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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50회특집]③ '韓펑크' 노브레인 있어, 그린데이 너희가 부럽지 않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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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50회특집]③ '韓펑크' 노브레인 있어, 그린데이 너희가 부럽지 않다 (2부)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6.05.25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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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편집자 주>계속해서 인디레이블탐방 50회 특집 노브레인 편 2부를 이어갑니다. 2부에서는 노브레인의 음악 이야기와 새앨범 리뷰 개인적 소개 등을 중점적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노브레인이 밝히지 않았던 개인이야기도 함께 소개됩니다.

◆노브레인과 국민적 히트곡 "부담감은 이제 없습니다"

노브레인과의 음악 이야기의 첫 포문은 이들이 만들어낸 히트곡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인디신 밴드로는 드물게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히트곡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넌 내게 반했어, 청춘98, 비와당신(노브레인 버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메가 히트곡이 많은 만큼 이들에는 적잖은 창작의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브레인은 "이제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솔직하게 예전에는 히트곡 창작에 대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나이도 들어가고 하면서 한국의 음악 시장이 어떻게 돌고 돌며 변해왔는지를 오랜 시간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담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음악을 만드는 데 히트곡이라는 잣대를 놓고 작업해선 안 좋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런 부담감을 털어버리니 진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펑크의 진화' 끝을 보여준 7집 정규앨범 'BRAINLESS'

히트곡이 부담감도 털었고 진짜 음악을 해보겠다는 도전의식은 강해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한 앨범이 7집 정규앨범 'BRAINLESS'다. 필자는 이 앨범을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펑크 밴드 반열에 오른 그린데이의 최근 앨범들과 비견될 만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단조로운 펑크 사운드를 뛰어넘기 위해 로큰롤, 하드코어, 얼터너티브, 컨트리 등 다채로운 장르를 융합하면서도 노브레인의 저항의식과 음악적 색깔은 하나도 잃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 앨범들보다 강력해진 앨범 구성력과 스토리 라인은 듣는이에게 록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느낌이다.

무려 5년이라는 긴 공백기가 우스울 만큼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다. 노브레인 멤버들도 이런 평가에 대해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이번 앨범은 기획의도를 따로 가지고 만든 작품은 아니에요. 무려 5년여 간이나 창작활동이 중지된 상태였죠. 저 같은 경우는 결혼과 동시에 육아에 바빴고 다른 멤버들 역시 여러 음악 활동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하지만 앨범을 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순간 최근 1년 반 사이에 멤버들에게서 곡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죠."

"99개에 달하는 곡들을 모았어요. 모아놓고 보니 예전하고는 다른 느낌의 음악들이더라고요. 예전에는 응원가, 신나게 놀자 중심의 가사와 사운드였는데 이번에는 허탈감, 사회에 대한 분노 이런 것들이 중심이 돼 있더라고요. 멤버들끼리 듣는 순간 회의조차 할 필요 없이 곡을 추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11곡짜리 7집 정규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죠." (황현성)

노브레인도 나이를 먹었어요. 이젠 정리를 해나가야 하는 시점이죠. 애 아빠도 있고 저도 40을 넘겼으니. 나이를 먹은 노브레인의 또 다른 진화를 맛볼 수 있는 앨범입니다."
 

 

노브레인 멤버들은 이번 앨범의 주제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들이 말하는 7집 정규앨범의 주제는 '답을 찾는 여행'이었다.

"'BRAINLESS'를 통해 '답을 찾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담고 싶었어요. 답이 없는 허탈감, 답이 없는 사회에 대한 분노 이 모든 것들을 담아낸 거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영화 곡성 같은 앨범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황현성) (웃음)

'BRAINLESS'는 사운드와 가사, 곡 구성 측면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있다. 앞서 발매된 노브레인의 앨범을 들어보면 정제된 사운드가 중심이 돼 있었다. 하지만 7집에서는 이런 정갈함은 모두 깨져있다. 록의 본연에 충실한 사운드가 귀를 때려준다. 가사는 좀 더 솔직해졌고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판 놀아보자던' 이들의 변신이다. 곡의 구성 역시 제대로다. 물이 흘러가듯 느껴지는 곡의 순서와 구성은 예전에는 느낄 수 없던 이 앨범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우리가 최근에 낸 앨범들은 정갈한 대중적 사운드를 지향하는 편이었죠. 하지만 이것에 지쳐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록의 본연으로 돌아가고자 했죠. BRAINLESS는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사운드에 무척 날이 서 있어요. 적당한 박자로 춤추는 사운드가 아닌 좀 더 과격하고 파괴적인 사운드가 가득 차 있죠. 정말 사운드 정돈을 안 한 앨범입니다." (황현성)

