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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上) 축구가 세상을 바꿨다, 슛포러브가 만든 위대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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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上) 축구가 세상을 바꿨다, 슛포러브가 만든 위대한 기적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5.26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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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인드 김동준 대표-최준우 이사, 소아암 환자 기부캠페인 SNS 점령, "스타 섭외? 맨땅에 헤딩"

[200자 Tip!] 이천수의 프리킥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체육관 계단 상단에서 툭 찬 공은 코트의 농구 골대에 5번 만에 빨려 들어갔다. 4분 39초짜리 동영상은 페이스북에서 226만 건, 국내 2대 포털사이트에서 43만 건이 조회됐다. 이천수가 '프리킥 인간 문화재'로 재조명됐고 더불어 이벤트를 기획한 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해 만든 기부 캠페인, '슛포러브'를 기획한 이들은 사회적 벤처기업 비카인드의 김동준(31) 대표, 최준우(31) 이사다.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25일엔 새로운 영상이 공개됐다. 이번엔 ‘최고의 창 vs 최고의 방패’가 주제다. 배구스타 문성민이 페널티 지역에서 스파이크를 때리면 축구 수문장 김병지가 막는다. 5대 5로 팽팽히 맞선 둘은 공동 명의로 소아암, 난치병 환아의 소원 성취기금 300만원을 적립했다.

▲ 비카인드 김동준 대표(왼쪽)와 최준우 이사. 삼천포에서 함께 자란 이들은 슛포러브 캠페인을 통해 소아암 환자들을 돕고 있다.

박지성, 손흥민, 김진수, 이정협, 지소연, 백승호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를 비롯 존 테리, 카를레스 푸욜, 해리 케인, 프랭크 램파드, 파트리스 에브라, 제프리 콘도그비아, 히카르두 카카, 라울 곤살레스,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루이 사하, 마르코 로이스, 위르겐 클롭 등 세계축구의 별들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지난해 양궁 과녁에 10번의 슛을 날려 점수당 1만원의 기부금을 적립하는 방식이었던 슛포러브는 ‘임파서블 미션’ 방식으로 새단장한 올해 더욱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안정환 축구해설위원이 한강의 강풍을 뚫고 50m 앞의 양궁 과녁을 맞혔고 유상철 울산대 축구감독은 40m 거리에서 시속 30㎞로 달리는 스타렉스에 공을 때려 넣는 미션을 성공시켰다.

◆ 왜 기부인가, 왜 소아암 환자인가 

“한국에서 기부 하면 난민, 기아, 아프리카 같은 게 떠오르잖아요. 미국에서 본 기부 문화는 다르더라고요. 뭐랄까. 불쌍한 이들을 동정하는? 그런 기반, 그런 개념이 분명 아니었어요. 아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거창하지 않게, 쉽고 재밌고 가볍게 접근하는 게 기부더라고요.” (김동준 대표)

비카인드는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있는 콘텐츠인 축구를 자선 활동과 결부시켰다. 김 대표는 기부 문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부를 권하는 이들을 거절이라도 하면 마음이 무겁잖아요. 생명이란 큰 주제를 논하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외면이라도 하면 왠지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 진입장벽을 없애고 기부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 이천수의 농구 골대 프리킥, 유상철의 스타렉스 조준 등 발칙한 아이디어들이 비카인드 경영진의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나왔다.

왜 소아암 환자가 타깃일까. 백혈병, 악성림프종, 뇌종양 등 어린이 질병 사망 원인 1위가 암이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3분마다 1명의 어린이가 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슛포러브는 캠페인 참가자에게 등번호 3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한다.) 비카인드는 다양한 취약 계층 중 생사가 걸린 꿈나무들의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슛포러브에 참가한 선수들이 직접 돈을 내는 건 아니다. 선수가 획득한 점수에 맞춰 성공시 후원사들이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식으로 도전자가 다음 주자 3명을 지목하며 확산 속도가 빨라졌고 올해는 한 주당 하나의 콘텐츠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한다.

◆ 삼천포 촌놈들의 의기투합 

“하고잡이죠 하고잡이. 동준이는 하고 싶은 건 이것저것 다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었어요. 동네 친구들 주인공으로 만들어 무협지를 쓰지를 않나. 보통은 아니죠. 감투도 좋아하고. 하하. 회사에서 나갈 타이밍을 보고 있는데 연락이 왔어요.” (최준우 이사)

경남 사천 출신인 김동준 대표와 최준우 이사는 삼천포초 동창이다. 2012년 의기투합했다. 중학교 때 유학을 떠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다니던 김동준 대표가 생일 모금 플랫폼의 사회적 기업을 차려보겠다며 휴학을 했다. 기부금 관리 소프트웨어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차에 국내로 눈을 돌렸는데 최준우 이사만 보이더란다.

