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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13살' NC-넥센이 잘나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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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13살' NC-넥센이 잘나가는 이유는?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6.05.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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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감독의 수상한 야구]

[스포츠Q(큐) 박용진 편집위원] 역사가 짧은 NC와 넥센은 야구를 왜 잘할까.

9일 현재 구단 최다 타이인 8연승을 달리고 있는 NC는 18승11패로 2위, 넥센은 17승13패1무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정규시즌이 아직 100경기 이상 남아 있어 단정할 순 없지만 이 두 팀은 2016년 KBO리그도 성공적으로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간 두 팀의 성적을 돌아보면 놀랍기만 하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2013년 4강 진입을 시작으로 2014년 2위, 지난해에는 4위에 올랐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가 미국으로, 유한준(kt)과 손승락(롯데)이 국내 타구단으로 이적했음에도 큰 문제없이 야구를 하고 있다.

넥센 야구를 보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큰 소가 나가면 작은 소가 일하는 원리일까.

▲ 8일 LG전을 이긴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NC 선수들(아래). NC는 이날 승리로 구단 최다 타이인 8연승을 구가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2011년 창단한 NC는 2013년 1군 리그에 진입했다. 김경문 감독의 지도 하에 차근차근 성장한 NC는 2014년 준플레이오프, 2015년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모기업에서 든든한 재정지원을 받는 다른 팀들은 수년 동안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이 두 팀은 무엇 때문에 야구를 잘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단과 현장, 감독과 선수가 소통을 통해 잘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력 강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구단이 한다. 그렇지만 현장과 늘 소통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거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계획을 세워나가야 효율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다.

구단은 팀 전력 강화의 그림을 그리는 곳으로 야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전문화의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모기업에서 낙하산으로 사장, 단장을 내려 보내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특히 전문 지식을 요하는 단장 자리는 구단에서 수십 년간 훈련받고 경험을 쌓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

구단과 현장의 소통도 중요한 요소다.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은 팀이었지만 구단과 현장의 소통 단절로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팀들이 있다. 소통 부재로 구단이 사망 직전에 놓여있는가 하면,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리기도 한다. 감독도, 구단도, 현장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점이 커지는 구단도 있다.

구단이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부문은 팀 전력 강화다.

첫째, 전력 강화를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 좋은 선수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셋째,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잘 선택해야 한다. 넷째, 드래프트에서 우수한 신인을 확보해야 한다. 다섯째, 트레이드를 수시로 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이들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전력 강화는 실패로 돌아간다. 결코 강한 팀을 만들 수 없다. 팀 강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므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노력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며, 또 팀이 젊어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젊은 피 수혈에 신경 씀으로써 전도유망한 선수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NC와 넥센은 이런 점에서 강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8일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박정음(왼쪽 두번째)을 축하하고 있는 넥센 선수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첫 번째로 구단을 살펴보자.

2011년 창단한 NC는 현재까지 이태일 대표와 배석현 단장이 6년째 호흡을 맞추며 구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구단의 장기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

이장석 넥센 대표와 남궁종환 단장도 2008년 창단부터 지금까지 파트너로 9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구단 행정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어떤 구단은 단지 몇 년 성적이 나지 않는다고 수십 년 동안 헌신한 일꾼들을 모두 물갈이하기도 한다. 경험이 없는 직원들로 중·장기적인 팀 발전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장의 요구사항도 원활하게 뒷받침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수년 동안 성적은 바닥을 헤매게 된다. 성적 부진의 원인을 잘못 짚은 경우다.

어느 조직에든 숙련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무시하고 다 내보내는 건 말이 안 된다. 인재 양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법이다.

NC와 넥센의 장점은 구단 전문화와 시스템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며, 적재적소에 인재들을 배치해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장과 늘 원활하게 소통하고 공통분모를 찾아 함께 걸어가는 구단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구단과 현장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매끄럽게 굴러가는 이상적인 조직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게 되고, 이는 곧 성적으로 연결된다.

두 번째로 현장을 살펴보자.

◆ NC 김경문 감독

김경문 감독의 야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뚝심의 야구’다. 바둑으로 말하면 끈질긴 스타일이라 하겠다.

때문에 김 감독의 야구는 장기전에 유리하다. 단점은 단기전에 약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두산 사령탑 시절에 2005년과 2007년, 2008년에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이런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준우승만 세 번이라는 건 감독으로서 매우 뼈아픈 경험이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예선전 7전 7승을 포함, 9전 전승으로 뚝심을 발휘해 금메달을 따는 위업을 발휘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KBO리그 준우승 3회라는 뼈아픈 상처를 그나마 씻을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전력만 가지고서는 우승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운도 따라야 가능하다. 날카로운 작전도 필요하며 약간의 변칙적인 경기 운용도 가미돼야 한다. 장기 레이스엔 강하지만 단기전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깨는 일이 김경문 감독에게 앞으로 남은 일일 것 같다.

◆ 넥센 염경엽 감독

염경엽 감독은 사령탑 첫해인 2013년 4위, 2014년 2위, 지난해 4위라는 성적을 올리며 지도자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프런트와 야구 이야기를 격의 없이 할 정도로 소통에 능하다. 이런 점들이 기존 재벌 그룹의 구단과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넥센은 자생력으로 구단을 운영해야 하므로, 창의적인 마케팅과 현장에서 성적을 내며 공생·공존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 구단이다. 이런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타 구단보다 정신력이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염 감독은 야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경기 때 전광석화처럼 작전을 펼쳐 상대방을 당황케 하고, 한 순간에 흐름을 바꿔놓는 장점이 있다. 투수 교체 타이밍과 대타, 대수비, 대주자 기용 등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이런 것들을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이라 한다. 이 부분을 성공함으로써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감독의 판단 미스를 줄여야 팀 승률이 올라간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지는 경기를 분석해 보면 감독의 판단 미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승률을 높이려면 선수들의 경기력도 높아야 하지만 감독의 멘탈 에러를 줄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현재 하위 팀들을 보면 감독이 여러 측면에서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소통을 잘 하지 않으며, 독단적으로 팀을 이끄는 데서 오는 파열음이 크게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과 소통하며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구단이 좋은 구단이다.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첫째도 소통, 둘째도 소통이다. 소통을 잘 하고 있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NC와 넥센이 야구를 잘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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