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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보다 높이 난 독수리, '전략가'로 변신한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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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보다 높이 난 독수리, '전략가'로 변신한 최용수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8.27 2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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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선수 변화 및 믿음의 축구, 2년 연속 ACL 4강 견인

[상암=스포츠Q 홍현석 기자] ‘독수리’ FC서울 최용수(40) 감독이 전략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황새’ 황선홍(46) 감독을 다시 한번 꺾고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2014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0-0으로 연장까지 무승부를 거둔 후 승부차기에서 서울의 유상훈(25) 골키퍼의 선방쇼로 3-0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이날 승리로 최용수 감독은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2년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한 최 감독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원정 다득점으로 제친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와 4강 경기를 갖는다. 사실상 극동 아시아 및 호주 지역의 결승전 성격의 4강전에서 이기면 중동 지역 팀과 홈 앤 어웨이로 결승전을 갖게 된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27일 포항과 ACL 8강 2차전이 시작되기 전에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과감한 선수 변화를 보여준 ‘전략가’ 최용수 감독

최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외국인 공격수를 빼는 강수를 뒀다. 지난 주말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도 1.5진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고도 짜릿한 2-1 승리를 챙겼던 서울은 이번에도 박희성, 고요한과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윤일록(22)을 공격진에 배치시켜 스피드를 배가 시켰다.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전반 중후반부터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특히 원톱으로 투입된 박희성이 문전에서 포항 수비수들과 경쟁을 해주면서 고요한이나 윤일록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줬다. 윤일록도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며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최우수선수(MVP)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또 골키퍼에서도 최근 인천과 전북과 리그 경기에서 활약을 펼쳤던 김용대 골키퍼 대신 승부차기까지 생각해 유상훈 골키퍼를 투입했다. 유상훈은 지난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도 포항을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이기는데 공을 세운 골키퍼다. 유상훈은 최 감독의 신뢰에 부응하며 3연속 승부차기 선방으로 보답,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 감독은 “사실 골키퍼를 놓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 양 팀 골키퍼 모두 활약이 좋았다. 하지만 경기를 준비할 때 유상훈의 페널티킥 선방 능력이 뛰어나 선택했다”고 밝혔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유상훈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3연속 선방을 보여준 후 선수들과 함께 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서울의 스리백, 포항을 두 번 울리다

서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스리백이 포항을 다시 한 번 울렸다. 초반부터 포항은 강하게 서울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서울은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오가는 전술로 포항의 공격을 봉쇄했다.

특히 공격 때에는 양 윙백이 빠르게 측면으로 이동해 포항 측면 수비수를 괴롭혔고 수비때는 빠르게 내려와 파이브백으로 변신, 포항의 측면 공격을 차단했다.

올 시즌 서울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 무공해(무조건 공격해)라는 슬로건을 가질 만큼 서울은 공격에서 강점을 보여준 팀이었다. 그러나 공격의 핵심이었던 데얀(33·장수 쑨텐)과 하대성(29·베이징 궈안)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공격이 약화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최용수 감독은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끝난 뒤부터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무서운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FA컵에 이어 다시 한번 스리백으로 포항의 공격진을 무력화시켰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날 경기에서 무실점을 목표로 했고 선수들이 나의 의중을 잘 따라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서울 수비수 김주영(왼쪽)이 포항 미드필더 김재성과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믿음으로 덕장의 면모를 보여준 최용수 감독

서울은 한동안 정규리그에서 부진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사실 서울은 아직까지도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갈 수 있는 6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AFC 챔피언스리그도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선수들을 끝까지 믿었다.

최현태(29)는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독님이 선수들을 많이 믿는다. 이 때문에 힘이 난다”고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3일 전북과 리그 22라운드에서 멀티골로 팀을 승리로 이끈 윤일록도 “최근 부진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믿는다고 말해줘 큰 힘이 됐다. 감독님의 믿음이 부진에서 탈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의 무한신뢰는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믿음으로 부진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던 윤일록과 국가대표 승선을 도운 차두리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최용수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선수들을 믿었다. 항상 도전자 입장으로 다른 팀들을 상대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서울 최용수(오른쪽) 감독이 승부차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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