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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해적' '타짜2' 살린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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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해적' '타짜2' 살린 유해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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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코믹연기의 귀재 유해진(44)의 진가가 더욱 발휘되는 나날이다.

‘명량’의 파죽지세에 밀려 주춤하던 해양 어드벤처 영화 ‘해적’(감독 이석훈)이 뒷심을 발휘하며 6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있어 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 영화가 출발하게 된 단초는 ‘배멀미를 하는 해적’이었다. 엉뚱한 상상력을 현실화된 캐릭터로 만들어낸 주인공은 유해진이다.

▲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철봉

해적단의 철봉은 겉으론 강한 척하지만 배멀미를 못이겨 육지로 도망친다. 산적단에 들어가서는 밑바닥 서열을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쓴다. 조직의 넘버 2가 되기 위한 그의 밉지 않은 아부와 허세는 관객을 포복절도케 한다. 바다라곤 구경조차 못한 산적들에게 거대한 고래를 설명하며 자랑질을 하고, 바다수영법에 대해 일장 강연을 늘어놓으며 “음~파~음~파 해야지 파~음~파~음하면 뒈져”라는 말로 보는 이를 쓰러지게 한다.

‘해적’에서 남자주인공 김남길은 예전에 보여주지 않은 코믹연기를 터뜨리고, 여주인공 손예진은 액션 여전사 면모를 보여준다. 오달수, 박철민, 김원해, 조희봉 등 쟁쟁한 연기파들이 코믹파트에서 협공 체제를 구축하지만, 유해진이 없었다면 2% 부족한 감상에 그쳤을 법하다. 남녀노소 관객들이 그토록 큰 웃음을 쏟아내진 않았을 성 싶다.

오는 9월3일 개봉하는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에선 8년 만에 고 선생(고광렬)으로 돌아온다. 2006년 ‘타짜’에서 감초 조연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타짜2’에선 무르익은 면모를 십분 과시한다. 한때 고니(조승우)와 함께 노름판을 휘어잡았던 고광렬은 이제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중년이 됐다. 아귀(김윤석)에게 한 손을 잃은 뒤 은둔 고수로 지낸다. 그런 그의 앞에 패기 넘치는 타짜 대길(최승현)이 나타나고, 그는 대길의 친구이자 스승으로 위험한 동행을 한다.

▲ '타짜-신의 손'의 고광렬

전편에서 실력보다 말이 앞서며 꼼수에 능한 타짜 캐릭터였다면 신작에선 녹슬지 않은 언변과 더불어 수를 꿰뚫는 통찰력, 인생을 달관한 여유와 인간적인 따뜻함까지 갖췄다. 전반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거에 정리하며 영화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다가 후반부 김윤석에게 깔끔하게 바통터치를 해준다. 유해진으로 인해 ‘타짜2’의 오락성은 윤기를 더했을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위트와 유머를 갖춘 좋은 배우들은 많다. 그 가운데 유해진의 특장점은 서민의 구수함과 해학이다. 절묘한 타이밍 감각과 충청도 사투리의 느릿함 속에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화술은 그만의 영역이다. 독서량이 방대하고, 인문학적 소양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연기자답게 그의 ‘말말말’은 즉각 휘발되는 언어의 향연이 아니라 철학이 깃들어 있고, 삶의 깊이가 느껴진다.

유해진은 더 이상 탁월한 연기력으로 주연보다 더 주목받으며 출연 장면을 훔치는 ‘신 스틸러’가 아니다.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영화를 슬며시 본궤도에 올려놓는 ‘작품 구조자’다. 특히나 젊은 주연 배우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더욱 빛나게 하는 조력자의 자세에서 장인 반열에 오른 연기 철학마저 느껴진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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