"가사 부분도 그래요. 솔직하게 적으려고 애썼습니다. 굳이 필터링하지 않았고 순수하게 쓴 앨범이죠. 심의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진심이 담겨있죠." (정우용)

"전 운전하면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싱글은 한 곡 끝나면 아쉽죠. 그래서 'BRAINLESS'는 끊기지 않고 즐겁게 들으면서 즐길 수 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순서, 시간 간격, 장르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배려했어요." (정민준) 
 
◆7집 'BRAINLESS' 공동리뷰

그렇다면 노브레인 멤버들이 가장 추천하는 곡은 무엇인지 각자 리뷰를 부탁했다.

먼저 이성우가 선택한 추천곡은 내 가죽 잠바다. 내 가죽 잠바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노브레인의 기존 스타일을 지킨 곡이다. 신나는 펑크 리듬에 재미있는 가사는 이전 노브레인의 명곡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리드보컬 이성우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폭발하는 곡이다. 여전히 살아있는 노브레인을 느끼려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노래다.

"이 곡은 현성이가 만들었어요. 사실 2년 전 미국서 앨범 작업을 하면서 완성했던 노래인데 당시 미국서 발매하려 했다가 그렇게 못했죠. 그래서 이번 앨범에 꼭 넣고 싶었고 현성이에게 제안했죠. 처음에는 현성이가 거부하더라고요. 하지만 설득 끝에 한글 가사를 입히고 앨범에 넣을 수 있게 됐죠."

"이 곡은 정말 녹음하기 힘든 곡이었어요. 예전 노브레인 곡들은 제가 얼굴이 빨갛게 될 정도로 폭발하는 것들이었지만 이번 곡은 여유를 부리면서 까부는 느낌으로 부르려 했어요. 쉽지 않았죠. 그래서 더 애착이 가요. 어디에든 어울리는 곡입니다. 길거리에서,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을 먹으면서 등등 특히 밤에 까불면서 듣기 좋은 노래입니다."

 

드럼 황현성의 리뷰곡은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였다. 이 곡은 노브레인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노래로 파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래퍼 제이통의 분노어린 랩 위에 하드코어 성향의 연주로 곡이 전개된다. 하지만 펑크적 요소를 죽이지는 않았다. 펑크계의 최고 보컬인 이성우의 목소리는 하드코어음악도 펑크곡으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노브레인의 새로운 도전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곡이다.

"이 곡은 원래 6집에 실렸던 오리지널 펑크 곡이었죠. 하지만 이번 앨범의 주제가 사회적 회의감과 허탈감이다 보니 이 곡을 다시 편곡해서 들려주자는 생각으로 다시 7집에 넣게 됐습니다. 6집 당시에 누군가와 꼭 협업을 해서 다시 살려보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이번에 평소 알고 있던 제이통과 콜라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 제이통에게 가사를 부탁했더니 너무 가사가 세더라고요. 하지만 우리의 주제가 확실했던 만큼 제이통의 랩에 우리의 사운드를 맞추기로 하고 끝내 완성을 하게 됐죠. 우리의 기존 색과 완전히 다른 곡이다 보니 팬들도 새롭다며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기타 정민준은 '하루살이'를 리뷰곡으로 꼽았다. 이 곡은 춤추기 좋은 일명 '띵까띵까' 사운드를 중심으로 신시사이저부터 로큰롤까지 여러 성향의 사운드가 합쳐진 노래다. 이 곡은 가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루살이라는 제목처럼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 문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만큼 내용은 무겁고 진지하다. 하지만 무거운 가사를 가벼운 사운드로 풀어내며 반전을 만들어냈다.

"하루는 술을 먹으면서 스카음악을 듣고 춤추고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흥얼거림을 녹음시켰죠. 다음날 들어보니 좋더라고요. 그래서 곡을 만들었죠. 재미있는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가사는 착잡한 청년들의 현실을 담으려고 했죠. 현재 20~30대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희망을 느끼기 힘들죠,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런 청년들의 허탈감을 대변하고 싶었어요. '모으고 모아도 내 집은 어디 갔을까 아끼고 아까도 내 돈은 어디 갔을까'라는 가사가 이런 현실을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베이스 정우용은 에니웨이를 함께 리뷰했다. 에니웨이는 강력한 기타 리프를 자랑하는 얼터너티브 성향의 곡이다. 특히 곡의 도입부는 예전 90년대 초반 그런지 록 사운드가 떠오를 정도로 거칠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노브레인의 스펙트럼 넓은 음악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건 요즘 안좋은 것만 생각난다는 것이었죠 여기저기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뿐이에요. 그래서 현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싶었고 가사를 붙였죠. 이 노래를 듣고 잠재된 '록 혁명'의 씨앗이 되길 바랍니다."

