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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가족이 야구장 찾는 이유 '야구는 살아있는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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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가족이 야구장 찾는 이유 '야구는 살아있는 교과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5.06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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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는 팀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배우는 '기회…'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슬로건 실천

[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이상민 기자]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이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 더비’에서 만났다. 그리고 어린이날을 맞아 잠실구장은 만원 관중을 이뤘다.

두산과 LG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9번 맞대결을 벌였다. 1997년과 2002년을 제외하고 늘 어린이날에 만난 두 팀의 맞대결은 2008년부터 8년간 매진을 이어온 KBO 최고의 흥행 매치다. 올해 역시 많은 팬들이 찾아 매진 사례를 이뤘다.

역대 전적은 두산이 12승 7패로 앞섰다. 두산은 17-1로 완승을 한 전날에도 승기를 잡은 이후에도 끝까지 LG 투수진을 괴롭히며 라이벌 의식을 나타냈다. 반면 대패로 자존심을 구긴 LG는 전날 대패의 설욕과 함께 최근 3년 동안 내줬던 승리를 되찾아오겠다는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맞았다.

▲ 어린이날을 맞아 5일 잠실구장에서는 다양한 어린이 맞춤형 행사가 진행됐다.

경기는 7-7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LG가 두산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홈을 파고들어 8-7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승부와 관계없이 야구장을 찾은 2만6000명의 양 팀 팬들은 4시간30분 동안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이날의 주인공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님들은 흐뭇한 미소를 연신 지었다.

◆ 다양한 타깃 맞춤형 행사,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가 벌어진 5곳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잠실(2만6000명), 인천(2만6000명), 대구(2만4000명), 광주(2만500명) 등 4개 구장이 매진사례를 이뤘고 NC와 kt의 경기가 벌어진 수원에는 1만7585명이 들어와 모두 11만4085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이날 관중기록은 2005년 4월 5일 10만1400명이 들어온 이후 KBO리그 역대 두번째 10만 관중이자 하루 최다 관중 신기록이다. 또 지난해 9만 명을 넘어서 어린이날 최다 관중 신기록도 함께 세웠다.

잠실에서는 어린이 야구팬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경기장 내에서는 ‘T볼 홈런왕’, ‘선수단과 함께하는 그라운드 운동회’, ‘아빠와 캐치볼’이 진행됐다. 평소에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던 어린이 팬들은 그라운드로 직접 나와 선수들과 교감했고 선수가 된 것처럼 아버지와 함께 마음껏 캐치볼을 했다.

그 시각 경기장 외부에서도 여러 행사가 진행됐다. 외야 광장에서는 대형 에어바운스와 플라잉 피쉬를 설치해 놀이공원을 포기하고 야구장을 택한 어린이들을 만족시켰다. 1루 내야광장에는 ‘T볼 체험’, ‘캘리그라피 상장 이벤트’, ‘터닝 메카드 포토존’을 마련했다.

시구는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 ‘보니하니’의 보니, 신동우 군이 나섰다. 신 군은 “어린이날 행사에 시구하게 돼 영광”이라며 “어린이 분들이 많이 왔는데 야구선수의 꿈도 키우고 스트레스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LG 치어리더들이 5일 잠실구장 응원단상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만화 캐릭터 복장을 하고 공연을 펼치고 있다.

경기가 시작하고도 어린이 맞춤 이벤트는 계속됐다. LG의 응원단장은 어린이들에게 인기인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응원을 이끌었고 치어리더들은 이닝이 끝날 때마다 캐릭터 의상을 입고 단상에 올라 공연을 펼쳐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키스타임 때도 평상시 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가족 단위 관중들을 비춰주며 부모와 자녀들 위주로 진행해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밖에도 ‘엘린이 패션왕’, ‘명탐정 만화왕’ 등으로 어린이들의 만족을 불러일으켰다.

◆ 야구는 ‘책 밖에 있는 교과서’, 야구장을 찾는 가족들

어린이날답게 자녀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가족 단위 팬들을 평소보다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양 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자리를 찾는 부모 옆에 아이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들떠 있었다.

두산의 열성 팬이라는 최준권(13) 군은 “두산이 어린이날 시리즈에 유독 강해 자신있게 경기장을 찾았다”며 “두산이 좋은 이유는 선수들이 다들 잘할 뿐 아니라 ‘허슬두’라는 팀 정신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거나 일상생활에서도 두산의 ‘허슬정신’을 실천하려고 한다”고 성숙한 생각을 밝혔다.

최 군의 아버지 최문석(50) 씨는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처럼 어떤 팀보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친다. 그럼에도 우승도 하고 무명의 선수를 국가대표로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분위기도 좋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좋은 팀이다. 학교에서든 사회에 나가서든 주변 사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 스스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박호빈(왼쪽에서 두번째) 군과 아버지 박승균(왼쪽에서 세번째)의 가족이 5일 LG 유니폼을 다함께 입고 잠실구장을 찾았다.

야구 선수가 꿈이라는 박호빈(11) 군은 “오랜만에 공부를 안 하고 야구장을 찾아 너무 재밌다”며 “우규민 선수를 좋아하는데 멋지게 투구하는 게 좋다.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만큼 강한 승부욕을 불태웠다.

MBC 청룡 시절부터 LG의 골수팬이라고 밝힌 박 군의 아버지 박승균(41) 씨는 “LG가 꾸준한 성적을 내는 팀은 아니다. 하지만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선수들의 훌륭한 태도를 배우도록 유도한다. 야구를 통해 승부에 집착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응원팀의 긍정적인 면을 닮도록 하는 것만큼 살아있는 교육법이 있을까.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프로야구가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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