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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맨유, 부활까지 정말 '판할 허니문' 3개월 고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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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맨유, 부활까지 정말 '판할 허니문' 3개월 고생해야 하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7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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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지와 개막 홈경기서 1-2 패배 이어 MK돈스와 캐피탈원 리그컵 0-4 참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다시 한번 명장임을 입증한 루이스 판할 감독의 시름이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지만 시즌 개막을 하자마자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맨유는 27일(한국시간) 밀튼 케인즈 M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캐피털원컵(리그컵) 2라운드 경기에서 밀튼 케인즈 돈스(MK돈스)에 0-4로 대패하는 대망신을 당했다.

이날 맨유가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모두 비주전으로 내보냈다고 하더라도 그저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였을 뿐이지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모두 주전으로 활약했거나 꾸준히 출전했던 선수들이었다. 수비수 조니 에반스나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대니 웰백 모두 나름 이름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맨유는 현재 리그 원(3부)에 있는 MK돈스를 상대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MK돈스는 2014~2015 리그원 정규리그에서 2승1무1패, 승점 7로 7위에 머물러 있는 팀이었다.

이런 팀을 상대로 맨유는 14개의 슛을 때렸지만 유효슛은 고작 4개에 불과했다. MK돈스는 15개의 슛 가운데 11개가 모두 골문 정면으로 향하는 유효슛이었다. 졸전도 이런 졸전이 없다.

◆ 프리시즌 상승세, 개막전 패배와 함께 사라지다?

프리 시즌만 하더라도 맨유는 판할 감독의 지휘 아래 부활의 나래를 펼 것처럼 보였다. 미국 투어에서 LA 갤럭시를 7-0으로 대파한 것을 시작으로 AS로마를 3-2로 꺾었고 인테르 밀란과 0-0으로 비겼다. 또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을 각각 3-1로 연파하고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정상을 차지했다.

비록 오프 시즌에 열린 친선전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명문 8개 클럽이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맨유의 부활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크리스 스몰링과 필 존스, 조니 에반스의 스리(3)백 수비라인 제대로 구현됐고 안토니오 발렌시아나 애슐리 영의 활약도 좋았다는 평가였다. 특히 영은 왼쪽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판할 감독이 구사하는 스리백에 잘 맞는 선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1무2패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스완지시티와 리그 홈 개막전부터 비틀거렸다. 필 존스, 크리스 스몰링, 타일러 블래킷의 스리백과 함께 영이 왼쪽 윙백으로 서는 스리백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데르 에레라와 대런 플레처로 이뤄진 중앙 미드필드진도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결국 기성용에게 시즌 첫 골을 내주면서 흔들린 맨유는 스완지에 1-2로 지면서 개막전 잔치를 망쳤다.

1-1로 비긴 선덜랜드와 리그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중앙 미드필드진 조합을 에레라-플레처에서 톰 클레벌리-플레처로 바꿔봤지만 위력은 덜했다.

스완지전에서 투톱을 형성했던 웨인 루니와 에르난데스 대신 루니와 로빈 판페르시를 내보냈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스완지전에서 골을 넣었던 루니는 침묵했고 판페르시 역시 기대했던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 2000억원 쏟아 부은 맨유, 3년보다 더 길 3개월

맨유는 공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앙헬 디 마리아를 데려왔다. 역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인 5970만 파운드(1002억원)를 레알 마드리드에 쥐어줬다. 그만큼 맨유의 올시즌 야심작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맨유는 이날 MK돈스에 0-4로 지는 굴욕을 당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또는 유로파리그에 나가는 것이 일상적이었던 맨유는 19년만에 처음으로 리그컵 2라운드를 치렀고 그 경기에서 참패하며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또 일본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는 경기에 뛴지 불과 20분만에 부상으로 아드낭 야누자이와 교체되는 등 전반적으로 맨유에게 얻은 것이 전혀 없던 경기가 됐다.

이쯤 되자 주위에서는 데이빗 모예스 전 감독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까지 나오고 있다. 에버튼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모예스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적극 추천으로 성원을 받으며 맨유의 감독으로 취임했지만 끝내 나래를 펴지 못하고 정규리그 7위로 추락한 뒤 경질됐다.

그러나 판할 감독은 아직까지는 굳건한 모습이다.

선덜랜드와 경기를 앞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판할 감독은 "이미 올시즌 초반 3개월이 어려울 것이라고 선수들, 팬들에게 말했고 에드 우드워드 단장과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에게도 통보한 바 있다"며 "바르셀로나나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첫 시즌에 그 정도 시간을 갖고 팀을 세웠다. 그 시간이 한 달로 단축될 수도 있지만 4개월로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판할 감독은 MK돈스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기자회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패배에 충격받지 않았다"며 "새로운 팀은 한달 만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맨유가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적지 않은 돈을 썼다는 점이다. 디 마리아 영입까지 자그마치 1억3170만 파운드(2211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미 지난 시즌 맨유답지 않은 성적으로 지친 팬들이 얼마나 기다려줄 지가 미지수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팬들에게는 3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판할 감독은 팬과 언론에 3개월의 '허니문'을 얘기했을지 모르지만 팬심과 민심은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다리고 기다리다 교체를 통한 재건에 실기한 모예스의 실패로 학습효과가 높아지기도 한 맨유 팬들이라.

제때 세대교체를 하지 못하고 리빌딩을 진행하지 못한 후폭풍을 이제서야 절감하고 있는 맨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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