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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29년만의 우승, 기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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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29년만의 우승, 기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8.27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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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장 제반시설 확립 등 물리적·정책적 변화 있어야

[인천=스포츠Q 이세영 기자] “아이들이 리틀 전용구장에서 만큼은 마음 놓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한 쪽은 29년만의 우승을 축하하고 즐기는 분위기였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현재 한국 리틀야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박종욱(동대문리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하워드 J. 라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리틀야구 리그 월드시리즈 최종 결승전에서 일리노이주 그레이트 레이크를 8-4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 리틀야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변화가 필수적이다. [사진=스포츠Q DB]

공항 입국장에는 취재진과 학부모, 이들이 속한 12개 리틀야구단 선수들 등 총 300여명의 환영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또 이들을 보기 위해 일부러 공항에 찾아온 일반인들도 다수 있었다.

기적과도 같은 우승이기 때문에 기뻐하는 것은 당연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화제가 됐던 ‘볼트 세리머니’를 재연해보이며 우승의 기쁨을 다시 만끽했다.

하지만 그 사이 학부모들은 리틀야구 선수들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밝힘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승 주역 유준하(송파구리틀)의 어머니 조소향(43) 씨는 “우리는 그나마 쓰고 있는 전용구장이 있는데 대부분의 리틀야구 선수들은 운동을 하고 싶어도 사용할 구장이 없어 떠돌아 다닌다”며 “아이들은 평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2,3시간 동안 운동을 하더라도 공간적인 제약이 없고 라커룸이 갖춰진 곳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 하지, 짐을 들고 다니면서 운동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리틀야구 전용구장을 성인이 쓰다 보니 아이들이 쓸 시간이 없다. 아이들이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벼야 하는데 어른들이 쓰는 시간을 피해서 야구를 해야 한다”며 “어른들이 리틀 구장에서 야구를 할 때 담장까지 거리가 짧아 홈런 타구가 많이 나오는데, 이 타구에 차량이 맞으면 안전사고도 생긴다”고 주객이 전도된 현실을 꼬집었다.

▲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단이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 환영 행사에서 한영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오른쪽서 네번째)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왼쪽)도 참석했다. [사진=스포츠Q DB]

이 문제는 유준하가 속한 송파구리틀야구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조소향 씨는 “대부분의 리틀 야구선수를 둔 학부모들이 이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현재는 리틀 전용구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처지다”고 전했다.

박원준 한국리틀야구연맹 홍보이사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한국 리틀야구 팀은 총 158개이며, 연맹에 등록된 리틀야구 선수는 3050명이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리틀야구 전용구장은 7개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시에서 성인에게 개방해 어린이들이 마음껏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 씨는 “무더운 여름에는 아이들이 쉴만한 장소가 없어 학부모들이 자비를 털어 아이스박스를 마련해 준다”며 “날씨가 쌀쌀할 때도 뜨거운 어묵국물을 들고 다니면서 먹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번에 아이들이 미국의 선진화된 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도 중요하지만 일단 최소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29년 만에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단이 26일 열린 귀국 환영행사에서 월드시리즈에서 화제를 모았던 '볼트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우승 주역 최해찬(마포리틀)의 어머니 박현수(45) 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박 씨는 “리틀야구 내부에서 곪은 문제들이 많다. 이번 우승을 기점으로 해서 이것들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박원준 리틀연맹 이사는 “리틀 전용구장 증축 등 인프라 구축은 예산을 마련하고 부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우리가 국제 교류전을 하기 위해 외국에 나갈 때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급하게 도와주기는 하지만 이것이 정책적으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틀야구 불모지에서 기적적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직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이번 월드시리즈 우승이 기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유관단체, 연맹이 힘을 모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들도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리틀야구에 지속적인 애정을 가져준다면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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