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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리틀야구 '빅 드림' 깨운 코칭스태프의 지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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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리틀야구 '빅 드림' 깨운 코칭스태프의 지략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8.25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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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세계정복] ② 선수단 내 자부심·사명감 퍼져, 경기력 극대화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국 야구가 경사를 맞았다. 16인의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한 주의 시작부터 지구 반대편에서 낭보를 전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8회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 그룹 우승팀 시카고 대표 그레이트 레이크를 8-4로 꺾고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1984년, 1985년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에 오른 이후 아시아-퍼시픽 지역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해 윌리엄스포트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했던 한국 리틀야구는 29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며 그동안 쌓은 한을 떨쳐버렸다.

▲ 지난달 10일 아시아-퍼시픽 대회 우승 기념 축하연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2001년생 13명의 소년들은 아시아-태평양 예선에서 6전 전승을 거둔데 이어 야구 본거지에서 펼쳐진 월드시리즈에서도 5전 5승의 파죽지세로 정상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푸에르토리코, 일본, 미국 등 야구 강국들은 리틀야구 변방으로 여겨지던 한국의 기세에 맥을 추지 못했다.

그들은 어떻게 세계를 호령했을까. 그것도 어떻게 퍼펙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태극 야구소년들의 '빅 드림'을 깨운 코칭스태프의 지략을 짚어본다.

◆ 룰을 자유자재로, ‘여우’ 박종욱 감독의 지략 

박종욱(37·동대문구) 감독의 현역 시절 포지션은 유격수. 리틀야구의 동료 지도자들은 박 감독의 스타일, 야구 색깔을 묘사할 때 ‘재치, 기지, 판단력’이란 단어를 쓴다.

지난달 아시아 제패 기념 기념 행사에서 만난 박 감독은 아시아-퍼시픽 대회를 통과한 비결에 대해 “에이스 2명을 중요한 경기에 집중 투입한 것이 주효했다”며 “단기전에서 투수 운용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강조했다.

▲ 박종욱 감독은 치밀한 전략을 세워 투수진을 운용했다. [사진=스포츠Q DB]

그는 “황재영, 최해찬, 김동혁 등 우리 투수들은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며 “세계 대회 역시 투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투구수를 20개 이하로 묶으면 매일 던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략을 밝혔다.

박 감독은 대회 내내 자신이 그렸던 구상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투구수 20개 이하일 땐 연투 가능, 21개서부터 35개는 하루 휴식, 36개서부터 50개는 이틀 휴식, 51개서부터 64개는 사흘 휴식, 66개부터 85개는 나흘 휴식인 월드시리즈의 룰을 기막히게 활용했다.

에이스 황재영은 국제 그룹 승자 결승전(준결승)에서 마무리 투수로 나선데 이어 결승전에서는 선발로 등판했다. 박 감독의 투구수 조절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 대한민국·아시아 대표 자부심, "안될 것은 없다" 

“공이 잘 안 맞은 친구가 새벽에 스스로 나서 스윙을 돌리고 있더라고요. 기특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퍼시픽 대회 당시 선수들은 지도자들의 특별히 지시 없이도 강한 승부욕을 발휘했다.

황상훈(33·서대문구) 코치는 “경기에 들어서면 우리도 놀랄만큼 응집력이 있더라”며 “아이들이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 코치는 “가슴에 새겨진 ‘KOREA' 유니폼을 입더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이 친구들 모두 소속팀에서는 제일 잘 하는 선수들이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간다고 생각해 스타 의식을 버리고 승리를 위해 똘똘 뭉쳤다”고 전했다.

29년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이들을 더욱 춤추게 했다. 매번 발목을 잡던 대만을 준결승에서 9-2로 완벽히 제압했다는 점은 분위기를 한없이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더군다나 대만은 지난 월드시리즈에서 준결승에 올랐던 팀. 세계 4강의 팀을 완파했다는 점은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상대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박 감독은 출국 전 가진 인터뷰에서 “어차피 서로가 서로의 전력을 잘 모르는 대회”라며 “29년만에 나서는 무대라지만 우리라고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 첫 주자라는 사명감, 우리가 시작이다 

박근하(34·강동구) 코치는 대표팀의 살림꾼이다. 따뜻한 인품으로 선수들을 보듬으며 선수들의 긴장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해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박 코치는 선수들이 강속구 투수들을 공략할 수 있도록 훈련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직구를 던지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했다.

그는 출정식 자리에서 “실패해도 좋다. 29년만에 세계 대회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리틀야구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하우를 쌓는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부심은 물론,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명감까지 가진 그들의 ‘대형사고’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 세계 챔피언,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명단 

△ 감독 : 박종욱(서울 동대문구)
△ 코치 : 황상훈(서대문구) 박근하(강동구) 
△ 선수 : 김동혁(강남구) 황재영(강동구) 한상훈(광진구) 권규헌(노원구) 안동환 전진우(동대문구) 유준하(송파구) 김재민(중구) 윤준혁(은평구) 박지호(서대문구) 최해찬(마포구) 문태민(인천 남동구) 신동완(인천 부평구)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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