◆'공연의 신' 노브레인 각종 무대를 통해 펑크에 대한 편견 깼다

노브레인을 이야기하면서 공연 이야기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이들은 20여 년간 총 4000여 회에 달하는 무대를 경험했다. 시골 오지부터, 장터, 어르신들만 있는 무대까지 노브레인은 20년을 편견없이 불러주는 곳이라면 달려갔고 그곳에서 펑크의 역사를 만들었다.

"20여 년간 총 4000여 회의 공연을 했던 것 같아요. 하루에 6번을 한 적도 있죠. 장애우들과 뛰어놀기도 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무대, 소가 보이는 무대, 완전한 시골 오지, 드럼이 없는 무대 등. 이런 공연 경험은 우리의 무대 능력을 단련시켜주는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우리에게 호의적인 시선이 아닌 관객분들이 많았죠, 하지만 이를 악물고 환경에 적응하려 했고 노하우를 만들었어요. 이젠 어떤 무대도 두렵지 않습니다. 노브레인 불러만 주세요."

 

◆노브레인 역사

노브레인은 지난 1996년 드럭에서 크라잉넛 객원 보컬을 하던 이성우와 동네 합주실에서 연주를 즐기던 황현성과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밴드다. 이후 노브레인은 지난 2003년 3.5집 작업 당시 현재 기타리스트 정민준을 영입했고 이후 2007년 5집 녹음 당시 새로운 베이시스트 정우용을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96년에 서울 동네 합주실에서 알게 된 친구들하고 클럽 드럭을 갔습니다. 그때 성우 형을 봤는데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제안을 했고 노브레인이 탄생했죠. 이후 기타리스트가 2집 때 나가고 성우 형과 룸메이트였던 민준이를 스카우트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는 베이시스 우용이를 다시 영입하게 됐어요. 참고로 우용이는 우리 매니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던 친구입니다." (웃음)

◆팀명

뇌가 없다는 뜻이다. 무뇌상태로 해탈의 경지에 오르자는 뜻을 담고 있다.

◆개인 소개

 

리드보컬 이성우=경남 마산 출신. 20세 때 서울에 상경해 크라잉넛 객원 보컬 생활을 했다. 이후 21세 때 노브레인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밴드생활을 했다. 펑크에 딱 맞는 파괴적 목소리를 가진 이성우는 현재 인디신 최고의 보컬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드럼 황현성=서울 강남 출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초등학교 때 누나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보며 음악을 배웠다. 악보도 모르고 손가락을 외워서 연주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다. 그 뒤로 다양한 악기를 다루며 노브레인을 결성했다. 펑크신 2대 드럼연주자.

 

기타 정민준=서울 강남 출신. 강남 토박이로 역시 부유한 가정 출신이다. 예전부터 음악 듣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라이브클럽 드럭을 다녔다. 여기서 노브레인의 팬이 됐고 끝내 멤버가 됐다. 이성우와 개인적으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며 한집에 살고 있다. 정민준은 홀로 기타를 맹연습하면서 반드시 노브레인의 멤버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그는 펑크신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는다. 미술에도 남다른 재주를 보이며 그레피티, 앨범 재킷 등을 만들기도 했다.

 

베이스 정우용=서울 출신. 우송정보대 실용음악과. 중학교 시절 친척 형이 듣던 메탈음악에 빠져 연주를 시작했다. 이후 고교 시절 대학생 형들과 밴드를 결성했고 뛰어난 실력으로 노브레인에 영입됐다. 겸손한 인물로 펑크신에서는 3대 베이시스트 중 한 명이다.
 
◆노브레인 한 줄 목표

"아주 오래 한다 그리고 해체한다"  (끝)

[인디레이블탐방 50회특집]③ 인디신을 지키는 '국민밴드' 노브레인 (1부) '전설의 조언' 도 함께 보세요.

(*더 많은 인디신의 소식은 박영웅 기자의 인디레이블탐방과 박영웅의 밴드포커스를 통해 확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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