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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명품매치' 리틀야구 국가대표 선발전, 태권도-양궁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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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명품매치' 리틀야구 국가대표 선발전, 태권도-양궁 연상시켰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5.16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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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주 하이라이트 필름 수차례, 초미의 관심사다운 명승부

[장충=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마치 태권도 선발전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중계를 맡은 MBC스포츠플러스 한만정 해설위원의 말이다.

국제대회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가 더 어려운 종목인 태권도, 양궁, 쇼트트랙 등에 비견될 만 했다. 리틀야구 소년들의 태극마크를 향한 기량, 열정, 투혼은 박수, 찬사, 환호를 아무리 받아도 모자람이 없었다.

동서울대표와 서서울대표가 6일 장충 리틀구장에서 격돌한 제70회 2016 리틀리그 월드시리즈(LLWS) 아시아-퍼시픽 12세 이하(MAJOR) 국가대표 선발전 풀리그 마지막 경기. 나란히 4승 무패의 두 팀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섰다.

▲ 승리한 동서울대표팀 선수들(왼쪽)과 석패한 서서울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하이라이트 필름만도 여러 개였다. 왜 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선수들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들이 공격, 수비, 주루에 걸쳐 연달아 나왔다. “대만만 넘으면 어느 팀이 나가더라도 월드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다”는 현장 지도자들의 자신감은 빈말이 아니었다.

2회초 터진 서서울 황현석(인천 부평구)의 만루홈런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주저앉으며 걷어 올린 고급 타격이었다. 동서울도 응수했다. 5회말 김재경(경기 성남 분당구)은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 좌중간 담장을 넘겨 버렸다.

동서울 2루수 최민호(경기 하남시)와 투수 김재경은 5회초 수비서 기가 막힌 베이스커버로 아웃카운트를 합작했다. 황현석의 깊은 타구를 1루수가 지나친 사이 김재경이 재빨리 누로 향해 최민호의 송구를 받았다. 특급 선수들 간의 호흡이 돋보였다.

주루서는 동서울 조준서(경기 하남시)가 빛났다. 5회말 1사 1,2루. 상대 폭투로 3루에 안착한 그는 또 와일드피치가 나오자 지체 없이 홈으로 달렸다다. 3루의 엄범석(서울 광진구) 코치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지만 스스로 돌진해 득점을 올렸다. 판단력, 스피드 모두 일품이었다.

리틀야구 관계자 전부가 초미의 관심을 보인 한판다웠다. 장충으로 집결한 지도자들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탄성을 내지르며 “향방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학부모 일부는 “다리가 후들거려 볼 수가 없다”며 난관에 몸을 기댔다.

▲ 동서울 조준서(왼쪽)가 5회말 1사 2,3루 폭투에서 이한의 태그를 피해 홈으로 파고들며 세이프 판정을 받고 있다.

마지막마저도 명품경기다웠다. 조준서의 끝내기 안타로 방점을 찍었다.

승장인 엄범석(서울 광진구) 감독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잘 풀리지 않았다. 리틀야구 지도자 생활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돌아보며 “김덕용(경기 광명시), 조규수(경기 평택시) 감독도 잘 싸웠다. 정말 멋진 팀”이라고 적장을 치켜세웠다.

함께 승리를 일군 황상훈(서울 동대문구) 감독은 “외국팀하고 붙는 것보다 지역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한국 리틀야구 수준이 이렇게 높다. 연습을 통해 강한 팀을 만들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이루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2014년 12세 이하(MAJOR) 우승, 2015년 13세 이하(INTERMEDIATE) 제패 등 한국은 2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리틀야구 강국이다. 동서울은 세계 챔피언으로 가는 여정의 가장 까다로운 첫 관문을 넘어선 셈이다.

아시아-퍼시픽 지역예선은 오는 7월 장충과 남양주, 구리 등 3곳에서 개최된다. 한국에서 리틀야구 국제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1983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12세 대표팀은 다음주부터 월드시리즈행 티켓 획득을 위해 장충, 남양주를 오가며 담금질에 돌입한다.

▲ 패한 이한(오른쪽)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서서울은 초반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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