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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금연못 '이순재 · 신구' 노병은 죽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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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금연못 '이순재 · 신구' 노병은 죽지않는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8.2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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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이순재와 신구' 이들의 나이는 각각 79세와 78세로 나란히 80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정적인 활동은 커녕 평범한 움직임도 유지하기 쉽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두 원로배우는 달랐다. 팔순이 되든 백발의 노인이 되든 이들은 말 그대로 배우였다.

[사진=스포츠Q DB]

서로의 파트너가 바뀌는 ‘더블 캐스팅’에 대한 생각

21일 대학로에 위치한 수현재씨어터에서는 연극 '황금 연못'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황금 연못'은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대표작으로 1979년 초연 후 '연극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을 받은 작품이다. 명성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이 크게 요구되는 작품이 바로 '황금 연못'이다. 웬만한 젊은 배우들도 좀처럼 소화하기 힘든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이 중심에 고령의 두 백발 배우가 올라섰다. 바로 대한민국 연기계의 거장 이순재와 신구다. 두 사람은 나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여전한 열정과 배우가 지녀야 할 자세와 품위를 지키며 '황금 연못'이라는 작품을 소화하고 있었다.

두 배우의 '황금 연못'에 대한 소감은 남달랐다. 먼저 신구는 '황금 연못'이 자신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 만큼 따끔한 지적을 가하며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을 했다.

"'황금 연못'이 엄청난 작품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번 연극은 더블 캐스팅입니다. 주연이 공연마다 바뀌는 것입니다. 서로의 파트너가 바뀌면서 연기를 해야 하니 연습시간이나 연기에 대한 모든 것이 부족했어요. 요즘 대학로가 더블캐스팅이 만연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분명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전 다시는 더블캐스팅 연극을 안 할 겁니다."

[사진=스포츠Q DB]

신구의 따끔한 지적에 공동 주연 이순재는 그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반대로 작품에 대한 찬사를 남겼다. 특히 노령의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연극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흥행을 장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령의 인물들이 주가 되는 연극이 많이 없었어요. 외국의 명작들은 많이 했죠. 하지만 노령의 주인공을 세운 작품들이 있었나요? 별로 없어요. 연극 자체가 모두 젊은이들 위주였죠. 흥행 때문일 거에요. 노령의 배우들이 서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이처럼 배경을 분석한 그는 전례를 들어 흥행을 확신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잘못 된 생각입니다. 제가 직전 연극 '사랑 별곡'을 했어요.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마지막 3주만 전석을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웠어요. 40대 이상 관객들이 몰려들었죠. 이처럼 시대가 지나니 관객들의 범위는 넓어졌고 고령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연극은 하나의 중심으로 올라선 겁니다. 그래서 흥행을 장담합니다. 자신 있어요"

두 노령의 배우가 '황금 연못'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 이날 현장에 모인 기자들은 두 원로배우의 개인적인 삶에 궁금해졌다. 여러 질문이 쏟아져 나왔고 노련한 두 배우는 멋진 답변을 남겼다.

우선 두 배우간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 달라는 말에 이순재는 신구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이순재가 50년간 신구를 바라본 결과는 바로 '열정'이었다.

"신구는 열정이 넘치는 배우입니다. 얼마나 대단 한 줄 아십니까. 그는 남들보다 연기를 늦게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불과하고 늦은 나이에 KBS에서 활동하면서 밑바닥에서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는 일을 만들어 냈죠. 열정과 노력 끈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셈이죠. 이런 배우를 어디서 볼 수 있겠습니까? 비록 나보다 후배고 동생이지만 존경스럽습니다."

이순재의 뜨거운 칭찬에 신구도 화답했다. 그는 이순재에 대해 존경이라는 단어로 모든 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순재 형님이야 그냥 존경합니다. 우리나라가 인정하는 배우, 저는 바라보면서 존경으로 배우려고 하는 배우예요. 지금도."

두 연기의 거장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에 대해서도 마음속의 이야기를 꺼내며 후배들의 바른길을 제시했다. 이순재는 연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연극을 반드시 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연극을 한다면 반드시 평생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 올 겁니다. 요즘은 연극을 거치지 않고 모델 혹은 노래, 아니면 다른 매체를 통해 연기자가 되는 경우가 많죠. 모두 배우가 되겠다는 아름다운 열망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연극을 하면 조금 더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우의 정신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거죠."

[사진=연극 '황금 연못' 포스터]

신구는 연기자들이 어떻게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지적했다.

"연습뿐입니다.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습 또 연습뿐이에요. 연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발전하는 거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분명히 빛이 보일 겁니다."

이날 두 연기자의 모습은 '연기의 신선'과도 같았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도사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대한민국 연극계 더 나아가 방송계와 영화계를 모두 포괄하는 평생의 조언들이었다. 두 배우가 있기에 대한민국 연극계는 여전히 밝다.

마지막으로 두 배우는 연기자 중 최고 어른의 역할에 대한 속뜻도 비쳤다.

"80세 가까이 돼 보니 나이에 걸맞은 행동의 중요성을 더 절실하게 알게 됐죠. 선배가 될수록 내가 하는 여러 가지 행동이 모두에게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신구)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리와 같이 활동하는 후배들은 당연히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불편을 느끼는 후배들을 위해 그렇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어른이죠."(이순재)

 '황금연못'은 노부부 노만과 에셀을 중심으로 그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이순재, 신구, 나문희, 성병숙과 더불어 이도엽, 우미화, 이주원, 홍시로가 출연한다. 연출은 SBS 대하드라마 '토지'를 연출한 이종한 감독이 맡았다.

오는 9월 19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원로배우만이 엮어 낼 수 있는 뚝배기 장맛같은 '황금 연못'이 될 듯하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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