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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50회특집]③ 인디신을 지키는 '국민밴드' 노브레인 (1부) '전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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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50회특집]③ 인디신을 지키는 '국민밴드' 노브레인 (1부) '전설의 조언'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6.05.2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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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이 50회를 맞이해 특집 편을 준비했다.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특집 편 마지막회는 인디신 1세대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펑크 밴드 노브레인이야기를 총 1부와 2부로 나눠 다룰 예정이다.  

[스포츠Q(큐)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노브레인이 등장했던 1996년 당신은 펑크는 국내에서 생소했던 장르였다. 소위 '국외 팝'좀 듣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저항의식이 담긴 정통펑크의 창시자 섹스피스톨즈, 90년대 등장해 펑크 붐을 다시 일으킨 네오펑크 그린데이 정도를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단지 '저항하는 음악'일 뿐 펑크의 흐름이나 이야기 등은 쉽게 들을 수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시절에 노브레인은 한국형 펑크라는 이름을 들고 인디신에 등장했다.

이들의 활약상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형 펑크'라는 장르를 탄생시켰고, 각종 음악관련 수상은 물론이고 '넌 내게 반했어' 등 국민적 인기를 끄는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추종하는 밴드들과 팬들이 늘어나면서 '한국형 펑크'는 우리나라 음악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이자 문화가 됐다.

이쯤이 되면 노브레인은 '한국 펑크의 제왕'에서 '국민밴드'로 올라섰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노브레인의 행보 중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인디신에 대한 사랑이다. 그동안 수많은 밴드가 '국민적 인기'라는 타이틀을 얻고는 인디신을 떠나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노브레인은 20년간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켰다. 누구보다 대단한 인기와 부를 만들어 냈지만, 이들은 여전히 인디신의 밴드임을 자처하고 있다. '진정한 인디신 레전드 밴드'의 모습으로.

 

◆20년간 인디신을 지키며 대중 가요계와의 접점 역할을 하는 이유

노브레인은 현재 인디신과 대중 가요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요프로부터 예능까지 노브레인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디신 음악을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인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자칫 인디신이 '그들만의 세계'로 한정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노브레인이 희석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이 상황이 재미있어요. 뭔가 양다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죠. 우리는 만들 때부터 하나의 생각이 있었어요. 어느 곳이던 편견 없이 가겠다는 거였죠.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돌 팬, 록음악 팬 등 누구도 불러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우리 음악을 들려줄 겁니다. 이런 생각이 인디신과 대중가요계. 모든의 무대에 서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성우)

그렇다면 노브레인은 왜 인디신에 뿌리를 두는 것을 고수하고 있을까? 앞서 많은 인디신의 밴드들은 큰 인기를 얻으면 메이저신으로 넘어가 버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현실적으로 메이저 지향이냐 인디신 지향이냐는 자본력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노브레인이 거대자본을 끌어와서 진짜 대중가요 중심의 밴드로 나가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우리는 20년간 구축해놓은 우리만의 방식이 뚜렷하기 때문이죠. 또한, 거대 자본 자체를 투입하는 것도 싫고요. 우리의 색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큰 고통일 겁니다. 20년간 제멋대로 하는 것이 길들어 있어요. 지금과 같이 우리의 길을 걸어갈 겁니다." (황현성)

보컬 이성우

◆노브레인 스타성의 원천은 동료애 "수익도 공평히 나눠요"

노브레인이 펑크라는 장르로 국내 음악계에 큰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이들이 가진 스타성이다. 이들의 스타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스타성이라고 하니까 조금은 부담되고요, (웃음) 분명한 사실은 팀원 간의 화합과 시너지에서 이런 힘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디신의 밴드들을 보면 개개인이 너무 잘하지만, 팀으로 뭉쳐지면 실력이 나오지 않는 팀이 있고 반대로 개개인이 조금은 부족해도 제대로 된 동료를 만나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브레인은 후자 쪽인 것 같아요. 팀원들이 서로 한 덩어리가 되고 시너지가 폭발하면서 노브레인만의 스타성이 폭발한 거죠."