“준우는 친화력이 좋아요. 우리 어머니를 ‘아주머니’가 아닌 ‘어머니’라 부르는 유일한 친구죠. 사람 마음을 얻는 법을 아는 친구입니다. 눈빛만 봐도 알죠. 서로들 대충 이야기해도 알아들어요. 조직 생활을 해 봤으니 기획력도 있을 거고.” (김 대표)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하람 PD, 김동준 대표, 호펜하임 김진수, 최준우 이사, 최준렬 사진작가. 넷은 '일당백'의 드림팀이다. [사진=비카인드 제공]

“생생히 기억이 나죠. 운전 중이었는데 갓길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받았죠. 한적한 카페로 데려가더라고요. 생일 모금 플랫폼 이야기를 꺼내는데 ‘아니 무슨 이런 세계가 있나’ 싶었어요. 공대 나오면 현대 갈까, 삼성 갈까 고민하잖아요. 이건 제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인 거예요.” (최 이사)

최 이사도 부산대 공대를 졸업한 ‘브레인’이다. LG 그룹 MRO 계열사에서 품질 공정을 관리했다.

“1년 다녔어요. 내가 많이 다녀야 30~40년일 텐데 일이 답답한 거예요. 사직서를 품고 있었죠. 동준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해볼 만하겠다 싶더라고요. 우리가 죽마고우라 생각하진 마세요. 솔직히 후회할 때도 있으니까요. 허허허.” (최 이사)

◆ 최준렬 작가-이하람 PD, 드림팀의 완성까지  

비카인드의 직원은 4명. 김동준 대표, 최준우 이사 외에 최준렬 작가, 이하람 PD가 진용을 꾸린다.

“최준렬 작가, 예술 감각이 탁월한 친구입니다. 프리랜서죠. 옷도 헤어도 말이 필요 없는 아티스트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인데 사진도 기가 막히게 찍고 제품 디자인도 잘 하고. 같은 건물 쓰던 직장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저희를 눈여겨 보더니 친분이 쌓여 일을 돕게 됐어요.” (최 이사)

▲ 지난해 7월 슛포러브 캠페인에 동참한 박지성. 그는 필립 코쿠, 파트리스 에브라 등 전 동료들을 지목해 좋은 일 확장에 앞장섰다. [사진=비카인드 제공]

“이하람 PD도 대단하죠. 뮤직비디오 제작은 기본이고 작사, 작곡도 할 줄 아는 친구입니다. 천재라고 생각해요. 유명한 카드사의 슈퍼콘서트 아시죠? 그것 관련한 영상도 제작했는데 좋아요가 20만 개에 육박했어요. 능력자입니다. 슛포러브 영상이 호평을 받는 건 이 PD 덕분입니다.” (최 이사)

“각자가 완전 하드캐리 하고 있죠.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김 대표)

하드캐리란 기울어진 경기를 월등한 기량으로 끌고 가는 것 또는 플레이어를 의미하는 게임 용어다.

◆ 어떻게 세계적 스타를 섭외하나

“진짜 많이 싸웠어요. 짜증이 나니까... 뻗치기(잠복)가 말이 쉽지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충만했던 의지가 갈수록 사라집니다. 하면서도 ‘이게 말이 되는건가’라고 서로 묻고 또 묻고. 실패가 거듭되니까 차라리 남은 기간 관광을 하는게 낫지 않겠냐. 이게 되겠느냐 갈등이 많았어요.” (최 이사)

슛포러브가 그 많은 별들과 어떻게 함께하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시작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 레버쿠젠 소속이던 지난해 6월 슛포러브 캠페인에 응답한 손흥민. 그는 토트넘 이적 후에는 동료들과 함께 또 한 번 소아암 환자를 도왔다. [사진=비카인드 제공]

“기업의 후원을 받아 무작정 떠나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베트남의 어떤 분이 청담동에 전지현이 산다고 강남에서 기다리는 격이잖아요. 일과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로 축구 스타들의 근황을 파악하는 거였어요. 그러니 실패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거죠.” (김 대표)

2014년 국내서 진행한 페널티킥 미션이 이름을 알리자 자신감이 붙었고 2015년 월드투어를 콘셉트로 잡고 세계적 스타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런던에 거주하는 김상열 목사를 통해 한국 선수들을 연이어 섭외했지만 외국 스타들은 달랐다. 구단의 거절, 무응답이 반복됐다.

“푸욜같은 경우 영어 학원을 찾아가 정보를 얻고 기다렸어요. 테리의 주택 사진이 타블로이드지에 나온 걸 보고 구글 지도를 뒤져 집 앞에서 대기했고요. 로이스는 휴가다 이사다 여러 이유로 3번이나 저희를 힘들게 했어요. 클롭 감독님은 최고입니다. 취지를 듣더니 흔쾌히 수락하시더라고요.” (김 대표)

우여곡절 끝에 스페인의 전설 푸욜과 만남이 성사됐다. 슛포러브가 국내 축구팬들과 누리꾼은 물론 CBS스포츠, 미러, 스카이스포츠, 마르카, 유로스포츠 등 권위 있는 외신이 주목하는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거듭나는 걸음마였다.

▲ 실전화를 통해 한국의 소아암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푸욜. 슛포러브 세계화의 시작이었다. [사진=비카인드 제공]

[SQ스페셜] (下) '단군' 안정환, 슛포러브 종착역은 메시-커리-오바마?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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