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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한화 "아직 24경기가 남아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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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한화 "아직 24경기가 남아있사옵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7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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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야구 되는 한화, 너무 매운 고춧가루…8월 들어 10승 6패 상승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달 들어 한화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한화 팬들도 여름 들어 고공 비행을 하는 '독수리'가 반갑다. 어느덧 한화도 4강 플레이오프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만만치 않은 팀이 됐다.

한화는 지난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원정경기에서 외국인 선발투수 앤드류 앨버스(29)의 완봉 역투로 9-0으로 기분좋은 승리를 거두더니 26일 NC와 홈경기에서도 라이언 타투스코(29)의 7⅓이닝 1실점 호투로 3-2로 이기면서 상승세를 탔다.

이달 들어 한화는 16경기에서 10승 6패를 기록하고 있다. 7월 31일까지만 하더라도 32승 1무 53패로 당시 4위를 달리던 롯데에 10경기나 뒤져 있었지만 지금은 42승 1무 59패로 4위 LG와 승차가 5.5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16경기만에 4.5경기나 줄였다.

지금 이대로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4강권 싸움에도 들 수 있다. 현재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들의 승수 쌓기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한화가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순위 상승과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 8월 들어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3.41

야구에서 선발투수가 갖는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발투수가 앞에서 잘 막아줘야만 감독은 후반을 기약할 수 있고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지 예측할 수 있다.

선발투수가 잘해주면 이른바 '예측 가능한 경기'가 가능하다. 반대로 선발투수가 제몫을 해주지 못하면 중간계투진에 과부하가 온다. 대량 실점하고 무너진다면 따라잡을 기회가 없어진다.

7월까지 한화가 딱 그런 모습이었다. 선발투수가 앞에서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니 중간계투진이 힘을 받을 수가 없었다. 팀 타율 0.290으로 공격력은 괜찮지만 한화가 최하위에 묶인 것은 9개팀 가운데 유일한 6점대 평균자책점(6.16)을 기록할 정도로 부실한 마운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한화는 7월까지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8월 평균자책점이 4.33밖에 되지 않는다. 한 경기에서 4점 정도만 내주고 있으니 타선에서도 뭔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이 3.4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16경기 가운데 퀄리티 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가 9차례나 된다.

6이닝 3실점이면 평균자책점이 4.50 또는 그 이하이기 때문에 뛰어난 기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퀼리티 스타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6이닝 동안 경기를 최소한 팽팽하게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선발투수가 앞에서 잘 막아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화 역시 이달 들어 치른 9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제 몫을 해줬다. 그 덕분에 한화는 후반에 승부를 걸거나 경기 운영에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한화가 8월에 갑자기 좋아진 가장 큰 이유다.

▲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는 이태양도 김광현과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등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젊은 그대들' 이태양·유창식의 부활

한화로서는 토종 선발투수 이태양(24)과 유창식(22)의 부활이 못내 반갑다. 모두 20대 초반의 선수들이어서 한화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토종 원투펀치'다.

만년 유망주였던 유창식은 5월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릴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5월 7일 LG전에서 4⅓이닝 6실점, 31일 SK전 3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뒤 한동안 선발진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하지만 7월말 다시 1군에 올라온 유창식은 세차례 중간 계투 점검을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마운드에 힘을 실었다.

지난 3일 두산전에서 7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데 이어 9일 LG전에서도 5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2연승을 달렸다. 23일 KIA전에서는 중간계투의 '방화'로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역시 6이닝 1실점 호투했다. 8월 들어 출전한 4경기에서 2경기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대표인 이태양도 이달 들어 힘을 되찾았다. 계속된 부진으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이태양은 11일 LG전에서 6⅓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6일 NC전에서는 패전을 기록했지만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올렸다.

22일 SK전에서는 김광현(26)과 선발 맞대결을 벌여 6⅔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태양이 8월 평균자책점은 5.16이나 되지만 3⅔이닝 7실점했던 5일 삼성전을 뺀 최근 3경기의 평균자책점은 2.84에 불과하다. 올시즌 이태양의 평균자책점 5.00과 비교해도 얼마나 나아졌는지 알 수 있다.

▲ 유창식은 이태양과 함께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유창식은 8월 들어 2승을 거두고 2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 중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앨버스-타투스코 외국인 투수들도 상승세

여기에 두 외국인 선발투수까지 합세했다.

5월 11일 KIA전부터 6월 28일 삼성전까지 무려 7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던 앨버스는 8월 들어 투구 내용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지난 6일 삼성전은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6이닝 2실점 호투로 연장 접전 끝에 4-2로 이기는데 발판을 놨다. 17일 NC전도 6이닝 2실점으로 좋은 내용을 보인 앨버스는 25일 KIA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최고의 날을 보냈다.

이에 자극받은 타투스코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시즌 중반에 대체 외국인선수로 들어온 타투스코는 아직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26일 NC 타선을 단 3개로 묶고 삼진 5개를 잡아내며 7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그가 8월에 등판한 4경기에서 한화가 3승을 거뒀다는 점만 보더라도 얼마나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한화의 외국인 선발투수 라이언 타투스코는 시즌 중에 들어와 아직까지 기복이 심하지만 26일 NC와 경기에서 7⅓이닝 1실점 호투하는 등 한국 야구에 적응해가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LG·두산 등 4강 경쟁팀과 18경기나 남아

선발투수가 잘해준다는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한화가 7월까지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던 것도 선발진이 앞에서 제대로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고 8월 들어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역시 선발진이 제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들이 가져오는 효과는 이처럼 막대하다.

선발투수들이 잘해주니 덩달아 타선도 더욱 활발해지는 등 '긍정의 힘'이 퍼지고 있다. 선두 삼성도 이겨봤고 이달 초에는 두산에 2연승도 거둬봤다. 7연승을 달리던 NC도 격파했다.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는 26일 NC와 경기에서 볼넷으로 출루할 때 방망이를 배트보이에게 주려다가 안주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팀에서는 이런 장난을 칠 여유조차 없다. 피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기가 풀리지 않아 얼굴을 붉혔던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쾌활하게 변했다.

한화에게는 아직 24경기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LG, 두산, 롯데, KIA, SK 등 4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과 경기가 무려 18차례다. 이 경기에서 승부를 걸어본다면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을 넘어 4위까지 올라가는 대이변도 일으켜볼 수 있다. 16경기에서 4.5경기의 승차를 줄인 한화라면 24경기에서 5.5경기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

한화의 2014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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