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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역사적 지분' 쌓은 김연아, 그 활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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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역사적 지분' 쌓은 김연아, 그 활용법은?
  • 김한석 기자
  • 승인 2014.02.24 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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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발전 위해 노하우 전수하는 새로운 '김연아 효과' 기대 크다

[스포츠Q 김한석 부국장/스포츠저널부장]  '피겨 여제' 김연아가 떠났다.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올림피아드에서 물러났다. 외신들은 금과 은을 뒤바꾼 편파적 채점이라고 문제 제기했지만 '여제'는 담담히 물러났다. 적어도 밖으로는 눈물을 내비치지 않고. “1등은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려서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며 '아디오스'를 고했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고심 끝에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돌아왔던 올림픽 무대. 올림픽 2연패의 신기원을 이뤄주길 기대했던 팬들에게 어김없이 유려한 클린 연기로 답했다. 미국의 '마셔블'이 보낸 평가 그대로. "(올림픽 3연패의) 헤니로부터 진화된 여자 피겨의 정점에 김연아가 있다"는 찬사는 은메달에도 바뀐 게 없다.

은반의 미학을 새롭게 해석한 개척자. 올림픽 때마다 나오는 기술-예술의 우위 논쟁을 잠재웠다. 기술에 예술성을 더욱 승화시켜 지구촌 팬들 가슴에 경탄과 감동의 무늬(Figure)를 아로새겼다.

그만큼 찬란한 '역사적 지분'을 갖게 됐다.

올림픽 갈라쇼로 정녕코 이별을 고한 날. 그의 은메달에 누구보다 분노했던 1984, 1988 올림픽 2연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도 그 영광의 지분을 높게 평가했다. "리피트 클럽(올림픽 2연패 이상 메달리스트 클럽)에 들어오는 걸 환영한다"며.

역사적 지분은 그가 밝힌 적이 있는 꿈을 이루는데 우선 힘이 될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분명히 그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꿈이고 또 그럴 자격도 충분히 있다.

이제 국내에서 그의 역사적 지분이 더욱 소중하게 쓰일 곳이 있다.

'포스트 김연아'를 위한 일이다. 그가 떠난 한국 피겨는 공백기다. 국제무대에 통할 선수층이 얇아 이미 우려된 일이다. 일본과 견주어 보면 더욱 상황은 심각하다. 1992년 올림픽에서 이토 미도리가 아시아 최초로 메달(은)을 따낸 뒤 2006년 아라카와 시즈카가 아시아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선수층이 두꺼운데다 빙상연맹의 투자와 기업들의 후원까지 더해 '포스트 이토'를 실현하는데 14년이 걸린 일본이다.

김연아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고향 아이치현에서 꿈을 키울 때를 회고한 적이 있다. "보고 따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피겨 선배들이 계속 나왔다"며 고향 선배 이토를 떠올렸다. 아이치현의 많은 어린이들이 이토를 동경해 그를 흉내내며 점프를 익혔다.

'김연아 키즈'들이 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낸 2010년 올림픽 이후로 피겨 초중생 선수들이 급증했다. 2008년 244명이었으나 2012년 516명으로 111% 늘었다. 같은 기간 초중생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이 264명에서 303명으로 15%, 쇼트트랙이 324명에서 345명으로 6%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초중생 빙상 선수 1164명 중 피겨의 비율이 44%로 4년만에 최다로 올라섰다.

'김연아 효과'가 컸다. 그나마 한국 피겨의 미래를 위해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피겨 여제'의 유산이 그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그만큼 커졌다. 이미 어머니 박미희씨가 보여준 피겨 사랑과 김연아가 실천한 후배 사랑으로 그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

'피겨맘' 박씨는 첫 광고를 찍을 때 피겨에 대한 후원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피겨 유망주들에게 장학금도 빼놓지 않고 있다. 김연아는 한국이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자 '김연아 키즈'에게 큰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링크로 돌아왔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후배들에게 소치 올림픽, 세계선수권 출전권 3장을 선사했다. 김연아와 함께 소치 무대를 경험한 박소연과 김해진은 "연아 언니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고 했다.

이제부터는 피겨 현장과 맞닿는 '김연아 효과'가 중요하다.

김연아가 현장을 찾아 저변확대의 길라잡이가 되는 일이 그중 하나다. 지방을 순회한다거나 클리닉을 확대한다거나. 김연아는 자신으로 인해 피어난 피겨 발전의 싹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꽃피울 수 있도록 현장을 찾는 길이 중요해졌다.

대표팀,상비군 선수 등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엘리트 기대주들과 스킨십을 통해 자신이 체득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객원코치도 그 방안의 하나다. 직접적인 기술 지도는 아니더라도 예술적인 감각을 키워내는 비법을 충분히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각고의 노력으로 쌓은 예술성이야말로 한국 피겨의 국제경쟁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멘토 역할도 있다. 잦은 부상을 극복해낸 자기관리, 큰 무대에 섰을 때 중압감을 이겨낸 심리적 의지 등을 후배들과 나누는 일이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싸워 이겨냈던 '피겨맘'의 경험도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특히 코치들에게 "김연아처럼 만들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조급증이 선수들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메시지도 공유한다면 피겨 문화가 분명히 바뀌는 효과도 있다.

'연아컵' 창설도 제안해 본다. 김연아가 주주인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로서는 충분히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의 글로벌 브랜드화의 역량을 쌓아왔기에 그렇다. 피겨 발전에 공헌하는 가치도 실현할 수 있다. 유망주를 발굴하고 입상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도 주는 무대가 되면 더욱 좋다.

창설한다면 목표를 일본의 NHK트로피처럼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 김연아의 역사적 지분을 활용한다면 국내외에서 다양한 채널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일본은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피겨의 대중성에 눈을 떴다. 1977년 도쿄에서 세계선수권을 개최해 첫 메달을 따내자 2년 뒤 NHK트로피를 창설했다. 일본 피겨의 산실이 됐고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중의 한 대회로 성장했다.

그가 우상으로 삼는 미셸 콴을 비롯해 올림픽 피겨 메달리스트들은 은퇴 이후 아이스쇼로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TV해설자, 또는 배우의 길 등을 걷는 경우가 많았다.

김연아는 당분간 쉬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겠다고 했다. 어떤 길을 가든 자신이 확보한 역사적 지분을 어떻게 활용해 자신의 비전도 이루고 한국 피겨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을지 고민하길 기대해 본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기대주와 꿈나무들의 가슴에 '피겨 여제'가 어떤 희망의 무늬를 그려낼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han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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