"무엇보다 동료애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밴드는 그룹인 만큼 내가 멋있어 보이겠다가 아닌 빈 부분을 채우겠다는 생각이 나와야 팀으로서 팬들을 사로잡는 힘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황현성)

실제 노브레인의 동료애는 남다르다. 이들은 데뷔 시절부터 현재까지 모든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멤버 각자가 저작권을 가진 히트곡이 많은 밴드인 만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우리는 초창기 시절부터 음악 저작권 수익을 모두 합쳐서 서로 똑같이 나누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밴드는 음악을 같이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방식을 도입했죠. 우리중의 한 명이 독재를 하고 있고 나머지 멤버들이 따라오고 있는 분위기였다면 절대 저작권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노브레인은 철저한 분업 및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우리가 모두 피땀 흘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에서 이런 방식을 계속 고수할 계획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노브레인이 가진 또 다른 힘이라고 생각해요." (이성우)
 

드럼 황현성

◆훅송의 비판? 노브레인이 말하는 '그들의 대중성과 펑크록의 본질'

노브레인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누구나 들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는 부분이다. 좋은 예가 '넌 내게 반했어' 비와당신(노브레인버전) 같은 곡이다. 이 곡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지금도 많은 대중이 즐겨 부르는 대표적인 한국형 펑크 곡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노브레인은 자신들 특유의 대중성으로 '펑크의 왕자'에서 '국민밴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런 대중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노브레인은 대중적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거부감이나 반감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절대로 대중성을 의식해서 훅송을 만들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부분이에요. 우리는 단지 심플하고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펑크록을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작업하고 그러다 좋은 곡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음악을 들어보면 후렴이 반복되는 곡들이 많아요. 이건 우리가 원래 이런 스타일의 흐름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확실한 건 우리가 좋아서 만든 곡들은 대중들도 좋아해 주셨다는 점이에요." (이성우)

노브레인 멤버들은 그들을 향한 훅 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너무 대중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뜻을 정확하게 드러냈다.

"넌 내게 반했어의 경우 무한 반복 훅송이에요. 그냥 우리가 좋아서 만들다 나온 히트곡이었죠. 하지만 이 곡을 놓고 '펑크밴드가 돈을 벌려고 이런 곡을 만드느냐, 실망이다'라는 일부 비판이 나왔죠.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확실히 답할 수 있는 것은 인디신에서 훅송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웃음) 인디신에서만큼은 의도해서 돈을 벌기 위해 멜로디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다."

"이런 비판이 나왔다고 돈 안 벌리는 음악을 일부러 만든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노브레인은 많은 대중이 좋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펑크록을 자연스럽게 계속 만들어나갈 겁니다." (황현성)
 

기타 정민준

◆노브레인 인디신 제2의 르네상스를 외치다

이처럼 펑크라는 생소했던 장르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밴드 중 하나로 올라선 노브레인. 특히 이들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인디신 르네상스기.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침체기 등.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디신의 흥망성쇠를 직접 겪으며 대형 밴드로 거듭났다. 이들이 피부로 느꼈던 경험을 통해 인디신의 미래를 전망해달라고 부탁했다.

"유행이나 시대의 흐름은 돌고 도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디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현재 인디신은 힘겨운 상황이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힘겨운 시간만 오랫동안 지속하지는 않을 겁니다. 20년간 지켜보면서 침체와 부흥이 돌고 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예전의 부흥기가 한 번 더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노브레인은 인디신의 제2의 르네상스 시절이 오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도 지적했다. 주목받는 밴드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장미여관을 거론하며 자신들이 말하는 주목받는 밴드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제2의 부흥기가 오기 위해서는 주목받는 스타 밴드들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인디신의 수많은 밴드가 모두 주목받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최소 한두 팀씩이라도 스타 밴드가 되고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신을 활성화 시켜 준다면 인디신의 제2의 부흥기는 꿈만은 아니겠죠."

"그런 의미에서 장미여관이 참 잘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미여관은 어떤 밴드들보다 스타성이 넘치는 이들이에요. 대중들에게 어필도 잘하고요. 장미여관같이 스타 밴드들이 등장해 인디신을 대중에게 자주 노출해 준다면 사람들이 인디음악을 더 잘 알게 되고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성우)

베이스 정우용

◆"후배 여러분 견뎌내고 지켜주세요"

노브레인은 인디신의 레전드 밴드답게 힘겹게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당장 뜨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조언이라니 부끄럽기도 하네요. 꼭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려운 일, 힘겨운 일이 많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밴드 내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힘겨운 순간을 잘 견뎌내고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오더라고요. 힘든 세상에서 밴드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밝은 미래는 꼭 옵니다." (이성우) <계속>

[인디레이블탐방 50회특집]③ '韓펑크' 노브레인 있어, 그린데이 너희가 부럽지 않다 (2부) 도 함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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