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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학범슨 신뢰 속에 크는 황의조, 또 하나의 껍질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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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학범슨 신뢰 속에 크는 황의조, 또 하나의 껍질 벗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5.06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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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울산전 2연속골…동료 활용해 기회 만드는 움직임에 한박자 빠른 슛으로 공격력 업그레이드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아직 껍질을 깨고 나오려면 아직 멀었어요. 더 잘해야지. 이제서야 뭔가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학범슨' 김학범 성남FC 감독에게 최근 황의조(24)에 대한 칭찬과 평가를 해달라고 하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컨디션이 좋아지고 경기력이 올라간 것은 인정하지만 만족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애제자'가 자칫 긴장의 끈을 늦춰 다시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어있다.

지난 시즌 득점왕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황의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동안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던 황의조가 5일 울산 현대와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 성남FC 황의조가 지난 1일 광주FC전에 이어 5일 울산 현대와 원정경기에서도 골을 넣으며 2경기 연속골과 함께 경기 MVP에 선정됐다. 김학범 감독의 쓴소리를 들으며 환골탈태한 황의조는 최근 성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1일 광주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는 황의조. [사진=성남FC 제공]

지난 1일 광주FC와 경기에서도 후반 35분 쐐기골을 넣으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황의조는 2경기 연속 MVP에 선정되며 성남에서 대체 불가한 원톱 공격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해진 상대 견제, 스스로 고민해 이겨내다

황의조의 시즌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수원 삼성, 수원FC, 포항전까지 3경기 연속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황의조가 지난달 9일 인천과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기까지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까닭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력해진 상대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15골을 넣으며 김신욱(전북 현대, 당시 울산)의 18골에 이어 득점 랭킹 공동 2위에 올랐던 황의조에 대한 상대팀의 견제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상이었다.

수원과 개막전에서 2개의 슛을 때리는데 그쳤던 황의조는 수원FC와 원정 2차저에서는 단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하며 올 시즌 최악의 경기를 하고 말았다. 돌아서지도 못하게 하는 레이어와 블라단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공격다운 공격도 해보지 못했다.

황의조에 대한 질책은 곧바로 이어졌다. 김학범 감독은 수원FC전 뒤 "황의조가 이정도밖에 안되는 선수인가 싶다.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황의조가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너무 호된 질책에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지난 시즌부터 김학범 감독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황의조에게 호된 질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약고구(良藥苦口)라고 했던가. 수원FC전을 계기로 황의조의 경기력이 달라졌다. 상대 수비와 직접 맞부딪히면서 하기보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티아고 등 공격 2선 동료들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을 기다릴줄 알게 됐다.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보다 이제는 동료들을 활용한 플레이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 황의조는 3월 수원FC와 원정 경기에서 블라단과 레이어의 수비에 묶여 단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하며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기 직후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던 황의조는 이때를 기점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사진=성남FC 제공]

황의조는 "지난 시즌과 달리 티아고처럼 득점력이 있는 선수가 있어 예전보다 확실히 득점에 대한 부담은 줄었다"며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감한 슛이다. 황의조가 골을 넣지 못하는 패턴을 분석하면 한 박자 타이밍을 늦추거나 수비수를 제치려다가 오히려 슛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최근 황의조의 슛을 보면 거침이 없다. 지난 1일 광주전에서는 안상현의 패스가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지자 골키퍼를 제치자마자 곧바로 슛을 때렸고 5일 울산전 역시 장학영의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 들어서자마자 박자를 죽이지 않고 곧바로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을 넣었다. '슈퍼 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벼락과 같은 슛에 백전노장 골키퍼 김용대도 꼼짝하지 못했다.

◆ 석현준-이정협과 벌이는 대표팀 원톱 경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이에 대해 황의조는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시즌 초반 슛 숫자가 크게 줄었다. 박자를 빨리 가져가는 슛, 과감한 슛을 해야만 기회가 많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머뭇거리는 것을 줄이면서 계속 과감한 슛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의조를 보는 김학범 감독도 흐뭇하면서도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분발을 요구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아마 황의조도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생각하고 있었고 항상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게 마음 고생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 한두번 나왔을 뿐이다. 지금처럼 좋은 슛이 반복적으로 나와야 비로소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욕심은 한국 축구대표팀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최근 석현준(25·FC 포르투)과 이정협(25·울산)의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대표팀 원톱 경쟁에서 석현준, 이정협에 다소 밀려있는 황의조로서는 다음달 1일 스페인전, 5일 체코전을 치르는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다시 한번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 황의조(가운데)는 이전보다 한 박자 빠른 과감한 슛과 동료들을 활용하는 움직임으로 새로운 공격 패턴을 보여주며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력해진 상대의 견제에서 이겨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광주전에서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는 황의조. [사진=성남FC 제공]

석현준은 최근 포르투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경기력까지 함께 떨어진 듯한 인상이다. 이미 포르투갈 현지 언론에서는 석현준이 다음 시즌 포르투에 잔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정협은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단 1골에 그치고 있다. 성남전에서는 4차례에 걸친 결정적인 슛 장면이 있었지만 골키퍼 김동준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현재 황의조의 경기력이 올라갔다고 해서 대표팀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는 다소 거리를 뒀다. 김 감독은 "내 관점으로는 황의조가 최고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은 모르는 것"이라며 "황의조가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 있다. 대표팀에서 어떻게 훈련에 임하고 컨디션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원톱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황의조는 "후발주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대표팀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어렵고 당장 뽑힐지도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리그에 집중하면서 소속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대표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은 있다. 이전에 맞붙었던 팀들과 차원이 다른 스페인, 체코와 경기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뽑힌다면 도전자의 자세로 부딪혀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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