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날만큼은 적이 아니었다.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이 한국을 응원하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25일 오전(한국시간) 3·4위전에서 미주 지역 서부 대표 마운틴 리지를 5-0으로 완파한 뒤 이어 열린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과 미국 그룹 우승팀 그레이트 레이크 간의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을 관람했다.
월드시리즈에 나선 전 선수단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귀국할 수 없다. 조기 탈락하더라도 결승전까지 지켜본 후 고국으로 돌아간다. 일본 선수단이 관람석에 나타난 것은 늘상 있는 일. 그런데 이들은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푸른 티셔츠를 입고 한국을 응원했다.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박원준 홍보이사는 "어린 선수들간에 국가간 악감정은 없다. 두 번이나 경기를 치르며 양팀이 친구가 됐다"며 "우리 선수들이 티셔츠를 선물하며 결승전에 꼭 응원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은 지난 24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리틀리그 야구 월드시리즈 국제 그룹 결승전에서 2회초에만 7점을 내주며 한국에 3-12로 완패해 탈락이 확정됐다.
일본은 사흘 전 열린 국제 그룹 결승전에서도 6회초 한국의 간판타자 황재영에게 결승 홈런포를 내주며 2-4로 패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그들은 한국에만 두 번씩이나 덜미를 잡히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아시아-퍼시픽 지역예선을 거칠 필요가 없는 세계 최강국. 때문에 결승전도 아닌 국제 그룹 탈락은 적잖은 충격일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한 수 아래라 여겼던 한국에게 9점차 완패를 당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도 상할 법했다.
그러나 소년들의 야구 세계에서 승부보다 중요한 것은 우정이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만큼은 ‘무조건 꺾어야 할 상대’인 일본이지만 이날만큼은 아시아편이었고 ‘우리편’이었다. 29년만에 패권을 차지한 기쁨만큼이나 많은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던 명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