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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소년들, 왜 '태극' 셔츠 입고 한국 응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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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소년들, 왜 '태극' 셔츠 입고 한국 응원했을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8.2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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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세계정복] 연이은 경기 후 선수단끼리 약속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날만큼은 적이 아니었다.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이 한국을 응원하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25일 오전(한국시간) 3·4위전에서 미주 지역 서부 대표 마운틴 리지를 5-0으로 완파한 뒤 이어 열린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과 미국 그룹 우승팀 그레이트 레이크 간의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을 관람했다.

월드시리즈에 나선 전 선수단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귀국할 수 없다. 조기 탈락하더라도 결승전까지 지켜본 후 고국으로 돌아간다. 일본 선수단이 관람석에 나타난 것은 늘상 있는 일. 그런데 이들은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푸른 티셔츠를 입고 한국을 응원했다.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가 그려진 푸른 티셔츠를 입고 한국과 시카고 대표간의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ESPN 중계화면 캡처]

한국리틀야구연맹 박원준 홍보이사는 "어린 선수들간에 국가간 악감정은 없다. 두 번이나 경기를 치르며 양팀이 친구가 됐다"며 "우리 선수들이 티셔츠를 선물하며 결승전에 꼭 응원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은 지난 24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리틀리그 야구 월드시리즈 국제 그룹 결승전에서 2회초에만 7점을 내주며 한국에 3-12로 완패해 탈락이 확정됐다.

일본은 사흘 전 열린 국제 그룹 결승전에서도 6회초 한국의 간판타자 황재영에게 결승 홈런포를 내주며 2-4로 패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그들은 한국에만 두 번씩이나 덜미를 잡히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아시아-퍼시픽 지역예선을 거칠 필요가 없는 세계 최강국. 때문에 결승전도 아닌 국제 그룹 탈락은 적잖은 충격일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한 수 아래라 여겼던 한국에게 9점차 완패를 당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도 상할 법했다.

그러나 소년들의 야구 세계에서 승부보다 중요한 것은 우정이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만큼은 ‘무조건 꺾어야 할 상대’인 일본이지만 이날만큼은 아시아편이었고 ‘우리편’이었다. 29년만에 패권을 차지한 기쁨만큼이나 많은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던 명장면이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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