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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리틀야구 개인기 발전에 못따라가는 한국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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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리틀야구 개인기 발전에 못따라가는 한국 야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5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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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세계정복] ④ 월드시리즈서 탄탄한 개인기 자랑…전용구장 확충 등 지원책 절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의 월드시리즈 정상 등극은 열악함을 넘어 황무지나 다름없는 여건 속에서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값진 성과다.

바꿔서 얘기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지원이 강화된다면 얼마든지 리틀야구와 전체 야구계가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일깨웠다.

박종욱 감독이 이끄는 국제그룹 우승팀인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의 하워드 J.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최종 결승전에서 미국그룹 우승팀 일리노이주 그레이트 레이크를 8-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84년과 1985년에 2연패를 달성한 후 29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본선무대도 밟아보지 못했던 한국 리틀야구는 한 세대가 지난 2014년에 와서야 세번째 정상의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1984년과 1985년 이후 리틀야구가 침체를 겪었던 이유는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리틀야구가 충분히 발전하고 더 뻗어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만에 밀려 월드시리즈 본선 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하고 본선티켓을 따낸 뒤 이를 알리는 자축 플래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월드시리즈서 나타난 선수 기량, 성인 야구 못지 않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준 한국 야구소년들의 기량은 성인의 그것에 못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한 루라도 더 가겠다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면서도 결코 무리하지 않았다. 본헤드플레이도 없었다.

또 뛰어난 한 사람의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다보니 팀 타격도 저절로 됐다. 월드시리즈 본선 5경기를 치르면서 더블 플레이를 당한 것은 고작 한 차례에 불과했다.

공격적이면서도 무리하지 않는 주루 플레이와 팀 타격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월드시리즈 본선 며칠을 앞두고 박 감독이 집중 훈련을 시켰다고는 하지만 원래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다면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소용이 없다. 그만큼 각 클럽에서 기본기 훈련을 제대로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체격조건을 갖춘 것도 충분히 같은 나이 또래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요소다.

▲ 최해찬이 서울 장충리틀구장에서 가진 대표팀 연습 경기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최해찬은 리틀야구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투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사진=스포츠Q DB]

◆ 엘리트 야구와 클럽 야구의 조화 이뤄져야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리틀야구연맹은 공중 분해 위기에 있었다. 1990년 9월 리틀야구연맹이 서울시야구협회에서 독립, 독자적인 단체로 창립됐지만 대한야구협회로부터 인준을 받지 못하면서 해체 직전까지 몰렸다.

또 리틀야구의 성지인 장충리틀구장은 1993년부터 철거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1993년 당시 김영삼 정부 시절 남산제모습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당시 국내 유일의 리틀야구장이었던 장충리틀구장을 철거할 계획이었던 것. 아직까지 장충리틀구장은 살아 남아 있지만 이후에도 몇 번이고 철거 움직임이 있었다.

이처럼 리틀야구리그가 '찬밥'이었던 것은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하고 클럽 스포츠에는 등한시하는 한국 스포츠의 풍토도 무시할 수 없다.

리틀야구는 다른 순수한 클럽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다시 야구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리틀야구에 대한 야구계 지원이 적극적으로 2006년 20여 팀밖에 없었던 한국 리틀야구는 지난 4월 기준 158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문 스포츠의 주류는 역시 엘리트 스포츠에 속하는 학원 스포츠다. 그러다보니 리틀야구를 하는 선수들은 종종 엘리트 스포츠에서 밀리곤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리틀야구에서 기본기를 닦으며 재능을 보여준 선수이 자연스럽게 학원 스포츠에 편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면 리틀야구와 학원야구의 조화와 교류도 이뤄질 수 있다.

◆ 전용구장 절대부족…저변 확대에 더욱 매진해야

일본은 한국처럼 월드시리즈 예선전을 별도로 치르지 않는다. 일본 내에서 예선전을 거쳐 우승한 팀이 일본을 대표하는 팀으로 월드시리즈에 나선다.

이처럼 일본이 단독으로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있던 것은 그만큼 리틀야구의 저변이 잘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틀야구리그 월드시리즈에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에 단독 출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모두 리틀야구의 저변이 뛰어난 나라들이다.

일본의 경우 공식 등록된 팀이 700개에 달하며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팀까지 더할 경우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무려 2000개의 팀이 활동해 약 4만명의 선수들이 야구를 즐기며 꿈을 키우고 있다.

또 국내에 있는 전용구장도 너무 적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현재 대회가 열릴 수 있는 전용구장은 장충구장을 포함해 남양구좌 구리, 청주, 계룡, 안동, 서귀포 등 7곳에 불과하다. 화성 히어로즈를 유치하는 대가로 화성시에서 현재 리틀구장을 건설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적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있는 전용구장도 시설이 열악하다. 우리나라 리틀야구의 성지인 장충구장은 화장실이 부족해 인근 공원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끄러운 한국 리틀야구의 자화상이다.

박찬호도 시설 확충과 지원에 대해 역설했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의 긍지와 이름을 알렸다는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하다. 이 어린 친구들이 유소년 야구의 흥행과 가치를 높였다"며 "이제 어른인 우리들에게 주어진 일은 더 많은 유소년들을 위한 인프라와 기회를 발전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찬호는 "공무원들은 성인야구장을 짓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뿌리를 다지기 위한 꿈나무들을 위한 전용 야구장을 짓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기업들도 단기적인 사회봉사와 환원을 넓혀서 꿈나무들을 위한 전용공간 확충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리틀야구 지원 확충에 대해 요구했다.

리틀야구는 한국 야구의 미래다. 심재학(42) 넥센 코치도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고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이슨 베리텍(42·전 보스턴)이나 게리 셰필드(46·전 뉴욕 메츠), 데렉 벨(46·전 피츠버그), 제이슨 베이(36·전 시애틀) 등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선수라는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꿈나무와 유망주의 텃밭인 리틀야구의 지원 확대와 발전을 통해 한국 야구계의 전체 파이가 커져야만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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