팀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안 좋은 말을 많이 했어요. 물론 내가 못해서 팀 순위가 하락한 것도 있었지만 그때는 이것저것 모두 겹쳤습니다. ‘안 되려고 하면 뭘 해도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황연주에게 지난 2년은 자신의 배구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황연주는 전지훈련장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예전에 전지훈련을 갔다가 피트니스 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더니 ‘4번 선수가 잘 하면 팀이 잘 될 것 같은데’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냥 대놓고 말하면 ‘잘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텐데 그분은 그냥 말을 걸어보려고 했던 건지 애매하게 흘리고 지나갔어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도 선수 입장에서는 가슴에 박히는 말이지요.”

질책이 계속되자 황연주는 “장난식으로 친구에게 ‘안티가 100만명이 될 때까지 배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 베테랑 선수 복귀, 순풍에 돛 달았다

현대건설 구성원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현대건설은 올시즌을 앞두고 센터 김수지(27)를 FA로 흥국생명에 내준 대신 2011~2012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던 센터 김세영(33)과 레프트 한유미(32)를 다시 불러들였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에 관록 있는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팀 전력이 한층 향상됐다. 폴리나 라히모바(25·아제르바이잔)를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현대건설은 전위에 양효진(25), 김세영을 배치하고 왼쪽에 한유미, 오른쪽에 황연주를 두면서 라인업에 더욱 짜임새가 생겼다.

▲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현대건설에 은퇴 후 복귀한 베테랑 선수들은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안산에서 열린 KOVO컵 결승전에 출전한 김세영. [사진=스포츠Q DB]

“언니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더 편해졌어요. 팀이 어려울 때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큰데 그런 부분에서 언니들과 많이 대화하려고 해요.”

베테랑들이 들어오면서 팀 훈련 분위기도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올시즌 주장으로 염혜선(23)이 뽑히면서 나이 많은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 간 거리가 좁아졌다. 노장 선수들은 후배들에게 그동안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어린 선수들은 그런 언니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언니들이 출산을 한 뒤에 코트로 복귀했기 때문에 몸은 예전보다는 안 따라줄 수도 있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이 있으니 후배들이 배우는 게 많아요. 또 큰 경기도 많이 뛰어봤으니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어린 선수들과는 다릅니다. 배구는 공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운동이라 모든 공을 순간적으로 센스 있게 처리해야 하지요. 언니들은 그런 센스를 갖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은 대처능력이 없어요. 때문에 후배들이 언니들을 보고 배울 것이 많지요.”

◆ 배구, 황연주를 '상위 5%'로 만들어 준 운동

어느새 프로 10년차. 황연주도 이제 배구를 어느 정도 알면서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프로 데뷔 이후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황연주는 남은 배구인생에서 소박하지만 큰 꿈을 밝혔다.

“배구를 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겠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죠. 나는 이걸 10여년 정도밖에 못하고 나머지 40~50년을 이것 외에 다른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오래 하고 싶어요.”

▲ 황연주에게 배구는 특별한 삶을 살게 해 준 매개체였다.

배구는 황연주의 인생을 바꿔줬다. 평범하게 살 수 있었던 인생이었지만 배구를 함으로써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것.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시선 자체가 특별하다고 했다.

“나는 어떤 면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알아봐주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벌써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배구가 내 삶을 특별하게 해 줬으니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프로에서 두 번째로 몸담은 현대건설도 황연주에게 특별한 팀이었다. 흥국생명에서는 웃는 일만 가득했지만 현대건설에서는 기쁜 날도, 슬픈 날도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황연주의 배구인생에 큰 자산이 됐다.

“현대건설에 와서는 잘 할 때도 있었지만 안 되는 날도 많았어요. 부침이 심했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팀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이 팀이 내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팀에서만 생각해준다면 여기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어요.”

황연주는 현대건설에서 배구의 참맛을 알았다. 때로는 갑자기 찾아오는 부상에 넘어지고 사람들의 가시 돋친 말에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그를 잡아줬던 건 바로 배구였다. 배구는 황연주를 다시 일으킨 원동력이었다.

[취재후기] 프로 10년차가 된 만큼 이제는 주위의 비난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노련해졌다. 동시에 플레이에도 관록과 노련함이 묻어나왔다. 지난 2년간 부상으로 인해 시련을 겪은 황연주는 이제 없다. KOVO컵 우승을 차지하며 명가 현대건설을 다시 일으킨 그의 강 스파이크가 곧 눈앞에 펼쳐진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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